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건 17일 만의 첫 조사 앞두고 “정말 죄송” 틀에 박힌 말만…야간 조사까지 갈까
23일 오후 7시 45분께 슈가가 서울 용산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회복무요원 신분인 슈가는 이날 근무 일정을 모두 마친 뒤에 경찰에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 수트 차림으로 변호사와 함께 한 슈가는 "일단 굉장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많은 팬분들과 많은 분들께 정말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오겠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유명인들의 '경찰 출석 소감'이 늘 그렇듯, 슈가 역시 이처럼 틀에 박힌 말을 끝낸 뒤엔 취재진의 질문엔 일절 답하지 않은 채 황급히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기자들은 슈가에게 "음주운전 적발 후 바로 경찰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음주 측정 결과 만취 수준으로 나왔는데 맥주 한 잔 마셨다는 말이 맞는지" "술을 마시고 전동 스쿠터를 운전하면 안 된다는 걸 몰랐다는 입장은 그대로인지" 등을 물었다.
앞서 슈가는 지난 6일 오후 11시 15분께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의 한 거리에서 음주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운전한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슈가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 이상)을 훌쩍 웃도는 0.227%로 알려졌으며, 인도에서 해당 스쿠터로 음주 주행 중 나인원한남 정문 앞에서 입구 안쪽으로 좌회전하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마침 근처를 순찰 중이던 경찰 기동대원들이 도와주러 왔다가 술냄새가 나는 것을 확인, 음주 측정을 실시한 뒤 슈가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이날 첫 조사를 통해 슈가의 음주 운전 경위를 중점적으로 캐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의 정확한 음주량과 더불어 전동 스쿠터로 이동한 상세한 경로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경찰은 슈가가 사과문을 내면서 전동 스쿠터를 전동 킥보드로 바꿔 말하고, 현장에서 면허 취소 처분과 범칙금만 부과받은 것처럼 밝혀 사안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알아보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주말과 야간 조사는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슈가의 출석이 저녁에 이뤄진 만큼 최장 3시간 가량 걸릴 것으로 점쳐지는 이번 조사는 늦은 밤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경찰은 슈가의 소환과 관련해 비공개 원칙에 따라 포토라인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취재진이 몰리면서 경찰서 입구에 자연스럽게 자체적인 포토라인이 설치됐고, 슈가는 청테이프로 표시된 해당 지점에 서서 플래시 세례를 받아야 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 가운데 경찰서 포토라인에 서게 된 것은 슈가가 최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