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들, 일제히 ‘복직 확인’ 메시지 발송…교수들 “전공의 탄압, 갈라치기” 비판
연합뉴스에 따르면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과 고려대병원 등은 11일 일제히 전공의들에 오는 15일까지 복귀·사직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앞서 정부가 각 수련병원에 이달 15일까지는 전공의들의 복귀 혹은 사직을 처리해 부족한 전공의 인원을 확정하고, 17일까지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할 것을 요구한 데 따른 조치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오후 전공의들에 보낸 ‘복귀·사직 여부에 대한 확인을 요청드린다’는 문자와 메일에서 “15일 정오까지 복귀하거나, 사직 의사를 진료과 또는 교육수련팀으로 알려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한 내 미복귀하거나 응답이 없으신 경우에는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겠다”고 덧붙였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려대병원 등 다른 수련병원도 전공의들에게 15일까지 복귀 또는 사직 의사를 밝혀달라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서울대병원과 마찬가지로 복귀하지 않거나 답장하지 않을 경우 복귀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날 주요 수련병원이 일제히 같은 내용으로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것은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미복귀 전공의 사직 처리 방식을 통일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협의회는 문자 메시지에 기한 내 복귀하지 않거나 응답하지 않으면 복귀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겠다는 내용을 담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협의회는 수련병원들이 자율적으로 일부 문구를 수정할 수 있게 했고, 발송 시점 등 구체적인 사항은 일임했다.
협의회가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에 따라 수련병원 221곳이 동일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 미복귀 전공의들의 사직 및 복귀 의사를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37개 수련병원 교수는 사직한 전공의들이 9월 전공의 모집을 통해 복귀하지 않으면 추후 수련 특례를 적용받지 못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전공의 탄압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교수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보건복지부는 9월 하반기 모집에 응시하지 않는 전공의는 내년 3월 복귀가 불가하다고 밝혔다”며 “차별적, 선택적 수련특례 적용은 복지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관련 규정을 마음대로 뜯어고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례는 보통 공공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복지부 특례 적용은 이와는 반대로 전공의들을 위협하고 탄압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보도자료를 내고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전의비는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공언과는 반대로 전공의는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 병원과 한국 의료의 붕괴가 빨라지고 향후 2년 간의 의료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2025학년도 의대 증원안부터 다시 검토하는 등 근본적인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8일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전체 전공의를 대상으로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철회하면서 복귀한 전공의와 사직 후 9월(하반기) 수련에 재응시한 전공의에게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수련 특례는 9월 수련에 재응시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하며 사직 후 9월 수련을 통해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는 특례를 적용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