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개인정보 적시된 내부 감사보고서 유출 경로 ‘안갯속’…하이브, 경위 조사할까
앞서 지난 25일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민 대표와 어도어 부대표 A 씨 간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메시지에서 민 대표는 어도어 소속 여성 직원 B 씨가 사내 괴롭힘과 성희롱 문제를 제기하자 가해자로 지목된 A 부대표에게 역으로 B 씨를 공격할 것을 지시했다.
이 메시지가 '사내 성희롱 은폐 사건'으로 알려지자 민 대표는 지난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점 전후의 대화를 공개하며 해명했다. 성희롱으로 알려진 사안의 내막은 지난 2월, A 부대표가 어도어의 광고 및 파트너십을 담당하는 B 씨에게 광고주 C 씨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할 것을 제안했으나 약속 당일 회의가 급하게 소집돼 일찍 자리를 뜨면서 시작됐다. 당시 B 씨는 남성인 광고주 C 씨와의 식사를 마치고 C 씨의 매장을 방문한 뒤 일정을 마무리했으나, 하이브 측은 B 씨의 문제제기 후 이 사안에 대해 "여성 구성원을 술집에 광고주와 남겨두고 먼저 나온 것은 문제가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자리를 처음 제안할 때 A 부대표가 B 씨에게 "남자 둘이 보는 것보단 (여성도 함께 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파악된 것으로 전해진다.
민 대표는 "이후 하이브 전 계열사에 적용되는 6개월 간의 수습 프로그램 종료를 앞두고 인사고과 평가와 관련해 이슈가 발생했다. B는 A 부대표가 매사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시비를 걸었기 때문에 본인을 마음에 안 들어 해 안 좋은 평가를 통해 내보내려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오해가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퇴사를 염두에 둔 B 씨가 3월 A 부대표를 사내 윤리 규정 위반(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으로 신고했으나, 하이브 HR(인사과)에서 진상 조사를 진행한 결과 3월 16일 '혐의 없음'으로 사안이 종결됐다는 게 민 대표의 이야기다.
이 사건이 A 부대표의 위력 행사에 가까운 과도한 업무 지시와 그로 인한 오해에서 불거졌다고 파악한 민 대표는 B 씨의 이야기를 듣고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다. 이후 A 부대표는 B 씨에게 사과했고, 4월 2일 양 측이 만나 그간의 오해를 풀었다는 것이 민 대표를 통해 확인된 사건의 전말이다.
하이브가 민 대표에 대해 최초에 제기했던 '배임'과는 관련없는 카카오톡 메시지의 연이은 유출에 대해 민 대표는 "점점 더 본질과 멀어지는 괴상한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이 기이하다"라며 "저 못지 않게 갑자기 끌려나온 B나 A도 현재 상황이 대단히 황당하고 불편했을 것이다. 특히 문제의 편집된 기사로 B 또한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어떤 목적의, 무엇을 위한 기사였나. 불필요한 내용이 왜 공공에 알려져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돼야 하나"라며 관련 언급을 삼가주길 호소했다.
사건의 전말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남은 문제는 이 메시지들이 언제, 누구로부터 유출됐냐는 것이다. 앞서 디스패치는 '외부기관에 하이브가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추출한 내용'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현재 하이브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되는 '유력한 외부기관'은 민 대표의 어도어 배임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용산경찰서, 그리고 민 대표가 하이브에 대해 제기한 임시주주총회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소송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로 지목된다.
여기에 '감사보고서'라는 이유로 하이브의 담당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도 유출 가능성이 있는 외부기관 리스트에 올랐다. 특히 삼일회계법인의 경우는 이 문제로 인해 회사 내부 감사자료와 개인 정보 등을 외부에 유출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 금감원 등에 집단 민원이 들어간 상태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삼일회계법인 측은 "저희와는 아예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사에 '외부기관'과 '감사보고서'로 적시돼 있어 저희를 지목하는 것으로 보이나, 실제 저희가 다루는 회계감사보고서와는 다른 것"이라며 "저희도 기사 수정을 요청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법원 역시 유출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경찰이 현재 수사 중인 고발 사건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증거자료를 고발인이 아닌 제삼자가 받아볼 수 없고, 법원 역시 하이브 측이 신청한 '재판기록 열람 등 제한'으로 인해 31일 현재까지도 가처분 결정문 포함 전 소송자료 열람을 막아놓은 상태다. 열람 제한 신청 이전에도 원칙적으로 소송 서류는 당사자나 법원 관계자만이 열람·복사할 수 있는 만큼 재판 과정에서 유출됐을 가능성도 낮다.
이처럼 회사 내에서도 경영진이나 감사팀만이 접근할 수 있는 주요 문건인데다, 민감한 사안의 개인정보까지 포함된 감사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된 문제에서 하이브 역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해당 감사보고서의 유출에 하이브의 일정 부분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이는 이번 배임 고발 건과는 별개의 소송전으로도 비화될 수 있다. 실제로 민 대표 측 역시 "하이브의 개입 없이는 감사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하이브도 유출의 피해자라면, 이 문제는 당연히 하이브에게도 중대한 사안이 된다. 회사 조차도 내부 정보가 얼마든지 유출될 수 있는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유출이 되고 나서야 인지한 게 되는 탓이다. 현재까지 하이브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번 사안과 관련해 유출 경위에 대한 내부 조사에 착수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