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따라 부담해야 하는 경우 급증…찬반 팽팽해 가업상속 공제 확대 등 더 유력
현행 상속·증여세 최고 세율은 30억 원 초과 시 50%다. 1997년부터 시행됐다. 직전에는 10억 원 초과 시 50%의 세율이었다. 아파트 실거래 중위가격(89.26㎡·약 27평)은 상속세율 구간 조정 10년 후인 2006년 1월 1억 9673만 원에서 올 4월 3억 8159만 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서울은 3억 8882만 원에서 11억 5886만 원으로 3배 가까이 올랐고, 수도권도 2억 7242만 원에서 6억 875만 원으로 뛰었다. 그만큼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뜻이 된다. 지난해 상속재산 가액별로 살펴도 10억~20억 원 구간의 신고인원이 전체의 42.9%를 차지했다.
내국세 세수 가운데 1% 미만이던 상속·증여세 세수는 1990년 1.55%로 1%를 넘어서고 1994년에는 2.36%로 2%를 넘어섰다. 과표구간 조정 직후인 1998년 다시 1.3%로 낮아졌고 2002년에는 1.04%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면서 2006년 다시 2%를 넘어서고 2012년부터는 1994년의 기록을 갱신하기 시작한다. 2019년에는 3.21%, 2020년 4.15%, 2021년 5.02%로 정점을 찍는다. 2022년 4.1%로 잠시 주춤하지만 2023년 다시 4.73%로 높아졌다.
내국세 세수 중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 비중은 1990년 24.69%에서 지난해 37.41%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법인세율 비중은 16.86%에서 25.97%로 움직였다. 단순 비교하면 상속·증여세 부담이 3배 커질 때 소득세와 법인세 부담은 각각 51.5%, 54% 늘어난 셈이다. 해외와 비교해도 상속·증여세 부담은 높은 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 세수 비율도 한국은 0.68%로 프랑스(0.7%)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다. OECD 평균은 0.15%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편집인 포럼’에서 종합부동산세·법인세·상속세 개편 논의와 관련 “어느 것이 제일 시급하냐고 하면, 개인적으로 조금 더 고민할 부분은 상속세”라며 “전체적으로 상속세 부담이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대주주 할증과 가업상속공제, 유산취득세 전환 등 상속세 각론을 거론하며 시급성을 고려해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부연했다. 최고세율 하향조정에 대해선 “글로벌 수준에 비춰 과도한 부분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한다”면서도 “세법개정안에 포함할지는 미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계에서는 50%인 최고 세율 하향과 함께 주식 상속시 최대주주에게 적용되는 20% 할증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세율에서도 배우자 공제 5억 원 등 각종 공제를 활용하면 실효 세율은 낮아진다. 배우자에게 서울 아파트 중위 평균인 12억 원짜리 아파트를 물려줘도 과표는 7억 원으로 잡혀 세금은 1억 5000만 원(세율 12.5%)이다. 최고 세율을 조정하면 모든 과표구간에서 세율이 낮아져 상속 자산이 많은 이들이 더 유리해진다. 정부는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과세 완화에 이어 종부세 폐지 등도 추진하고 있다. 국회 과반을 차지한 야당에서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6월 2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25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5명 대상, 무선전화 97%, 유선전화 3% 자동응답방식 조사)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30% 내외로 인하하는 것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응답이 각각 45.3% 대 46.1%였다. 찬성 이유는 ‘경제 활성화 및 자산 유동화 촉진을 위해 OECD 평균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였다. 반대 이유는 ‘부자 감세 및 세수 결손 우려’였다. 정치성향별로 보수성향자에서는 67.4%가 ‘찬성’, 진보성향자에서는 77.4%가 ‘반대’였다. 중도성향자에서는 찬반이 47.6% 대 47.6%였다.
이에 따라 가업상속 공제 확대와 유산취득세 전환 등이 좀 더 유력하다. 현행 가업상속 공제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매출액 5000억 원 미만)에서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경우 최소 300억 원 이상을 공제해준다. 조세특례제한법에서는 이들에게 증여세 과세특례도 동시에 인정한다. 먼저 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가능할 수 있다. 최대주주에만 적용되는 20% 할증 과세를 완화하거나 없애는 방안도 논의될 공산이 크다.
유산취득세 전환의 경우, 현행 법령은 상속인이 물려주는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이 정해진다. 자산이 35억 원인 A 씨가 사망해 배우자와 2명의 자녀에게 법정비율대로 상속이 이뤄지면 배우자 15억 원, 자녀가 각각 10억 원이다. 하지만 피상속인 3명이 내야 할 세율은 35억 원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피상속인이 물려받는 자산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유산취득세 개념이다. 실질적으로 중산층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