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퇴거 문제 및 임시터미널·자본 확충 필요…신세계 “자금 계획 수립, 지구단위계획 진행 중”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은 2019년 10월 동서울종합터미널을 신세계동서울PFV에 4025억 원을 받고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동서울PFV는 동서울종합터미널 인수 후 40층 규모의 쇼핑·업무·터미널 등을 갖춘 복합 시설로 개발할 예정이다. 신세계동서울PFV 주주는 △신세계프라퍼티 80% △HJ중공업 10% △KDB산업은행 5% △이마트 5%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사실상 동서울종합터미널 개발을 주도하는 셈이다.
신세계동서울PFV는 당초 2021년까지 동서울종합터미널 인수 잔금을 납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세계동서울PFV는 잔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요신문 취재 결과, 신세계동서울PFV는 오는 9월 30일 잔금 납부를 완료할 예정이다.
잔금 납부라는 산은 넘겠지만 개발에 속도가 붙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풀어야 한다. 우선 동서울종합터미널 개발 이전에 터미널에 입주한 상인 퇴거 문제다. HJ중공업은 상인들에게 퇴거를 요청했지만 일부 상인들이 반발해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신세계동서울PFV의 잔금 납부 연기도 상인 퇴거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들의 합의가 끝나기 전까지는 개발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는 다수의 상인들이 HJ중공업과 합의를 완료해 퇴거한 상태다. 그러나 모든 상인이 퇴거에 합의한 것은 아니고, 일부 상인들은 현재도 HJ중공업과 합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최근 들어 남은 상인들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합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HJ중공업 관계자는 “상인들과의 합의는 상당 부분 진척이 됐다”며 “남은 부분도 합의해 가겠다”고 말했다.
동서울종합터미널 개발이 시작되면 이를 대체할 임시 터미널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구의공원을 임시터미널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렇지만 구의공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한 광진구 주민은 광진구 홈페이지에 “구의공원은 구의3동, 광장동 주민들이 소중하게 사용하는 공간”이라며 “임시 터미널 사용 시 학생들 통학로에 대한 위험도는 어떻게 감수하고 책임질 것인지 명확한 설명 없이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진구는 조만간 주민 설명회를 개최해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신세계동서울PFV는 자본 확충도 필요하다. 신세계동서울PFV의 자본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2155억 원이다. 그런데 동서울종합터미널 개발 총 사업비는 1조 80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자본 확충 방안으로는 신세계그룹의 지원, 금융권 대출, 투자 유치 등이 있다.
문제는 과거에 비해 자금 조달 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신세계프라퍼티 모회사인 이마트는 지난해 46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지난 3월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긍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그만큼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점도 대출이나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당장 신세계프라퍼티는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건설비가 상승하면서 최근 스타필드창원의 준공일을 2026년에서 2027년으로 연기하기도 했다.
윤성국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이마트에 대해 “오프라인 소매유통 부문의 사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이커머스 부문 내 투자 성과 발현이 지연되고 있다”며 “국내 부동산 경기 하강 등으로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자금유입 규모가 감소 중”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해 9월 “현재 신세계동서울PFV와 사전협상을 진행해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며 “(동서울종합터미널 개발은) 2024년 말까지 건축 인·허가 등을 거쳐 2025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의 산적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24년까지 건축 인·허가 절차가 완료되기는 쉽지 않다.
신세계동서울PFV도 정확한 동서울종합터미널 개발 시기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단계별로 자금 계획이 수립돼 있어 큰 문제가 없다”며 “잔금을 납부한다고 바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고, 인·허가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현재는 지구단위계획을 진행하는 중으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구단위계획이란 특정한 구역을 지정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공간계획을 세우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건설 인·허가 절차는 지구단위계획이 결정된 후 그 내용에 따라 사업계획을 승인 받는다.
광주신세계 유스퀘어 개발은 언제쯤?
신세계그룹 계열사 광주신세계는 지난 7월 금호고속으로부터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부동산과 터미널 사업 면허권 등을 인수했다. 인수가는 4700억 원이다. 광주신세계는 유스퀘어를 복합쇼핑몰과 최고 70층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 등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스퀘어 개발이 완료되면 현대백화점이 추진 중인 ‘더현대 광주’와 함께 지역 내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광주신세계는 ‘무차입 경영’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그렇지만 광주신세계는 유스퀘어 인수 과정에서 23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단기차입금을 200억 원에서 1200억 원으로 증액했다. 광주신세계가 유스퀘어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광주신세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3월 말 기준 2347억 원으로 유스퀘어 개발을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광주신세계는 당초 7월 초 광주광역시에 사업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광주신세계는 아직까지 관련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광주신세계 관계자는 “면밀하게 분석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광주광역시와 광주신세계가 이견을 보여 사업이 지연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광주광역시가 교통난을 이유로 주상복합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주광역시 관계자는 “광주광역시가 주상복합을 반대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오보”라며 “공식적으로 그런 의견을 낸 적이 없고,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지도 정해진 바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