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쇼핑몰 확장 등 방안 검토, 사업권 매각 가능성은 희박…HDC현산 “아직 결정된 것 없어”
#거론되는 다양한 방안
서울시는 지난 5월 노원구, 현산과 ‘광운대역 물류부지 동북권 신생활·지역 경제거점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광운대역 물류부지에 상업·업무 시설을 비롯해 주거, 공공기숙사,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시설 등이 들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현산은 서울시와 2028년까지 노원구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는 “약 1800명이 근무하는 현산의 본사 이전은 일자리·산업 기반이 약한 강북 지역의 경제 활성화는 물론 기반시설 정비 등 접근성 개선을 앞당겨 고용창출력 높은 신산업 유치를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산의 현재 본사는 용산역 내 용산 아이파크몰 건물 8층과 9층이다. HDC그룹은 2004년 9월부터 2034년 9월까지 30년 동안 용산역사 철도부지에 대한 점용허가를 받았다. 점용기간이 종료되면 용산 민자역사는 국가철도공단에 기부채납된다. 다만 시설물의 상태나 운영실적 등을 고려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 차례 점용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HDC그룹은 최소한 2034년 9월까지는 용산 민자역사를 운영해야 하는 셈이다.
본사 이전이 가시화되기 전 HDC그룹은 용산 아이파크몰 8~9층 사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HDC그룹의 선택지로는 크게 세 가지가 거론된다. 첫 번째는 용산 민자역사 사업권을 매각하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SM그룹은 2019년 신촌 민자역사 사업권을 인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SM그룹은 2036년까지 신촌 민자역사를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산의 용산 민자역사 사업권 매각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HDC그룹 입장에서 용산 민자역사 운영 주체가 바뀌면 아이파크몰 용산점 운영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HDC그룹 내부적으로도 매각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이 된다고 하더라도 매수인은 용산 민자역사를 2028년부터 2034년까지 6년밖에 사용할 수 없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용산 민자역사 사업권 연장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리스크를 안고 매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라며 “HDC그룹이 그간 용산 민자역사에 거액을 투자한 것을 생각하면 쉽게 매각할 것 같지도 않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방법은 현산의 현재 본사 사무실을 타 업체에 임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임차인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현산이 2034년 용산 민자역사 사업권을 연장하지 않으면 임대 계약이 무효화될 수 있다.
비슷한 사례로 서울역 민자역사는 2018년 한화역사(현 한화커넥트)의 점용기간이 종료되면서 국가에 귀속된 바 있다. 정부는 서울역 귀속 후 새로운 임대 사업자를 찾겠다는 방침이었다. 롯데쇼핑은 한화역사와 2033년까지 임대 계약을 맺고, 롯데마트를 서울역에 입점시켰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철수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정부가 이후 실시한 서울역 상업시설 운영사업자 공모에서 한화역사가 운영사업자로 재선정되면서 롯데쇼핑의 서울역 임대 계약도 유지됐다.
HDC그룹이 용산 민자역사 사업권을 연장하더라도 수천 평에 달하는 사무실에 입주할 임차인 모집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사무실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용산역 인근에서는 현재 39층 규모의 ‘국제빌딩주변 제5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며 2025년 완공 예정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추진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현실화되면 오히려 사무실 공급 과잉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서울시 전체로 살펴봐도 2027년을 기점으로 사무실이 대거 공급될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서울권역 오피스 공급 규모는 2025년 4만 평, 2026년 25만 평, 2027년 48만 평 수준으로 전망된다”며 “2027년에는 서리풀 정보사부지 개발, 삼성생명 서소문빌딩 재개발, 크래프톤의 성수동 이마트 본사 재개발 등 사무실 공급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현산의 현재 사무실을 아이파크몰 쇼핑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HDC그룹에 따르면 아이파크몰 용산점 거래액은 2022년 4300억 원에서 2023년 5000억 원으로 증가하는 등 실적이 상승세에 있다. 그렇지만 쿠팡 등 전자상거래 업체가 약진하고 있어 오프라인 쇼핑몰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또 다른 변수는 HDC신라면세점이다. HDC신라면세점이 운영하는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용산 아이파크몰 3~7층에 입주해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의 면세점 특허는 2025년까지다. HDC그룹 내부에서는 HDC신라면세점이 특허를 갱신하더라도 영업 규모 축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실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면세점 업황이 예전 같지 않아 HDC신라면세점이 단기간 내 실적을 회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은 아직까지 보따리상의 리스톡킹(재고 확보)이 관찰되지 못하면서 밋밋한 실적이 전망된다”며 “6월 기준 단체관광 비자를 통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이제 10%를 넘어서 2019년의 12%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현산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용산 개발 사업은 예정대로?
현산은 현재 용산 철도병원 부지 개발 사업과 용산역 앞 전면공원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산은 연내 철도병원 개발 사업에 착공할 것이라고 밝혔고, 최근에는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3000억 원을 조달하는 등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면공원 개발 사업은 착공 시점을 짐작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용산역 앞 광장을 신분당선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전면공원 개발 사업도 신분당선 용산역 완공 시점에 맞춰 진행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2017년 신분당선 용산-신사 구간 노선을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완공은커녕 착공도 들어가지 않았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비는 4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최근 원자재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건설 경기가 침체돼 있고, 과거 대비 미분양 위험도 높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산의 용산 지역 사업 축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전면공원 개발 사업은 당장 진행이 어려운 만큼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관련기사 ‘MOU는 맺었는데…’ HDC현대산업개발, 용산역 전면공원 개발 지연 까닭).
현산은 용산 지역 내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한다는 입장이다. 앞서의 현산 관계자는 “용산 지역 개발 사업은 현재 진행 중에 있으며 관련 이슈나 절차가 정리되면 가시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