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금 이자 증권사가 수취…이정문 의원 “투자자 돈으로 생긴 수익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상장 일정을 공개한 기업은 총 47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일반 투자자의 공모주 청약 일정과 환불일 사이에 휴일이 포함된 기업은 22곳으로 나타났다. 비중은 약 47%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9개 상장 기업 중 17곳만 이에 해당했다. 지난해에는 총 82곳이 상장했는데 32곳이 일반 투자자 청약 일정과 환불일 사이에 휴일을 포함했다.
증권사별로는 하나증권과 대신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기업 4곳을 모두 일반 투자자 청약 일정과 환불일 사이에 휴일을 포함했다. 미래에셋증권도 6개 기업 중 5곳이 이에 해당했다. 이어 신한투자증권(5개 기업 중 4곳), KB증권(4개 기업 중 2곳), DB금융투자(2개 기업 중 1곳), 한국투자증권(9개 기업 중 4곳), 삼성증권(8개 기업 중 3곳), NH투자증권(9개 기업 중 2곳) 등으로 나타났다. IBK투자증권, 신영증권, 유진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은 각 1개 기업의 상장을 추진했지만 환불일 전에 휴일이 없는 일정이었다.
일반 투자자들은 청약 불이행 방지를 위해서 증권사에 증거금을 내고 공모주 청약에 참가한다. 증권사들은 일반 투자자들의 증거금을 청약 종료일에 한국증권금융에 맡긴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증거금 예치 대가로 증권사에 이자를 지급한다. 이자율은 연 2.55%다. 증권사가 받는 이자는 비과세다. 일반 예‧적금처럼 휴일도 이자 지급일 수에 포함한다. 증권사들은 청약 증거금 이자는 증권사들이 수익으로 챙겨간다. 증권사들이 증거금으로 받을 이자를 더 챙기려고 일부러 휴일을 포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상장한 산일전기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했다. 미래에셋증권으로 모인 증거금은 약 32조 원이다. 일반 투자자 청약은 목~금요일 이틀간 진행했고, 증거금은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된 후 화요일에 투자자들에게 환불됐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은 증거금 이자로만 약 90억 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휴일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면 이자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증권사들은 증거금 이자 때문에 청약 일정을 조정할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청약 일정은 증권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해도 금융당국에서 정정 요구를 하면 일정은 다시 바뀌게 돼 있다. 증권사가 일정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면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겠지만, 증거금 이자를 더 받기 위해 청약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소탐대실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다만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 청약은 투자자 증거금 액수가 다르기 때문에 직원들이 일일이 따져봐야 지급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노동 강도가 높다. 최근 청약 건수 증가로 업무가 많이 늘었다. 그러나 청약 일정과 환불일 사이에는 하루밖에 시간이 없다. 휴일을 포함하면 지급 절차 진행에 여유가 생긴다. 이 때문에 청약 일정과 환불일 사이에 휴일이 관행처럼 포함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반 투자자들은 휴일이 지나고서야 증거금을 환불받을 수 있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비례 청약에 참가하는 투자자들은 증거금이 1인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육박한다. 휴일을 거치지 않았다면 투자자들은 증거금을 다시 파킹통장 등으로 옮기거나 증권사에 그대로 예탁하면 주말에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청약에 참가한 투자자들도 휴일 때문에 이자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투자자들과 증권사들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청약 증거금을 투자자 예탁금에 포함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21대 국회 종료로 법안은 자동 폐기됐으나 이 의원은 지난 6월 28일 해당 법안을 재발의했다.
이정문 의원은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주관사가 회삿돈으로 이자를 번 것이 아니라 고객이 맡겨둔 돈으로 금융 수익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이 수익은 돈을 맡긴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게 맞다고 본다”며 “그동안 투자자 개별적으로는 큰돈이 아니라는 생각에 주관사에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문제를 사소하게 여기기보다 금융업계가 고객 돈과 회삿돈을 확실하게 구별하고, 투자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