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LH 주택가치 2배 뛰었는데 장부에 반영 안 돼”…‘빌라 무제한 매입’ 정책 탓 재정부담 커진 상황 주목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LH의 올해 부채 전망치는 164조 원으로, 35개 정부 공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LH의 부채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 2028년 227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로 전망된다. 자본금 대비 부채 비율도 올해 221.4%에서 2028년 232.2%로 더 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H는 재무 여건이 악화한 주요 원인의 하나로 ‘공공임대주택사업’을 지목하고 있다. LH는 지난해 수립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2023~2028)’에서 임대주택사업으로 발생하는 운영손실은 연간 1.9조 원, 부채는 88.6조 원으로 이는 총부채의 6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LH는 해당 계획에서 “임대주택건설과 3기 신도시 등 정책사업의 누적, 원가 상승에 따른 부채 증가로 향후 재무 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임대주택 관련 부채와 건설·운영 손실에 대해 적절한 (정부)정책지원이 요구된다”고 기술했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LH의 이러한 공공주택사업 적자 주장이 사실상 ‘거짓’이라며 공세를 폈다. LH가 그동안 건설해 보유 중인 공공임대주택의 자산가치가 현 시세에 맞게 온전히 평가되지 않아 사업 전반의 수익 계산이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이 지난 5일 발표한 ‘LH 수도권 공공주택 자산보유실태 분석결과’를 보면 수도권 공공임대주택 37만 3861세대(2022년 기준) 취득가액은 총 44조 원으로, 올해 과세기준 공시가격을 적용하면 8조 원(18%)이 늘어난 52조 원이 된다. 시장 가격(올해 7월 기준)을 반영하면 실제 시세는 2.1배인 93.6조 원으로 껑충 뛴다. 그런데 LH의 장부가액은 39.5조 원으로 취득가액 보다 오히려 4.5조 원 낮다. 건물에 대해 감가상각을 적용해 평가액이 낮아진 결과 수치다.
경실련은 이번에 조사한 LH 수도권 공공임대주택 단지 각각의 자산가치를 따져본 결과 취득가액 대비 많게는 최대 4~5배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경기 성남시 위례31단지 자산가치가 3924억 원에서 1조 7389억 원으로 4.4배, 광명시 하안13단지가 2785억 원에서 1조 880억 원으로 3.9배, 하남시 미사17단지가 3332억 원에서 1조 63억 원으로 약 3배 상승한 것을 예로 들었다.
경실련은 LH가 보유한 공공주택 자산가치가 취득가격에 비해 낮게 평가되면서 ‘공공주택 사업은 적자사업’이라는 논리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LH 사업관리실에 따르면 LH는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원가법(취득 이후 연차별 감가상각)’과 ‘공정가치법(취득 이후 공정가치로 재평가)’ 가운데 많은 기업들이 쓰고 있는 ‘원가법’을 적용해 공공임대주택 자산을 평가 중인 상황으로, 이는 임대주택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H 사업관리실은 입장자료에서 “임대주택은 장기간 매각할 수 없는 자산으로, 공정가치 평가는 불확실한 미래이익을 현재의 재무제표에 선반영하는 결과를 야기한다”면서 “외부 부동산 시세 등락에 따라 매년 당기손익이 변동돼 경영성과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가치법 적용 시 부동산 가치 상승액만큼 자산과 자본이 같이 증가해 부채비율은 감소하나 현금유입이나 부채 규모에 변동이 없어 재무건전성 개선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경실련이 LH의 자산평가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배경에는 LH가 적자 사정을 앞세워 앞으로 공공임대주택 건설 규모를 축소하거나 회피할 것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다. LH는 정부가 최근 몇 개월 새 급등한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꺼낸 ‘8·8 부동산 대책’으로 그 어느 때보다 사업 재정 부담이 치솟은 상태다. 향후 2년간 수도권 신축 빌라·오피스텔 ‘11만 가구+α’ 매입 임대, 서울 신축 빌라 ‘무제한’ 매입 임대 등 정부가 쏟아낸 파격 대책들을 수행하느라 예산 투입을 ‘영끌’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경실련은 정부가 다급한 마음에 꺼낸 ‘서울 신축 빌라 무제한 매입’ 방침이 LH 재정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을 우려하며 자칫 아파트 형태인 공공임대주택 건설이 양적으로 축소될 것을 걱정한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경실련 분석결과 서울 SH공사 위례지구에 25평 임대아파트 한 채를 짓는 데 드는 분양 원가는 약 3.4억 원, 같은 크기의 기존 다세대 주택 한 채를 매입하는 비용은 약 5.7억 원으로,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에 비용이 더 많인 든다”면서 “LH가 수조 원을 투입해 신축 빌라 매입에 나서면 빌라 시장 가격이 크게 들썩이고, 빌라 개발업자들의 이익만 돕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시선에 대해 LH는 “(땅을 사들여 그 자리에 짓는)건설형 임대주택은 가용 택지 부족, 해당 지역의 반대 등으로 도심 내 공급에 한계가 있어 점차 매입임대, 전세임대 등 유형으로 공급을 다변화하는 추세”라며 “다양한 공공주택을 지속 공급하면서 재무건전성 확보에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미래 인구·가구 수 감소 추세를 고려할 때 신규 건설형(아파트) 공공임대는 향후 공실 문제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며 “기존 주택을 매입해 영구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실련이 지적한 LH의 주택 자산평가 방식에 대해서는 “LH가 공기업에 적합한 회계기준을 벗어나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자산의 가치 평가액이 오르더라도 그것이 곧 수입으로 잡히는 것이 아니어서 LH의 매출 이익이나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강훈 기자 yg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