박세리 업적 위해 헌신한 박준철 씨 관련 루머 횡행…2016년 도박·폭행 의혹 사건 재조명
2006년 일요신문이 연재한 ‘[부모가 쓰는 별들의 탄생신화] 박세리 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박세리가 1998년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며 국민적 스타 반열에 오른 뒤 그의 부친 박준철 씨에게도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 골프 발전에 지대한 업적을 세운 박세리의 뒤에는 그를 위해 헌신한 ‘골프 대디’ 박준철 씨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대중의 관심은 늘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는 않는다. 뭔가 감춰진 얘기, 더 자극적인 무언가를 원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부친 박 씨에게 조폭이라는 단어가 따라붙곤 했다. 한국만 그런 건 아니다. 박세리가 미국 LPGA에서 승승장구하자 몇몇 미국 언론이 박세리의 성장 스토리를 소개하며 ‘갱스터의 딸’이라는 표현을 썼다.
최근 박세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아빠와의 갈등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2016년 은퇴 이후 문제가 터지면 항상 갚아줬다. 가족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최선을 다해왔지만, 아빠의 채무 문제는 하나를 해결하면 마치 줄이라도 서 있었던 것처럼 다음 채무 문제가 생기는 것의 반복이었다. 이젠 한계에 도달했다. 더 이상 아빠 채무를 변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미 수년 전부터 부친 박 씨의 채무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세리는 부친과의 갈등이 2016년 은퇴 이후 시작됐다고 밝혔는데 그 즈음 눈길을 끄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2016년 2월 충남 공주시의 한 사택에 개설된 속칭 하우스도박장에서 도리짓고땡(화투) 도박판이 벌어졌으며, 이 자리에 박 씨가 있었다. 도박은 폭행사건으로 이어졌고 다시 고소전으로 비화했다. 이처럼 부친 박 씨가 도박 및 폭행 사건에 휘말렸다는 사실이 당시 비즈한국을 통해 단독 보도됐다(관련기사 박세리 부친 박준철 씨 도박·폭행 사건 휘말려).
당시 부친 박 씨는 비즈한국 인터뷰에서 “200만 원어치 고추장을 사기 위해 그곳에 갔다가, 우연치 않게 도박장에 자리하게 됐다”며 “도박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폭행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건으로 부친 박 씨는 처벌받지 않았다. 당시 충남공주경찰서 관계자도 “본인(박 씨)은 아니라고 하더라. 고추장을 사러왔다고 진술했다”며 “도박은 입건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 (도박장소) 개장, 폭행, 현금 갈취를 중점으로 조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며 고소를 한 A 씨는 “박 씨가 도박패를 돌리고, B 씨(또 다른 고소인) 팔에서 컴퓨터(사기도박장비)를 빼내기 위해 팔을 결박하는 등 폭행을 가한 걸 직접 목격했는데, 왜 박 씨가 이번 수사대상에서 빠졌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B 씨 역시 “박 씨가 지역 유지라서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경찰이 도박 참여자에 대해 도박죄 혐의를 수사하지 않은 점도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씨는 “도박은 절대 하지 않았다. B 씨는 내가 박세리 아버지라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며 억울해 했다.
그렇데 당시 사건은 조용히 지나갔다. ‘도박’ ‘폭행’ 등의 단어가 과거 그가 ‘조폭’이었다는 사실과 맞물려 화제성이 상당했지만 부친 박 씨가 경찰 수사에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 기간 박 씨의 존재는 세인들에게서 잊혀 갔지만 최근 불거진 논란으로 인해 다시금 옛 이야기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