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협박 절도 강요, 어린 여성 만나려 신분증 위조도…카이스트 측 “동아리 결성 전 제적돼”
#N번방 사건과 유사한 성착취 수년간 지속
8일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 동아리 회장 B 씨(31)는 2015년부터 각종 민‧형사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 사기, 마약투약, 협박, 절도, 강요, 사문서 위조,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B 씨 이름이 등장하는 재판만 14건. 이 가운데 강요, 성폭력, 절도, 마약투약, 공문서 위조 등 5건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나머지 사문서 위조는 선고유예, 사기죄 및 성매매알선 등 2건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도 있다.
특히 2020년 B 씨가 저지른 성범죄는 당시 사회적 공분을 샀던 N번방 가해자들 범죄 패턴과 유사했다. B 씨는 SNS를 통해 알게 된 19세의 피해자를 수년간 성적으로 착취했다.
B 씨는 피해자 나체 사진과 성관계 촬영물을 인질로 삼았다. 피해자가 자신의 연락을 피하거나 답장이 늦으면 “네가 연락을 받지 않는 동안 나는 영상을 편집했다. 나는 언제든 전쟁을 할 준비가 됐다”며 “앞으로 연락이 안 되거나 2시간 안에 콜백이 오지 않으면 이 영상들을 주변 사람들과 네 부모님, 가족에 뿌리겠다”고 협박했다. 그 뒤로도 피해자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네가 동생의 이름을 부르면서 자위하는 영상을 가족에게 보내겠다”며 강제로 관계를 이어갔다.
B 씨는 이렇게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자신이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에 고스란히 게시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수십 차례에 걸쳐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집단 성행위에 참가할 남성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다. 1인당 5만~40만 원의 참가비 모두 B 씨가 가졌다. 피해자는 B 씨가 수십 명의 남성들에게 참가비를 받은 사실조차 몰랐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지난 4월 B 씨에게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과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다만 성매매알선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B 씨와 피해자가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집단 성행위를 진행하고 참가자를 모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행위의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으며, 설령 피고인(B 씨)이 피해자 몰래 돈을 받았다고 해도 이에 대해선 별도의 음행매개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을 뿐 성매매알선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B 씨의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2021년 A 동아리를 개설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범죄를 저질렀다. B 씨는 동아리 회원 C 씨의 지인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B 씨의 과거 행적에 대한 글을 쓰자 C 씨에게 “지인에게 글을 지우라고 하지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B 씨는 법정에서 “강요가 아닌 설득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은 여러 수단으로 피해자를 협박해 그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군복무 중 휴가 위해 병원 진단서 조작도
취재 결과, B 씨 범죄는 최소 2015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군복무 중이던 2015년 휴가를 나가기 위해 병원 진단서를 조작했다가 사문서 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뿐만 아니다. 운전면허증에 적힌 숫자를 임의로 고쳤다가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B 씨는 유성펜을 이용해 자신의 나이보다 다섯 살 어리게 고친 신분증을 들고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A 동아리 전 회원은 “B 씨가 A 동아리를 만들기 전 다른 동아리에 가입하기 위해 나이 등 신상을 속인 적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절도 등 전과도 있었다. B 씨는 2020년 9월 새벽 2시쯤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 있는 창고에 침입해 보관돼 있던 호텔 소유의 와인과 샴페인 등을 미리 준비해 간 가방에 넣어 가지고 왔다. 이후 한 달 사이 총 3회에 걸쳐 263만 원 상당의 재물을 절취했다. 같은 해 10월엔 서울 영등포구에서 유명 브랜드의 스피커와 여행 가방을 훔쳤다가 적발됐다.
이미 여러 건의 전과가 있었으나 B 씨는 이듬해 사기죄로 또다시 기소됐다. 쓸 수 없는 물품을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 올리고 돈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B 씨가 피해자로부터 대금을 받더라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을 보낼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2022년 8월 재판부는 B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앞선 절도죄로 징역 10월과 집행유예 2년의 형이 확정된 상태였다.
다만 2심에선 무죄가 나왔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B 씨가 물건을 판매할 당시 해당 물건이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외에도 그는 A 동아리 회원들과 펜션을 빌린 뒤 펜션 내 집기와 인테리어 등을 파손해 펜션 주인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는 등 각종 송사에도 휘말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B 씨가 자신의 학력을 속인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카이스트 측은 6일 ‘마약사건 보도관련 사실관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자체 확인 결과, 연합동아리 회장으로 특정된 주요 피의자는 해당 동아리를 결성(2021년)하기 전에 제적(2020년)돼 이 사건 범행 시에는 소속 학생이 아니었음을 안내드린다”고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B 씨를 비롯한 6명을 마약 유통·투약 혐의로 기소했다. 주범인 B 씨와 20대 회원 등 4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고, 2명은 불구속기소했다. 한편 단순 투약만 한 8명은 치료와 재활을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된 B 씨의 1심 재판을 담당한 공판 검사가 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A 동아리 전 회원 “학생모임이라더니…30대남 다수, 여자면 무조건 OK”
B 씨는 2021년쯤 전국 연합 동아리 A를 만들었다. 목적은 친목을 위한 맛집 탐방이었다. 서울대, 고려대 등 동아리 회원 다수가 수도권 명문대 재학생들이라는 점 역시 갓 스무 살이 된 신입생들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A 동아리가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운 건 온‧온프라인에서의 활발한 홍보 활동 덕이었다. 과거 A 동아리 회원이었다고 밝힌 여성 김 아무개 씨는 “명문대 재학생들의 동아리라는 장점도 있지만 에브리타임(전국 대학생 커뮤니티)에 홍보글이 많이 올라와서 모를 수가 없었다”며 “온라인뿐만 아니라 학교 게시판에서 전단지를 본 기억도 있다. 대학에 왔으니 기왕이면 큰 규모의 동아리에서 인맥을 쌓고 싶은 마음에 가입 신청서를 내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고 했다. 대학 연합 동아리로 알려져 있던 A 동아리의 남성 회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30대였기 때문이다. 김 씨는 “친목 동아리 특성 상 번개모임(사전에 예고 없이 즉흥적으로 모임을 가지는 것)이 많았는데 막상 술자리에 나가보면 30대 남자들이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여자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 회원 역시 “보통은 1:1 면접을 보는데 이곳은 여자 지원자만 대여섯 명을 모아두고 면접을 봤다. 또 지원 자격을 꼼꼼하게 본다고 했는데 실제론 여자면 무조건 통과였다”고 했다. 이어 “명문대 재학생 우대라고 홍보했지만 실제론 경기권 대학의 학생들도 많고 유령 회원도 많았다. 처음엔 가입비가 1만 원이었는데 나중에는 5만 원대까지 올라갔다”고 했다.
A 동아리 활동 대부분은 즉흥적인 술자리였다고 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들이 호캉스(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것)도 자주 했다는 것이다. 앞서의 김 씨는 “대학생 신분으로 좋은 호텔이나 펜션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학생 입장에선 매력적인 혜택이었다”고 했다. 다만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호캉스 모임엔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B 씨를 포함한 일부 동아리 회원들은 2022~2023년 서울의 한 호텔에서 LSD 등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B 씨는 일부 회원들과 도모해 시세의 반값에 마약을 산 뒤 다른 회원에게 비싸게 팔아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리 내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소문을 전해들은 김 씨는 결국 A 동아리를 탈퇴했다. 그는 “술자리에서 좋지 않은 일이 많았다는 얘기가 있었다. 동아리 회원이 아닌 친구들도 탈퇴를 권유할 정도라 얼마 안 있어서 나오게 됐다”며 “같이 활동을 했던 친구들 중에는 은근히 성관계 요구를 받은 애들도 있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