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28억 아시아나 19억 등 총 36건 122억 육박…운항·정비 규정 위반 등 팬데믹 기간 감안하면 적지 않아
#위반 건당 많게는 16억 5000만 원 부과
일요신문이 국토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7월까지 국토부 항공분야 행정처리심의위원회에서 심의가 확정된 국내 항공사의 항공안전법 위반 행위는 36건, 항공사가 납부한 과징금 총액은 121억 9500만 원이었다.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건은 제외한 수치다. 항공안전법은 항공기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항행을 위한 방법과 항공사업자와 항공종사자의 의무 등을 규정한 법이다. 국토부는 항공안전법을 위반한 항공사에 최대 1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같은 위반 행위가 계속 발생한 경우 등에는 과징금을 가중 산정하고, 위반에 부득이한 경우가 있을 때는 과징금을 감경하는 방식이다.
국토부가 제공한 자료를 각 항공사에 교차 검증한 결과 이 기간 과징금을 가장 많이 낸 항공사는 제주항공으로 7건에 37억 3800만 원이었다. 이스타항공(5건·28억 6000만 원), 아시아나항공(5건·19억 5400만 원), 대한항공(7건·16억 2000만 원), 진에어(3건·13억 5900만 원), 티웨이항공(2건·4억 3400만 원), 에어서울(1건·2억 1000만 원), 에어부산(2건·2000만 원)이 그 뒤를 이었다. 2022년부터 올해 발생한 위반 행위 11건 중 7건은 대한항공 건이었다.
위반행위 1건당 과징금은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16억 5000만 원이 부과됐다. 진에어는 2022년 9월 인천공항에 접근하던 중 항공교통관제기관 허가사항을 어기고 계기접근절차상 유지해야 할 고도보다 강하해 운항한 이유로 과징금 500만 원을 냈다. 이스타항공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기 전인 2019년 비행 전·후 정비규정을 지키지 않고 10차례 항공기를 운항해 16억 5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외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한 승객이 비상탈출구를 불법 개방해 문이 열린 채 착륙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억 3400만 원의 과징금을 냈다. 기장과 회사 측이 관제에 해당 사실을 즉시 통보하지 않고 운항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에어서울은 객실 승무원이 비행 전 음주단속에 적발돼 2020년에 2억 1000만 원의 과징금이 확정됐다.
최근 5년 동안은 항공안전법 제93조 7항 후단 위반 행위가 가장 많았다. 이 조항은 국토부에 신고한 운항·정비규정을 해당 업무 종사자에게 제공하고 항공사와 종사자는 이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국토부에서 고시한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한 운항기술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항공안전법 제77조 2항 위반 행위가 그 다음으로 많았다. 항공기로 위험물을 운송해 항공안전법 제70조 3항을 위반한 사례도 있었다.
과거보다는 과징금이 줄었다. 2019년 이용호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2019년 8월 국토부가 항공 관련법 위반 행위로 항공사에 부과한 과징금은 약 358억 원이었다. 다만 이 자료에는 항공안전법 외에 항공사업법 위반 행위로 인한 과징금도 포함돼 있다. 또 2019년 항공안전법 과징금 부과액이 일부 중복된다.
2019년 말~2022년 사이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징금이 적은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한 번에 120억 원씩 과징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국토부가 항공사 입장을 감안해주는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윤식 항공안전연구소 소장은 “과거에 비해 과징금이 높게 부과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은 금액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징금, 항공 안전 재투자에 쓰여야”
항공업계에선 국토부 심사가 지나차게 엄격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토부는 항공안전법 제77조에 따라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확보하기 위해 항공사나 항공 종사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안전 기준을 규정한 ‘고정익항공기를 위한 운항기술기준’을 고시하고 있다. 이 자료는 421쪽에 달한다. 국내 항공사 한 기장은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은 상시로 나와 운항기술기준을 지키고 있는지를 주로 본다. 고의가 아닌 애매한 상황에서도 국토부가 일단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위반 행위를 100% 사전에 방지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안전 관리를 위한 별도 조직이 있다. 이 조직은 국토부에서 권고 사항이 내려오면 이를 전사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안전에 신경을 쓰지만 ‘휴먼 에러(인간 행동으로 인한 실수 내지는 문제)’ 등으로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정윤식 소장은 “규정이 바뀌면 교육을 한다고는 하지만 교육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해외에서 네트워크 상태가 불안정해 바뀐 규정을 확인을 못하기도 하고 규정을 잘못 해석해서 문제가 생길 때도 있다. 항공사가 규정을 잘 교육하고 전파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소한 프로토콜을 지키지 않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결국엔 항공사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항공사 조직 문화와 관련해 이창재 조선대 무역학과 교수는 “과거 권위주의적 의사소통이 항공사고로 이어졌다는 내용이 항공사고 조사보고서에 있었다”며 “상명하복 식의 조직문화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행위 등이 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징금을 항공 안전을 위해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징금 징수금액은 국고에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다. 권보헌 교수는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는 과징금을 내면 항공 안전을 위한 시스템에 투자하기 더욱 어려워지는 구조”라며 “국토부가 부과한 과징금을 항공 안전에 재투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항공안전투자공시에 따르면 대형항공사(FSC)와 LCC의 항공안전투자 비용은 크게 차이가 났다.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약 2조 7914억 원, 1조 5727억 원을 투입했다. LCC는 △제주항공(4935억 원) △티웨이항공(2512억 원) △에어부산(2293억 원) △진에어(1119억 원) △에어서울(604억 원) △이스타항공(302억 원) △에어프레미아(260억 원) △에어로케이(74억 원) 순이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