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형 호텔서 합법 홀덤 대회인 척 개최…참가비로 시드권 받고, 상금도 시드권으로 지급
7월 11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판돈 380억 원 상당의 도박장을 운영한 대회사 대표 A 씨를 도박장소개설 혐의로 구속하고 B 씨 등 직원 11명을 공범으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외에도 홀덤 대회 시드권을 상금으로 내걸고 홀덤펍 내에서 유료 게임을 운영한 업주와 딜러, 대회 홍보자, 시드권 판매상, 시드권 거래 앱 운영자 등 204명을 도박장소개설방조 혐의로 잡아 들였다. 또한 대회사 운영수익 46억 원 상당을 기소 전 추징보전하고, 임대차 보증금 1억 원과 차량 1대를 몰수 보전했다.
A 씨 등은 2022년 1월부터 2년 동안 서울과 인천, 경기 소재의 대형 호텔에서 시드권을 현금 대신 베팅하는 홀덤 대회를 개최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6월에는 서울 소재 한 호텔에서 시드권 50장(500만 원 상당)을 제출해야 참가할 수 있는 홀덤 대회를 열어 참가자 206명으로부터 시드권 총 1만 300장(10억 3000만 원 상당)을 참가비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 등은 대회 개최 비용 및 회사 운영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대회 참가를 희망하는 개인들이나 제휴·가맹 홀덤펍을 상대로 시드권을 발행해 1장 당 10만 원 전후의 가격으로 판매했다. 시드권을 구매한 개별 홀덤펍은 방문객들로부터 참가비를 받고 자체 홀덤 게임을 개최해 승자에게 상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시드권을 지급했다.
시드권을 지급 받은 사람은 홀덤 대회 개최 시 공지되는 시드권 제출 수량을 모아 대회에 참가하거나, 오픈채팅방 등지에서 개인 간 거래를 통해 9~10만 원 정도 가격으로 매도해 현금화하기도 했다. 사실상 시드권이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재화로 유통된 셈이다.
A 씨 대회사의 시드권은 2021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종이로 된 쿠폰 형태의 실물로 발행·유통됐지만 이후 시드권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자로 발행·유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은 홀덤 대회 상금의 원천인 '판돈'을 현금으로 직접 지급 받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홀덤펍이나 개인들에게 시드권을 판매해 마련하고 이를 대회 개최 시 참가권 명목으로 제출받아 회수하는 '간접 베팅' 구조라는 점이 특이점으로 꼽힌다.
특히 각 홀덤펍들은 매출 증대를 위해 대회 참가 희망자나 현금화를 원하는 손님을 상대로 시드권을 상금으로 걸고, 참가비 5~10만 원 상당의 자체 홀덤 게임(시드권전)을 진행해 시드권의 주된 유통 경로 역할을 했다.
홀덤 대회는 유튜브에서 '누구나 참가해 1등을 할 수 있는 게임', '재물을 거는 행위가 없어 도박과 다르다', '홀덤의 스포츠화가 목표'라는 식으로 홍보되거나, 대형 호텔에서 공개적으로 대회가 열리면서 마치 합법인 것처럼 홍보됐다.
경찰 관계자는 "홀덤펍은 현금화가 가능한 시드권을 상금으로 하는 게임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 참가자도 이러한 행위가 도박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앞으로 불법 도박 대회에 연루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시드권 등을 이용한 불법 도박장 운영 범죄에 대한 수사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