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합동감식…“빈 810호 객실‘서 타는 냄새 난다는 투숙객 말 있었다”
부천 호텔 화재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부천시 원미구 중동 코보스호텔에서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합동 감식에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팀과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5개기관 관계자 33명이 투입됐다.
오석봉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합동감식 브리핑에서 “화재 장소로 확인된 8층을 비롯해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 규명에 집중했다”며 “감식 결과를 토대로 폐쇄회로(CC)TV 확인과 목격자 등 참고인 수사를 실시해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전모와 방독면을 착용한 조사관들은 과학수사 장비와 카메라 등을 챙겨 호텔에 진입해 최초 발화점으로 유력한 호텔 810호 객실을 중심으로 사상자들이 발견된 계단과 복도 등 건물 안팎을 살폈다.
불이 나기 전 한 투숙객이 810호 객실에 들어갔다가 호텔 측에 “타는 냄새가 났다. 객실을 바꿔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810호는 투숙객 없이 비어 있었다.
소방 당국은 발화 지점인 810호가 비어 있던 점을 고려할 때 담뱃불과 같은 실화 가능성보다는 빈 객실에서 누전이나 에어컨 스파크 등 전기 관련 요인으로 불이 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방문한 화재 현장에서 “전기적 요인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담 수사본부를 꾸려 화재 원인 규명에 나서는 동시에 투숙객과 호텔 관계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810호에 들어갔던 투숙객 신원을 확인해 참고인 조사를 하고 있다”며 “화재 전후 행적을 비롯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발생한 이번 화재로 투숙객 등 7명이 숨졌고, 중상 2명을 포함한 부상자 12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불길이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내부에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졌고, 각 객실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2004년 준공된 코보스호텔의 객실은 모두 63개로, 화재 당일 총 27명이 투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