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에 ‘내년 4월까지’ 약속했지만 신통치 않은 실적 등 변수…LG CNS “정해진 것 없어”
LG CNS의 IPO 추진설은 수년 전부터 흘러나왔다. (주)LG는 2020년 맥쿼리PE에 LG CNS 지분 35%를 1조 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주)LG는 2025년 4월까지 LG CNS IPO 추진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CNS 입장에서는 시간 여유가 많지 않은 셈이다. 또 맥쿼리PE는 특정 사유가 발생하면 (주)LG에게 LG CNS 지분 매입을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정 사유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IPO 조건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 오너 일가에게도 LG CNS IPO는 중요한 이슈다. 구광모 회장은 LG CNS 지분 1.12%를 갖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LG CNS의 시가총액이 최대 7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 예상대로라면 구 회장의 LG CNS 지분 가치는 784억 원이다. LG CNS 주식은 최근 장외시장에서 주당 8만 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당 8만 500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LG CNS의 현재 시가총액은 8조 3392억 원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995억 원이다. 이는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발생한 대출로 1년 이자만 150억 원 수준이다. 구 회장이 LG CNS 지분을 활용하면 대출과 이자 상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구 회장이 현재 보유 중인 주식은 (주)LG 지분 15.95%를 제외하면 LG CNS가 유일하다.
구광모 회장뿐 아니라 다른 범 LG가 일가도 LG CNS 주식을 갖고 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LG CNS 지분 0.84%를 갖고 있고, 구본준 LX그룹 회장과 구본식 LT그룹 회장은 각각 0.28%, 0.14%를 보유 중이다. LG CNS가 IPO에 성공하면 이들 역시 수백억 원을 현금화할 수 있다. (주)LG가 LG CNS 지분 49.95%를 갖고 있으므로 이들이 주식을 매각해도 지배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LG CNS는 2022년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를 상장주관사로 선정했지만 이후 진척이 없다. 2022년 당시 공모주 시장이 인기를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HD현대마린솔루션과 에이피알 등이 주식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하면서 LG CNS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LG CNS는 지난 4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비공개 논딜로드쇼(NDR)도 진행했다. NDR은 기본적인 기업 현황을 소개하는 자리지만 대형 IPO를 앞두고 투자 유치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도 활용된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LG CNS는 내년 초 IPO를 목표로 9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라며 “LG CNS 상장에 따른 가치 재평가는 (주)LG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LG CNS의 IPO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LG CNS의 최근 실적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LG CNS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1조 49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조 704억 원으로 2.04%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32억 원에서 323억 원으로 48.89%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423억 원에서 123억 원으로 69.98% 줄었다.
LG CNS는 영업이익 감소에 대해 일부 프로젝트의 일시적 이익률 하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LG CNS의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육성훈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경기 저하 사이클에서 기업들이 전반적인 투자규모를 축소할 경우 시스템통합(SI) 기업의 매출 및 수익성은 다소 저하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올해 상반기에도 전반적인 경기 개선이 가시화되지 않은 점은 LG CNS의 중기적 매출 및 영업수익성 전망을 다소 제약하는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LG CNS는 신사업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LG CNS는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진출했다. LG CNS는 올해 1월 AI 전문조직 ‘AI 센터’를 신설했다. LG CNS는 AI를 활용해 국내 은행과 업무문서 검색 서비스 개발 사업, 다른 기업과는 제품 개발 고도화를 위한 검색 서비스 개발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LG CNS가 신사업에서 성공을 거두면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배성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LG CNS는) 향후 사업역량 강화를 위해 클라우드, 디지털비즈니스 등의 부문에서 외부고객 대상의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과거 계열사 외 사업 확장 과정에서 수익성이 저하됐던 점을 고려하면 사업 다변화를 위한 투자 과정에서 재무구조 변동 여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변수는 주식 시장이다. 올해 상반기 IPO 시장에 순풍이 불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최근 상장한 이노스페이스, 엑셀세라퓨틱스 등은 모두 공모가를 훨씬 밑돌고 있다. 여기에 지난 8월 5일 코스피 지수가 8.77% 하락하는 등 주식 시장에서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LG CNS가 IPO를 연기하려면 맥쿼리PE를 설득해야 한다. (주)LG는 분기보고서에서 “(맥쿼리PE와) 일정수익률에 미달하는 경우 그 부족분에 대해 투자회수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약정을 체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맥쿼리PE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는 않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LG CNS의 고배당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LG CNS는 배당을 지난해 주당 1190원에서 올해 주당 1520원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맥쿼리PE는 지난해 LG CNS 배당으로 363억 원, 올해는 464억 원을 각각 수령했다.
LG CNS는 IPO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LG CNS 관계자는 IPO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