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 범죄 횡행? 검출량 비해 단속 실적 높지 않은 지역도…“공급사범 엄벌·투약사범 재활 투트랙 정책 필요”
식약처 연구용역을 맡은 부산대학교 환경공학과 오정은 교수 주관 하수역학 연구팀(경상국립대학교, 상지대학교 연구진 참여)은 17개 시·도별 최소 1개소 이상, 전체 인구의 50% 이상을 포괄하되 산업·항만 지역 등은 추가 대표 하수처리장을 선정해 하수를 연간 분기별로 4회 채집해 주요 불법 마약류 성분인 필로폰(메트암페타민)·암페타민·엑스터시(MDMA)·코카인 등의 검출량을 조사했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3년 가장 높은 마약 단속 실적을 낸 곳은 수원지검과 인천지검이었다. 두 곳의 관할 구역이 모두 식약처 마약지도상 국내 부동의 1위 마약 필로폰이 가장 많이 검출된 지역으로, 마약 투약 추정치와 단속 결과가 일치하는 특징이 나타났다. 반면 필로폰 성분 검출 전국 3위를 기록한 경남의 경우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창원지검이 9위 수준의 단속 실적을 보여 암수 범죄율이 높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창원지검 관계자는 “현재 검찰은 단순 투약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경남 쪽에 필로폰 검출량이 많다는 식약처 통계를 바탕으로 관련 부서와 관련 대책을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상남도경찰청은 “8월 1일부터 하반기 마약류 범죄 집중 단속 계획을 운영하고 있고, 9월 1일부터 연말까지 4개월 동안 클럽 등 유흥가 일대 마약류 범죄 근절을 위해 특별 단속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도경의 마약 수사팀과 지역 경찰서 마약 수사팀을 모두 편성해 마약류 범죄 단속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과 시화공단 등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역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이 많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천기홍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는 “원인과 결과보다 현상 해석 측면에서 인천지검과 수원지검에서 마약 범죄 검거율이 높았다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면서 “식약처 통계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인천이나 시화공단 주변 하천에서 필로폰이 많이 검출됐다. 하지만 해당 통계가 사람에 대한 시약 검사가 아닌 하수 역학에 근거한 자료고, 노동부의 우려도 나올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에 원인에 대해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구하기도 어렵고 값비싸 국내에서는 널리 퍼지지 않았던 코카인이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이를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약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편중돼 있던 코카인이 지난해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처음으로 검출됐고, 1000명당 사용 추정량도 15.46mg으로 9.86mg을 기록한 서울을 제쳤다. 앞으로 코카인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천기홍 변호사는 “마약이 점차 국내에 퍼지면서 투약자들이 내성이 생기고, 조금 더 강하고 비싼 마약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상황”이라면서 “코카인이 여기 해당하는데, 해외여행이나 유학 등을 통해 코카인을 접하는 기회가 생기고 접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코카인 수요가 증가한 것 같다. 앞으로도 다양한 마약이 국내에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마약 범죄는 대표적인 암수 범죄이며 재범률이 일반적인 범죄에 비해 50~100% 높다”면서 “따라서 마약을 한번 이상 투약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중독성을 치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가적으로는 불법마약류 대응을 위해 공급사범을 엄벌, 투약사범 치료·재활의 투트랙 정책으로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