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수수’ 대통령실 인사 첫 소환, ‘인도 의혹’ 고발인 조사…총장 임기 내 ‘불기소로 마무리’ 관측
법조계에서는 이원석 총장이 자리와 임기를 걸고 김건희 여사, 김정숙 여사의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에서 두 여사 사건에 속도를 붙이는 것을 놓고, ‘여야 모두 털기’로 밸런스를 맞추는 수사 방향을 검찰 윗선이 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두 사건 모두 기소하거나, 무혐의 처분하는 쪽으로 수사 방향을 정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 빠르게 진행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수사 결과를 기다려 달라”라고 밝혔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6월 19일 오전 대통령실 조 아무개 행정관을 소환조사했다. 김 여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통령실 행정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것인데,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 지 약 7주 만이었다. 대통령실 인사를 불러 조사한 것은 처음이었다.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 등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청탁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지목한 인물이 조 행정관으로, 검찰은 조 행정관이 윤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김 여사를 보좌한 만큼 청탁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 등을 부탁하자 김 여사의 비서가 조 행정관을 연결해줬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조 행정관이 이후 국가보훈부 사무관의 연락처를 전달해줬다며 문자와 통화 녹취 등을 검찰에 제출한 상황이다. 다만 김 전 의원이 국립묘지 안장 요건을 갖추지 못해 청탁이 실제로 성사되지는 않았다.
고발인 조사에 이어 사건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소환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김 여사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사실관계 조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여사의 측근 중 한 명인 대통령실 유 아무개 행정관 등이 다음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유 행정관은 최 목사와 김 여사의 면담 일정을 조율하고, 직접 최 목사를 마중하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검찰이 최 목사가 주장한 청탁 여부와 명품 가방 수수 과정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 명품 가방 수수 과정과 그 사이 오간 청탁의 내용, 그 실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사실관계를 일단 정리하는 과정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고 설명했다.
#김정숙 여사 인도 출장 의혹도 조사 착수
서울중앙지검은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외유성 인도 출장 의혹’ 사건도 고발인 조사에 착수했다. 대통령실 조 행정관 소환조사가 이뤄진 6월 1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조아라 부장검사)는 사건을 고발한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을 불러 조사했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6개월여 만이었다.
이 의원이 김 여사를 2023년 12월 28일 국고손실, 횡령, 배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는데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던 이 사건을 형사2부로 배정하고 4차장 산하 공정거래조사부 소속 검사 1명도 추가 투입했다.
검찰이 형사2부에 재배당하고 검사를 추가 투입한 것을 두고 ‘형사부에 배당된 통상적인 사건’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으로 본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발인 조사를 끝낸 만큼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출장에 관여한 외교부 등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 의혹은 2018년 11월 김정숙 여사가 단독으로 인도를 방문한 뒤 불거진 바 있다. 당시 김 여사는 문 전 대통령 없이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인도에 방문한 뒤 일정 중 타지마할을 방문했다. 예비비 4억 원을 편성해 김정숙 여사가 사실상 여행 목적의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한 달 전, 이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도종환 당시 장관의 인도 방문 일정을 확정 지은 상태였다는 점, 이후 문재인 정부의 셀프 초청으로 김 여사가 일정에 함께하게 됐고 그 후 항공편이 대통령 전용기로 변경된 점, 기내 식비에 6000만 원의 혈세가 들어간 점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발인 조사 이후, 당시 문체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을 소환해 김정숙 여사가 인도 방문에 초대된 과정과 항공편 변경 및 기내 식비 책정 과정에 대한 확인이 불가피하다. 적어도 두세 달 내외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잘 마무리해 검찰 조직에 누가 되지 않겠다”
자연스레 검찰 안팎에서는 ‘어느 정도 수사 결과가 결정된 상태일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통령 부인과 관련한 의혹이라는 사건의 민감성 △특수 수사 부서(반부패부)가 아니라 형사부에서 두 사건을 모두 진행하고 있는 점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가 두 달여 남은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할 때 동시에 사건을 마무리하는 식으로 검찰이 정치권의 비판을 잠재우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두 사건 모두 공무원이 아닌 영부인이 관련된 만큼 적용할 수 있는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의 경우, 공무원의 배우자가 수수한 것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법리적으로 기소하지 않을 이유가 충분하다. 김 여사가 받은 선물을 윤석열 대통령이 인지했고, 관련 청탁에 관여한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뇌물죄 처벌도 어렵다.
김정숙 여사의 경우 영부인으로서는 인도 일정에 참여한 것이 국고가 손실된다는 인식이 사전에 있었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횡령·배임의 의도가 있어야 국고손실죄가 성립하는데, 영부인의 인도 방문이 ‘의도된 손실’이라는 점을 누군가 사전에 개진했어야 한다.
검찰은 미리 결론을 정해놓지 않고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원석 검찰총장이 임기 내에 ‘두 여사 소환 및 수사 결과’까지 마무리지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9월 16일 임기가 끝나기 전, 두 여사 사건을 ‘같은 결론’으로 종결짓고 책임을 지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두 여사 모두 기소하지 않는 쪽으로 처리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반발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추론이다.
검찰 소식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주변에 ‘자리를 걸고, 이번 사건을 잘 마무리해 검찰 조직에 누가 되지 않겠다’고 얘기를 했다더라”며 “최근 언론에 김건희 여사 사건 수사 속도전을 시사한 점이나 성역 없는 수사를 내세운 것은 대통령실에 ‘임기 내에 소환조사는 하되 책임지고 마무리지을 테니 일정에 최대한 협조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