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인·상습 대마 혐의 피해…다양한 의료용 마약류 오랜 기간 많은 횟수 투약 탓 ‘발목’
배우 유아인(38·본명 엄홍식)은 첫 판단에서 불구속 기소가 결정됐고, 두 번째 판단에서도 유죄 선고가 나왔다. 물론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 있지만 1심 법원은 징역 1년형을 선고하며 유아인을 법정구속했다. 경찰과 검찰 수사 단계에서 두 번이나 구속영장 발부를 피해갔지만 이번에는 피하지 못한 것이다.
2023년 10월 19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유아인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의료법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3년 6월 경찰이 유아인을 검찰에 송치할 당시 유아인이 투약한 마약류는 최소 8종이라고 밝혔다. 프로포폴, 대마, 코카인, 케타민, 졸피뎀, 미다졸람, 알프라졸람 그리고 구체적인 정보를 밝힐 수 없는 또 한 종 등이다.
법은 마약류를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향정), 대마 등 3가지로 분류한다. 경찰 수사 결과만 놓고 보면 유아인은 코카인(마약), 프로포폴, 케타민, 졸피뎀, 미다졸람, 알프라졸람(이상 향정)에 대마까지 세 가지 마약류를 모두 투약한 것이다. 검찰 기소 단계에서 코카인 투약 혐의는 제외됐다. 검찰은 “유아인의 코카인 사용 혐의와 해외로 도피한 공범 검거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추가 수사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핵심으로 부각된 것은 유아인이 코카인을 ‘언제’ 투약했느냐였다. 유아인의 체내에서 코카인 성분이 검출되긴 했지만 소변이 아닌 모발 검사를 통해서였고, 사람마다 모발 성장 속도가 달라 모발 검사 결과로는 투약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 법원은 검찰이 투약 시점을 특정하지 못할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를 우려해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된 것만으로는 유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투약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신빙성 있는 진술이나 본인의 자백 등 투약시점을 특정할 추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검찰이 기소 과정에서 코카인을 제외했다는 것은 추가 증거 확보에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9월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유아인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80시간의 약물 재발 교육 이수와 약 154만 원의 추징금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흡연 등의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지만 대마 수수로 인한 대마 교사와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는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이 유아인의 마약 관련 혐의들을 연일 확장하며 대대적으로 수사해 나갈 것을 밝혀온 것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다.
재판 과정에서 인정된 유아인의 혐의 중 ‘향정’의 경우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NIMS)에서 먼저 의혹이 드러나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유아인의 체내에서도 해당 성분이 검출됐다. 이후 병원 기록 등을 통해 투약 시점과 횟수 등도 확인됐다. ‘대마’는 소변 검사에서 검출돼 투약 시점 특정도 불필요한 상황이라 이미 유아인 측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대마 수수 관련 혐의가 무죄로 나오면서 ‘상습성’은 입증되지 못했다. 상습이 아닌 대마 초범의 경우 벌금형 정도로 처벌된다. 아예 검찰 수사 단계에서 기소유예가 나오는 사례도 많다. 앞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 유아인에게 검출된 마약류를 1종, 4종, 5종, 8종으로 늘려가며 화제성을 키웠지만 검찰 단계에선 그 가운데 가장 강력한 마약류로 꼽힌 코카인은 기소조차 하지 못했고, 대마 상습 투약은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1심 판결은 향정에 집중됐다. 향정만 유죄로 인정될 경우 벌금형으로 끝날 수도 있다. 앞서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기소된 연예인 대부분은 향정으로 벌금형을 받았고, 상습성이 입증될지라도 징역형의 집행유예 수준이었다. 따라서 1심 판결은 유무죄보다 실형 여부가 관건이었는데 법원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20~2023년 프로포폴 181회를 투약하고 2021~2022년 타인 명의로 수면제를 상습으로 매수하는 등 범행 기간, 횟수, 방법, 수량 등에 비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의료용 마약류는 의존성·중독성 등으로 인해 관련 법령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는데, 피고인은 법령이 정한 관리 방법의 허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들이 프로포폴 등 과다 투약 위험성을 설명하고 주의를 줬음에도 계속 범행을 저질러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봤다.
다양한 의료용 마약류를 오랜 기간 너무 많이 투약한 탓에 1심에서 실형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오랜 기간 수면장애, 우울증 등을 앓아와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 투약·매수하게 된 동기가 주로 잠을 잘 수 없었던 고통 때문인 것으로 보여 참작할 바가 있다. 약물에 대한 의존성을 고백하고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1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법정구속이다.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 한 유아인은 3심까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이미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두 번이나 구속영장을 기각됐지만 이번 1심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징역형을 선고했기 때문에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염려돼 법정에서 구속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와 더불어 유아인이 30대 남성을 성폭행한 혐의(유사강간)로 피소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법정구속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