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마블 구세주’ 될까…“즐거움과 대담함 담긴 ‘꿈의 프로젝트’ 만끽하시길”
7월 4일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데드풀 역의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와 울버린 역의 배우 휴 잭맨, 숀 레비 감독이 자리했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히어로 생활에서 은퇴한 후, 평범한 중고차 딜러로 살아가던 데드풀이 예상치 못한 거대한 위기를 맞아 모든 면에서 자신과 상극인 울버린을 찾아가며 펼쳐지는 액션 블록버스터를 그린다. 1, 2편 통합 전세계 극장에서 15억 60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린 '데드풀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로, 엑스맨 세계관에 있던 울버린이 MCU로 편입되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특히 두 주연의 남다른 '한국 사랑'이 눈에 띄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3번째, 휴 잭맨은 무려 6번째 한국을 찾은 '준 프로 방한러'들이다. 유일하게 이날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숀 레비 감독은 "한국에 온 지 14시간 밖에 안 됐는데 가기 싫다. 따뜻한 환호에 감사하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로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감독으로 이번 '데드풀과 울버린'에서 라이언 레이놀즈와 함께 각본에도 참여했다.
숀 레비 감독은 "이 영화는 여름에 맞는 작품이다. 상징적인 캐릭터 데드풀과 울버린을 액션과 유머, 감동이 있는 이야기에 등장시키게 됐다"며 "이건 그 어떤 감독에게도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마블 유니버스에서도 가장 '똘끼' 넘치는 캐릭터로 악명 높은 데드풀이 그와 완전한 상극에 '하드보일드'로 중무장한 울버린과 함께 하며 보여줄 '혐오부터 시작하는 브로맨스'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감독은 "이건 우정에 대한 영화다. 두 캐릭터가 점점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주연 배우 뿐 아니라 제작자 및 각본가로서도 '데드풀' 시리즈의 성공을 이끌어 낸 라이언 레이놀즈는 이들 간의 혐관 브로맨스 서사에 "서프라이즈가 많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데드풀과 울버린'에도 각본과 제작자에 이름을 올린 그는 "지난 6년 동안 영화를 만드는 게 쉽지 만은 않았다. 마블 측에 MCU와 엑스맨 세계관을 합치는 과정에서 설득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며 "그러나 확신이 있다면 밀고 나가야 한다는 믿음을 얻었다. 이는 데드풀 팬들만이 꿈꿔온 그림이 아니라 우리도 그만큼 원했던 것"이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자신감은 곧 휴 잭맨의 '복귀'로 이어졌다. 그간 영화 '엑스맨' 시리즈에서 25년간 울버린을 연기하며 팬들에게 '영원한 울버린'이란 찬사를 얻어냈던 그는 영화 '로건'(2017) 이후 7년 만에 다시 울버린으로 스크린 앞에 선다.
취재진에게 "안녕하세요"라며 한국어로 먼저 인사를 건넨 그는 "이번 영화에는 지난 25년 간 제가 진심을 담아 연기한 배역이 등장한다. 제가 울버린을 다시 연기할 줄 몰랐는데 이 배역을 연기하며 이렇게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었다"며 "역대 울버린이 등장하는 시리즈 중 가장 사랑스럽다. 가장 친한 친구인 라이언, 숀 감독님과 함께 꿈의 프로젝트를 가지고 올 수 있어 더욱 기쁘다"며 벅찬 감동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울버린이 나오는 10번째 영화다. 라이언이 프로듀서로서 최고 버전의 울버린을 만드는 데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울버린에 대해 나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또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영화 속 두 캐릭터의 티키타카에 대해선 "로맨스라니, 그런 기대라면 너무나 기쁘고 흥미롭다"며 "우정과 형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지만 로맨스로 봐도 된다. 다만 울버린의 로맨스는 상대의 얼굴을 때리며 클로(손톱 갈고리)를 통해 사랑을 표현한다"고 말해 기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양 시리즈의 대표 캐릭터를 한 자리에 모은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데드풀과 울버린'은 과연 장르 팬덤 뿐 아니라 대중들의 관심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더 많은 기대와 호기심이 집중되기도 한다. 최근 MCU 영화 시리즈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 데다, 원년 히어로들이 대거 퇴장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뉴 히어로'에게 장르 팬과 대중 모두 여전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어서다. MCU를 기반으로 한 디즈니플러스(+) 히어로 시리즈 역시 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히어로의 상식을 깨는 '데드풀 시리즈'의 신작이 마블 스튜디오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가 단연 초미의 관심사다.
실제로 영화에서 데드풀의 대사 중엔 "(데드풀이) 마블의 구세주"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하는 데드풀과 같은 마음으로 흥행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라이언 레이놀즈는 "그런 부담은 없다. 데드풀이 혼자 그렇게 망상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런 대사를 쓴 거지 저희가 진짜 마블을 구하겠다고 쓴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마블이 예전보다는 그렇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 못해서 리셋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 세 명은 영화를 만들 때 확실하게 따라갈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즐거움과 대담함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우리 셋은 지난 10년간 보낸 마법 같은 시간이 즐거움을 주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이 목적이었고 관객들에게 그만큼 최대한 많은 즐거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은 7월 24일 개봉한다. 128분, 청소년 관람불가.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