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종 불황 속 1조 원대 매각가 부담…5~10개 단위 분할매각 거론에 MBK 측 “사실무근”
MBK파트너스는 6월 3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후 9년이 되도록 공개적으로 매각 의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적으로 315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장 대부분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자체 냉장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어 퀵커머스 등에 활용 가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업계에서 예상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몸값은 8000억~1조 원 수준이다. 문제는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소비 불황으로 유통업종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최대 1조 원을 투자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할 만한 기업이 마땅치 않다. 이에 더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출이 2021년 사업연도 1조 631억 원, 2022년 사업연도 1조 203억 원, 2023년 3~11월 7758억 원에 그치는 등 성장세가 꺾인 점도 매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김익성 동덕여대 평생교육원장은 “지금 기업들이 경영진을 다 재무통으로 바꾸고 있다. 유통업체들 시가총액만 놓고 봐도 그만한 규모의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이 없다”며 “설령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의향을 가진 기업이 있더라도 그 가격에는 사려고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원매자로 거론되던 쿠팡이나 알리 익스프레스, 농협은 모두 선을 그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7월 14일 농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일부 점포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추진 중인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7월 11일에는 쿠팡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설이 나오자 쿠팡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고, 6월에는 알리 익스프레스 코리아가 “인수합병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문을 냈다.
조철휘 아주대 대학원 교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들을 인수해 도심형물류센터(MFC)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도심에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동선을 짜면서 회전율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재고 처리가 문제가 될 확률이 높고 고정비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매출과 영업손실이 동시에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가 일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을 쪼개서 팔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체 직영 및 가맹점 중 75%인 235개 지점이 수도권 핵심 상권과 주거 지역에 입점해 있어 점포를 분할 매각할 경우 원매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통으로 매각하지 않고 5~10개 단위 정도로 묶어서 분할매각하면 사는 쪽에서도 부담을 덜기 때문에 살 수 있는 사람이 훨씬 많아질 거다. 통매각보다 좀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쪼개팔기에 선을 긋고 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쪼개서 판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 역시 “기존과 달라진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 인수로 인한 부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2025년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통상 사모펀드들이 5년 내 엑시트하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보유 기간이 길다. 인수 5년 차였던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이 크게 하락하면서 매각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홈플러스의 매출은 2년째 오름세다. 홈플러스 제26기(2023 회계연도, 2023년 3월 1일~2024년 2월 28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 총 매출은 6조 9315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약 3309억 원 증가했다. 고물가와 2022년 첫 선을 보인 식품 전문 매장 메가푸드마켓의 호실적이 이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2021년 사업연도 1335억 원 △2022년 사업연도 2602억 원 △2023년 사업연도 1994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두는 등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7조 2000억 원의 인수 자금 중 4조 3000억 원을 은행을 통해 차입했고 7000억 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2조 2000억 원의 펀드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국민연금도 6000억 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투자했는데, 9%의 수익률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장 이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최근엔 수익률이 12%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부터 홈플러스는 본격적으로 점포를 매각해 은행 차입금부터 갚아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은행 차입금은 4000억 원가량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부산 서면점, 6월 서울 목동점을 폐점한 데 이어 대전 유성구 서대전점과 경기 안양점도 7월 말∼8월 중 문을 닫기로 했다. 사측은 최근 사내망을 통해 경기도 안산에 있는 안산선부점과 충북 청주의 동청주점도 폐점하겠다고 발표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서대전점·경기안양점·안산선부점·동청주점에 이어 부천상동·동대문·내당·부산반여·광주계림·순천풍덕·부천소사점까지 모두 11개 점포에 대해 임대 기간 종료에 따른 폐점 또는 자산 유동화를 하겠다고 이미 직원들에게 통보한 상황이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