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폭로한 안 씨 임금체불 논란, 노동부 ‘문제없음’…콘텐츠 삭제 요청에 구제역 ‘비용 문제’ 들어 불응
안 씨는 일찍이 구제역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나 무혐의로 종결된 바 있다. 다만 당시 경찰 조치에선 일부 석연찮은 지점들이 보인다.
안 씨와 구제역의 악연은 2022년 6월 시작됐다. 당시 구제역은 제보를 받았다며 안 씨 관련 방송을 진행했다. "안 씨가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편집자 A 씨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안 씨의 '직원 임금체불 의혹 사건'을 조사했던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안을 이미 '문제없음'으로 종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2022년 7월 "A 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며 "A 씨가 민사소송으로 도급계약에 따른 보수지급을 청구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사안 조사를 마무리한다"고 통지했다.
문제는 구제역 방송이 미친 파장이었다. 일부 언론마저 구제역 콘텐츠를 인용 및 추종 보도한 탓에 안 씨 임금체불 의혹은 최근까지도 마치 사실로 인식돼 왔다.
안 씨 임금체불 사건의 쟁점은 A 씨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안 씨는 A 씨가 편집 개수 당 보수를 지급받기로 한 '도급계약 수급인'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제역과 A 씨 등은 '근로자'로서 월 임금도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구제역은 이 부분을 다루지 않았다. 안 씨 반론도 반영하지 않은 채 그해 6월 7일 방송에서 "안 씨는 다른 데 쓸 돈으로 밀린 임금을 먼저 줘라" "임금체불은 좀 아니지 않냐" 등 발언을 쏟아냈다.
구제역은 6월 15일 두 번째 방송도 진행했다. 여기선 '도급계약'을 주장한 안 씨 해명 일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매우 어리석은 해석"이라며 "도급계약이었더라면 A 씨에 돈을 더 줬어야 했다"고 단정했다. 특히 "뭔 X의 도급계약이냐"며 "안지만 씨, 인간적으로 취미생활 자제하고 돈부터 줍시다"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당시 안 씨와 구제역이 나눈 메시지 등을 보면, 구제역은 사실관계 확인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았다. 안 씨가 구제역 요청에 따라 담당 노무사의 연락처까지 제공했으나, 정작 구제역은 해당 노무사한테는 연락을 시도조차 안 했다.
이에 안 씨는 방송 약 한 달 뒤 노동부의 결정문을 받고 구제역에 '방송내용 정정 및 사과'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조롱에 가까웠다. 구제역은 해당 결과문을 보고도 "고소하세요" "당신 그러다 벌 받습니다" "밀린 임금 안 준 게 팩트" "이런 저런 핑계는 돈부터 주고 하는 게 정상인들의 사고방식입니다" 등으로 대답했다.
뒤이어 구제역은 2023년 8월 임금체불과는 무관한 안 씨 개인사를 추가로 폭로하며 시청자 비난을 유도하기도 했다.
안 씨 측의 잇단 영상 삭제 요구에 구제역이 보인 반응도 눈에 띈다. 구제역은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콘텐츠 삭제를 계속 거부했다고 한다. '영상 제작 때 들어간 돈이 많다'는 등의 이유였다.
안 씨는 일요신문에 "저는 임금체불 논란이 더해져 씻기 힘든 이미지 상처를 입고 말았다"며 "이제 와 돌아보면 구제역이 영상 삭제를 거부하면서 비용을 강조했던 게 결국 돈을 달라는 요구가 아니었는지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사건은 또 다른 의문점을 남겨 이목이 쏠린다. 안 씨는 2023년 3월 구제역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는 지난 8월 2일 일요신문에 “경찰이 거의 1년 반 가까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처분이 이토록 늦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경찰은 2023년 9월 이미 해당 사건을 '무혐의' 종결한 사실이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임금체불도 사실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노동부 조사 결과를 확인하고도 이같이 판단했다. 수원남부서 관계자는 "노동부는 A 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만 확인했을 뿐"이라며 "줘야 할 돈을 주지 않은 점만큼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안 씨와 담당 노무사 측은 거세게 반발한다. 노동부 조사 당시 안 씨를 대리한 박사영 노무사는 "임금은 근로자가 아니므로 지급할 필요가 없고, 도급계약금의 경우 적정 지급한 사실을 노동부에서 증명했다"며 "설령 경찰이 도급계약금을 문제 삼은 것이라면, 이는 노동부 결정대로 민사소송으로 밝힐 일이지 경찰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A 씨도 노동부 조사 결과 이후 민사소송 등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경찰의 사건 처리 절차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원칙대로라면 경찰은 무혐의를 결정할 경우 고소·고발인에 불송치 이유서를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안 씨는 이를 받아본 적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찰은 사안을 이미 종결한 뒤에도 안 씨한테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고 통보했다. 무혐의 결정 이후 한 달 지난 2023년 10월 안 씨에게 "사건의 피의자 조사를 마쳤다"며 "혐의 관련 법률판단이 진행 중으로 시간이 걸리는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안 씨가 경찰에서 받은 마지막 통지였다.
안 씨는 "수사가 종결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의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안 씨는 전 삼성 라이온즈 소속 프로야구 선수로 여전히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 통산 최다 홀드(177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이후 불법도박에 연루된 일을 계기로 선수 생활을 마쳤다.
한편 쯔양 협박 사태 등을 들여다보는 수원지방검찰청은 수사 대상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사이버렉카 구제역과 주작감별사(전국진·32)를 시작으로 카라큘라(이세욱·35)도 최근 구속한 데 이어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의 명예훼손 등 혐의도 살피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른바 '쯔양 방지법'도 논의되고 있다. 악의적 명예훼손에 따른 유튜브 수익을 몰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