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복권 반대한 한동훈…친명계 겉으론 ‘환영’, 안으론 당 분열 경계 분위기
지난 8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김 전 지사를 광복절 특별 사면·복권 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그러다 2022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출소 다섯 달을 앞두고 석방됐다. 복권은 이뤄지지 않아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다.
사면심사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사면·복권 대상자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한다. 최종 결정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선정 과정에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다. 광복절 특사·복권안은 오는 13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복권이 이뤄지면 김 전 지사는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여권 내부에선 반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동훈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한동훈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에도 정치인 사면을 함부로 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는 입장을 계속 밝혔다”며 “하지만 사면권은 대통령 권한인데 여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반대할 수는 없다. 딜레마이다"라고 전했다.
11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사면·복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지만, 김 전 지사 범죄는 너무 심각해 재고 의견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국기문란 선거사범 김경수 복권은 재고 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안 의원은 “김 전 지사는 다른 선거 범죄자와 다르다”며 “‘김경수-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상 최대 규모로, 질적, 양적으로 전무후무한 중대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에선 기대와 경계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 8·18 전당대회 경기 지역 순회 경선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지사가 복권 될 경우 친문·친노 세력 구심점이 될 가능성’을 묻는 말에 “후보는 다양하고 많을수록 좋다”며 “(윤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인 여러 루트를 통해 복권 요청을 드렸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두관 전 의원은 입장문에서 “김 전 지사 복권은 다양성과 역동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김 전 지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으로 원조 친노무현계로 알려져 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민주당) 전당대회를 하고 있는데 (복권을) 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김 지사가 복권 돼도 차기 대권에 대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가 사그라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처럼 야권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대권 ‘잠룡’으로 거론돼온 김 전 지사를 복권해 민주당을 분열시키려 한다고 의심한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복권 결정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의) 특별사면 복권 권한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그런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갖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대 의사를 드러낸 한동훈 대표를 향한 발언도 나왔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5000만 국민이 반대한다 하더라도 한 대표는 반대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두 대통령을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리신 분이 무슨 염치로 반대하는지 참 가소롭기만 하다”며 “다행히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대통령실에서 정리했기 망정이지, 사면·복권 권한마저 한 대표가 가진 것으로 착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올해 ‘8·15 광복절 특별 사면·복권’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며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김 전 지사 복권은 여야의 진실공방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11일 MBC와 YT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여러 경로로 김 전 지사 복권을 요청했다는 이 전 대표의 말에 대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 4월 영수회담 전후로 민주당이나 이 전 대표가 복권 문제를 거론한 것은 사실이 아니고, 다른 통로로 복권 요청을 전해온 바도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복권 요청이) 없었는데 했었다고 (이 전 대표가) 이야기했겠나”라며 “그 사실을 여권 관계자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사면·복권 정치는 대통령실하고 극소수만 아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