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소송 이겼지만 다수 기업 돌려받지 못해…재단 보유자산 적어 전액 반환 어려울 듯
K스포츠재단은 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주도로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하지만 K스포츠재단의 실질적인 운영은 최순실 씨가 맡았고 설립 과정에서 대기업 출연 요청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K스포츠재단 출연액을 살펴보면 △삼성그룹 79억 원 △SK그룹 43억 원 △현대자동차그룹 43억 원 △LG그룹 30억 원 △포스코 19억 원 등이다.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K스포츠재단 출연 요청과 관련해 강요죄는 무죄로 판결했고, 직권남용죄만 유죄로 적용했다. 강요죄의 요건인 ‘협박’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것을 뜻한다.
K스포츠재단은 2018년 출연한 기업들에게 출연금을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K스포츠재단은 이후 입장을 바꿔 출연금 반환을 거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죄가 무죄이므로 대기업도 강박에 의해 출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KT는 K스포츠재단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KT는 2022년 최종 승소했고,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출연금 7억 원을 돌려받았다. KT의 판결 이후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다른 기업들도 소송에 들어갔고, 대부분 승소했다.
재판부는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한 기업의 출연금 반환 소송 판결문에서 “출연 당시 K스포츠재단의 실질적인 설립 목적 및 그 경위를 알지 못한 채 설립 추진 계획 및 정관상 목적 등을 그대로 믿고 출연한 것은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라며 “(K스포츠재단은) 설립 자체가 취소되는 중대하고도 현저한 위법성을 내포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러한 사정을 미리 알았다면 출연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K스포츠재단은 지난 5월 3일 파산 선고를 받았다. 파산 선고를 받은 법인의 모든 재산은 파산재단으로 묶인다. 파산재단이란 채권자들에게 배당돼야 할 법인의 재산을 뜻한다. 파산재단의 관리 및 처분은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맡는다.
일부 기업은 K스포츠재단 파산 전 출연금을 반환 받았다.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한 기업 관계자는 “법원 판결 후 큰 잡음 없이 출연금을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의 기업은 승소했음에도 아직 출연금을 반환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다른 기업 관계자는 “현재 파산관재인과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절차가 마무리되면 최종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스포츠재단이 보유한 자산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출연금을 반환 받지 못한 기업들이 출연금 전액을 반환받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기업들로부터 받은 출연금은 총 288억 원이다. 국세청 공익법인공시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의 자산총액은 2018년 말 기준 230억 원이었다. K스포츠재단은 2018년 이후 실질적인 활동이 없어 현재 자산은 230억 원보다 적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부 기업은 출연금 반환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워낙 여러 기업이 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다보니 돌려받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판결이 늦어져 출연금 반환이 어려울 뻔한 기업도 있었다.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은 대부분 2022년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중순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의 경우에는 올해 5월 30일에야 판결을 받았다. K스포츠재단 파산 선고 이후 판결이 나온 것이다.
법인이 파산하면 채권자들은 기한 내 채권을 신고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4주의 기한이 주어진다. 다행히 롯데케미칼은 채권 신고 기간 내 신고를 완료해 출연금 반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판결이 더 늦어졌으면 기간 내 신고가 어려울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롯데케미칼은 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17억 원을 출연했다. 이와 관련,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재판 과정 중의 법리적인 다툼으로 늦어졌다”며 “판결은 승소로 확정됐고, K스포츠재단 파산 절차를 통해 반환 예정이며 정확한 금액은 예측이 어렵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2018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을 취소했다. 미르재단은 곧바로 청산 절차를 밟았고, 보유 자산은 국고로 환수됐다. 미르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이 출연금을 반환 받기 위해서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업들의 미르재단 출연금 반환과 관련한 소송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K스포츠재단은 미르재단과 달리 문체부의 설립 취소 결정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0년 K스포츠재단 설립 취소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후 K스포츠재단은 청산 수순을 밟았지만 기업들의 출연금 반환 소송이 이어졌고, K스포츠재단이 반환해야 할 출연금이 보유 자산보다 많아지자 결국 파산을 선택했다.
법원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은 지난 4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파산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미 대다수의 기업이 K스포츠재단과의 재판에서 승소한 시기였다.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비교적 빠르게 판결을 받은 기업들은 출연금을 돌려받았지만 이후 비슷한 시기 판결이 몰려 반환해야 할 출연금이 늘어나면서 반환이 어려워진 것 같다”며 “반환이 쉽지는 않겠지만 계속 노력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스포츠재단 파산관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관계자는 “전액은 아니고 일부는 반환이 가능한 상황”이라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