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공법 택한 상속세 개정…부자들에게 보따리 풀었다

최고세율 50%에서 40%로 인하…중산층 부담 낮췄지만 혜택 크지 않아

[일요신문] 정부가 상속세 개정을 위해 나름의 묘수를 내놨다. 부자들에 큰 혜택을 주면서 중산층 부담도 낮춰주는 방안이다. 세법개정 과정에서 거대 야당의 반대 명분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다. 얼핏 파격적인 듯 보이지만 그래도 중산층과 서민보다는 부자들이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야당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정훈 세제실장. 사진=연합뉴스

당초 정부가 상속세율을 건드리기보다는 최대주주 할증(20%)을 없애는 방안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도 50%에서 40%로 낮추는 정공법을 택했다. 50%가 적용되는 30억 원 초과 구간을 없애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10억 원 초과에 40%가 최고세율이 된다. 20% 할증이 적용되는 최대주주의 경우 최고세율이 60%에서 40%로 뚝 떨어지게 된다.

중산층을 위해서는 최저세율(10%) 구간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대 1000만 원을 깎아주는 셈이다. 동시에 자녀 공제금액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현재 상속세 공제는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가 각각 5억 원씩이다. 일괄공제 대신 기초공제(2억 원)와 자녀공제(1인당 5000만 원)를 합한 금액을 선택할 수 있다. 자녀가 7명이 아니라면 일괄공제가 유리하다. 배우자와 자녀 2명에 17억 원의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를 살펴보자. 현행은 일괄공제 5억 원, 배우자 공제 5억 원을 합해 10억 원을 공제받는 것이 전부였다. 자녀 2명의 인적공제는 현재 1억 원으로 기초공제와 합해도 일괄공제보다 적다. 상속세는 과표가 7억 원, 세액은 1억 5000만 원이 된다. 정부 안으로 계산하면 자녀 2명분 공제(10억 원)와 기초공제(2억 원)의 합이 일괄공제보다 커진다. 배우자 공제와 합하면 최대 17억 원까지 공제받아 상속세 과표가 0원이 된다. 자녀가 1명이라도 상속세액은 9000만 원 정도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개편 내용은 다루지 않았다. 야당이 사실상 동의한 금융투자소득세 유예의 형평을 고려해 가상자산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도 2년간 유예하는 안을 제시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정부의 세수 감소 추계다. 이른바 부자감세에 해당하는 최고세율 인하로만 1조 8000억 원이 줄어든다. 자녀공제 확대와 최저세율 구간 확대로는 각각 1조 7000억 원, 5000억 원을 예상했다. 얼핏 1조 8000억 원과 2조 2000억 원으로 중산층에 무게가 실리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자녀공제와 최저세율 조정의 혜택은 부자들도 모두 누린다. 

부자감세 수혜자는 약 2400명에 불과하지만 상속할 자산이 10억 원 미만인 대부분의 서민들은 달라질 것이 별로 없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상속세율이 증여세율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증여한 지 10년이 지나면 상속과 별도로 과세된다. 즉 이번 상속세율 개편이 이뤄지면 조기 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 세 부담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부자들에게 큰 혜택이다.

한편 정부는 주주환원 촉진을 위해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 법인세 혜택을 주고, 이들 기업에서 배당을 받는 이들에 대해서도 분리과세를 적용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수혜대상은 연간 배당 소득만 2000만 원 이상인 이들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