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유독 많이 나와’ 베트남 현지 첩보에 덜미…운영자 전원 일망타진, 범죄수익 121억 추징 보전
31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 도박장소개설,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해외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 A 씨 등 조직원 29명을 검거하고 이중 1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A 씨 등은 2023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베트남과 경기 시흥시에 각각 사무실을 차려놓고 약 180억 원의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 등은 범죄단체조직을 결성해 조직원별로 총책과 관리자, 팀장, 팀원 등으로 지위와 역할을 정하고, 행동 강령을 만들어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분 관계에 있던 관리자급 조직원 8명은 경찰 수사를 대비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합의각서’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범행은 베트남 공안이 '하노이 외곽 고급 주택단지에 한국인 남자들이 드나드는데, 유독 전기료가 많이 나와 수상하다'는 현지 첩보를 입수하면서 드러났다.
이후 경찰은 베트남 공안과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해외에 있던 조직원들을 국내로 송환하고, 범죄수익금 약 121억 원을 기소 전 추징 보전해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경찰이 운영자들의 개인계좌와 차명계좌의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1인당 한 달에 500만~2000만 원 상당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경찰은 2018년부터 최근까지 7년 동안 필리핀에 사무실을 두고 1000억 원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12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번 사건이 지난 4월 개봉해 1150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영화 '범죄도시4'의 내용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범죄도시4'는 경찰이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범죄단체조직을 검거하는 스토리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불법 도박 규모가 100조 원을 돌파해 심각한 수준이고, 도박 중독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도 10여만 명을 넘어섰다”며 “10대 도박 중독환자들도 크게 증가하는 등 불법도박은 사회적으로 큰 폐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엄중한 수사로 운영자의 처벌과 사이트 차단을 물론 범죄수익 환수까지 철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