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등급 고기, 소매가보다 비싸게 강매 논란…피해액 200억대 투자 사기 의혹과도 무관치 않아
한양화로 가맹점주들은 이처럼 가맹계약 과정에서 본사로부터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피해를 호소한다. 일부 가맹점주는 계약 해지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한양화로 본사가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주고자 가맹점주를 쥐어짰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양화로 본사는 소고기 유통 사업으로 월 10% 수익을 보장한다며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끌어모은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에 고소장이 접수된 피해액만 200억 원 상당이다.
한양화로 가맹점주 17명은 한양화로 본사 '바나바에프앤비'에 가맹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지난 7월 19일 보냈다. 가맹점주 17명은 바나바에프앤비가 △허위·과장 정보 제공 △불공정거래 △정보공개서 미제공 등 신의성실 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 17명은 "아무런 답변이 없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법적 절차 및 고발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가맹점주는 한양화로 핵심인 소고기와 관련해 피해를 호소한다. 본사 바나바에프앤비는 캐나다산 프라임(PRIME) 또는 AAA등급 소고기를 캐나다 대농장과 직접 거래해 저렴하게 사온다며 가맹점주를 끌어모았다. 바나바에프앤비는 소고기 유통 사업을 기반으로 가맹점뿐 아니라 투자자를 모집했다. 투자자에게 월 10% 수익과 함께 원금 보장을 약속했다.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추가 수익을 주는 다단계 방식까지 활용했다.
한양화로 매장은 지난 2년간 꾸준히 늘었다. 바나바에프앤비는 한양화로 가맹사업을 2022년 11월 시작했다. 바나바에프앤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한양화로 매장은 2022년 말 4곳에서 2023년 말 69곳으로 급증했다. 바나바에프앤비는 지난 4월 초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양화로 가맹점 160호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본사 몸집이 급격히 커지는 동안 일부 가맹점주 속은 문드러져 갔다. 한양화로 일부 가맹점주에게 납품된 소고기는 프라임 또는 AAA등급보다 낮은 A등급이었다. 캐나다산 소고기는 프라임이 최상등급이다. 뒤이어 AAA등급, AA등급, A등급 순이다. 한양화로 가맹점주 A 씨는 "프라임 등급 소고기는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며 "부패된 썩은 고기가 5~6번 들어왔다. 본사에 교환을 요청했지만 교환은 오픈 초기 한 번만 이뤄졌다"고 말했다.
A 씨는 "본사가 고기를 가맹점주에게 비싸게 넘겼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바나바에프앤비는 지난 8월 말 한양화로 가맹점주에게 캐나다산 소고기 갈빗살을 등급 구분 없이 1kg당 2만 3500원에 공급했다. 같은 시기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에서 캐나다산 A등급 소고기 갈빗살은 1kg당 1만 8000원대에 판매됐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미트박스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 가능한 셈이다. 가맹점이 본사에서 받은 갈빗살이 AAA등급이라고 해도 가맹점 공급가는 특별히 저렴하지 않았다. 미트박스에서 AAA등급 갈빗살은 가맹점 공급가와 비슷한 2만 3000원대에 판매됐다.
한양화로 가맹점주 17명은 내용증명에서 "가맹점이 구매하는 고기 전 품목은 대한민국 소비자 누구나 가맹점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부패된 썩은 고기 교환과 고기 품질 시정을 요구했으나 가맹본부는 교환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주 17명은 과도한 인테리어 비용 문제도 꼬집었다. 가맹점주 17명은 "본사가 가맹계약 당시 홍보했던 비용을 초과해 인테리어 비용이 발생했다"며 "본사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바나바에프앤비는 2022년 11월 공정위에 등록한 정보공개서에서 인테리어·주방 집기·간판 등 비용을 99㎡(약 30평) 기준 8690만 원으로 기재했다. 그런데 약 30평 매장을 창업한 한 가맹점은 인테리어·주방 집기·간판 등 비용으로 약 1억 1000만 원을 통보받았다.
한양화로 가맹점이 겪는 어려움은 바나바에프앤비 투자 사기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의 한양화로 가맹점주 A 씨는 "본사는 가맹점을 상대로 수익을 많이 남겨야 그 돈으로 투자자한테 수익금을 줄 수 있다"며 "그래서 가맹점에 강매를 한 것 같다. 투자자가 운영하는 가맹점은 고기 교환이 원활하게 되는 등 본사에서 일반 가맹점과 다르게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바나바에프앤비 최대주주이자 감사 B 씨 등은 2022년 9월경부터 사업설명회를 열어 "우리는 바나바에프앤비 대표 및 임원이다. 한양화로를 우리가 만들었다. 캐나다에서 소고기를 수입해 유통하는 사업이 있다. 캐나다에 있는 대농장 '넬슨팜' 농장주 C 씨와 직접 계약을 맺어 평균 40% 마진이 남는다. 투자하면 열 달 동안 이자를 매월 10%씩 받는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B 씨 등은 넬슨팜 농장주라는 C 씨를 한국으로 초대해 투자자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2023년 말부터 수익금을 받지 못했다. 바나바에프앤비 소고기 유통 사업은 실체가 불분명했다. 평균 40% 마진이 발생하는 과정에 관한 상세한 설명은 없었다. 알고 보니 C 씨는 넬슨팜 농장주가 아니었다. 투자자들은 올해 초부터 바나바에프앤비와 최대주주 B 씨 등을 고소했다. B 씨는 지난 6월 기준 바나바에프앤비 지분 75.82%를 가진 최대주주다. 한양화로 관련 상표권도 모두 B 씨 개인이 갖고 있다. 결국 바나바에프앤비는 투자 사기 의혹으로 지난 8월 28일 서울 강남경찰서 압수수색을 받았다.
바나바에프앤비는 지난 7월 일부 언론을 통해 배포한 기사에서 투자 사기 의혹을 반박했다. 바나바에프앤비 측은 "C 씨는 넬슨팜 농장 실소유주"라며 "이를 증명하고 설명할 자료를 차고 넘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넬슨팜 측은 "C 씨는 넬슨팜 소유권을 가진 적 한 번도 없다"는 입장이다. 넬슨팜 측은 "C 씨 측과 거래를 한 적은 있지만, 2023년 8~9월 이후 거래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일요신문은 바나바에프앤비 본사와 최대주주 B 씨, 대표이사 D 씨에게 투자 사기 및 가맹점주 기망 의혹에 관한 입장을 묻고자 연락을 취했다. 바나바에프앤비 본사 관계자는 9월 4일 "따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어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최대주주 B 씨와 대표이사 D 씨는 9월 4일부터 9월 11일 오전까지 여러 차례 전화와 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다.
한양화로 투자 사기 의혹 집단소송을 맡은 신광현 법무법인 정솔 변호사는 "당초부터 약속한 투자 수익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음에도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명백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며 "사기죄 및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웅 정솔 전문위원은 "가맹점주들은 가맹계약 해지를 통한 가맹비 환급, 로열티 환급, 각종 손해배상 청구를 본사에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바나바에프앤비 측은 지난 9월 20일 "가맹계약 해지를 요구한 17명의 가맹점주들이 보내온 내용증명에 대해 현재 대화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맹점에 부패한 고기를 납품한 적이 없다"며 "부패한 고기를 납품받았다는 주장은 해동 과정 메뉴얼을 준수하지 않았거나 산소 차단으로 발생한 갈변 현상을 오해한 일부 가맹점주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바나바에프앤비 측은 또 "본사는 원육 공급가격을 장기간 고정적으로 유지해야 하기에 특정 시점에 비싸다는 이유로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인테리어 비용은 상호 협의된 부분이었고 이를 미지급한 가맹점주들이 추후 지급하겠다는 것을 믿고 기다려 주었더니 오히려 이제 와서 금액이 과도하다며 뒤늦게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나바에프앤비 측은 "강매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가맹점주들은 오히려 본사 식재료 매입률이 10%에 불과하다"며 "가맹본부가 투자자가 운영하는 가맹점만 우대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