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권 예상 보령머드 4연승 깜짝 선두…최연소 다국적팀 평택 3승1패 돌풍 예고
가장 큰 이변은 하위권으로 점쳐지던 보령머드의 질주. 보령머드는 초반 4연승을 거두며 깜짝 선두로 나섰다. 수년간 지역연고 선수로 보령머드를 지켰던 최정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을 선언하면서 위기에 빠졌던 보령머드는 1지명 김민서, 2지명 김다영, 3지명 이슬주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선두에 나섰다. 한편 스미레가 주장을 맡고 김주아, 고미소, 리샤오시가 팀을 이룬 최연소 다국적팀 평택 브레인시티도 3승 1패의 성적으로 선두권에 나서 이번 시즌 돌풍을 예고했다.
#이변의 보령머드, 3지명 이슬주 존재감 폭발
사실 보령머드는 이번 시즌 전문가 대부분이 하위권으로 예상했던 팀이었다. 팀을 이탈한 최정의 빈자리가 워낙 큰 데다 선수선발식 추첨에서도 마지막 순번을 뽑아 든든한 1지명을 뽑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미리 보령머드 감독이 고심을 거듭한 끝에 1지명으로 뽑은 김민서는 지난해 부안 붉은노을에서 2지명으로 4승 8패의 성적을 거뒀던지라, 누가 봐도 첫 단추가 영 불안해보였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막상 레이스에 들어서자 예상치 않은 결과가 이어졌다. 첫 1지명 중책을 맡은 김민서가 오정아, 조혜연, 김주아, 박소율을 연파하고 전승으로 팀의 선두질주를 견인하고 나선 데 이어 2지명 김다영도 3승 1패의 호성적으로 김민서와 함께 막강 투톱 형성에 성공한 것.
보령머드의 상승세가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3지명 이슬주의 존재감 때문이다. 김미리 감독이 “그나마 3지명으로 이슬주 선수를 뽑을 수 있어 다행”이라던 이슬주는 그동안 붙어 다니던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고 올해 마침내 폭발했다. 여자바둑리그 개막 직전 열렸던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마스터스에서 스미레와 최정을 잇달아 물리쳐 존재감을 과시했고, 개막전에선 철원 한탄강주상절리의 1지명 선수 조승아를 꺾어 이변을 예고했다.
4승으로 평택 브레인시티의 스미레, H2 DREAM 삼척의 김은선과 함께 개인 다승1위에 오른 김민서는 “시작 전 우리 팀이 약하다고 평가됐던 것 같은데 계속 이기니 기분이 좋다. 자꾸 이기다 보니 자신감이 붙는 것 같다”고 연승 소감을 밝혔다.
보령머드 김미리 감독은 “이번 대회는 새로 도입된 피셔 방식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데 피셔 방식에 익숙한 선수들로 팀을 꾸린 것이 주효했던 같고, 여자바둑리그의 특성 상 초반 기세가 중요한 법인데 우리 팀이 흐름을 잘 탔던 것 같다”며 상승세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서 첫 주장 스미레 4연승
지난 2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여자바둑리그 4라운드 2경기에서 평택 브레인시티가 포항 포스코퓨처엠에 2-1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평택은 3승 1패로 올라서며 4승의 보령머드, 같은 3승 1패의 부안 붉은노을과 함께 3강을 형성했다.
한국의 김주아 고미소, 일본의 스미레, 중국 리샤오시로 구성된 평택은 선수선발 때부터 한·중·일 다국적팀으로 화제를 모았다. 평택은 특히 평균 연령도 18.5세로 8개 팀 중 가장 어린 선수들로 구성돼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일본에서 건너와 처음으로 여자바둑리그 주장을 맡은 스미레는 개인 순위에서도 4연승을 거두며 1위에 올라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스미레의 스승 한종진 9단은 “스미레 3단의 성장 속도가 생각보다 더 빨라서 놀랍다.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다. 지금도 바둑이 없는 날에는 도장에 나와 연구를 하는데 AI가 알려주는 블루스팟에만 의존하지 않고 AI가 최선이 아니라는 수도 본인이 납득되면 주저하지 않고 선택하곤 한다”며 제자의 연구열을 높이 샀다.
안형준 평택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아직 어리지만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어 앞으로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더 좋은 내용이 기대된다. 어린 선수들로 구성됐지만 프로라면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개막 전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보령머드와 18.5세의 다국적 연합팀 평택 브레인시티가 앞으로 여자바둑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NH농협은행이 후원하는 2024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3판 다승제 14라운드 더블리그(총 56경기, 168대국)를 벌여 순위를 가리고 상위 4개 팀이 포스트시즌 경기를 통해 최종 우승 팀을 결정한다. 우승상금은 5500만 원, 준우승 3500만 원, 3위 2500만 원, 4위 1500만 원. 이와 별도로 정규시즌 매 대국 승자에게 130만 원, 패자에게 40만 원의 대국료가 지급한다. 미출전 수당은 10만 원.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