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가출에 내연남 아이 출산도…“결혼생활 환상과 달라 문화 차이 극복해야”
#‘싸움 한 번 없었는데…’ 도망가는 아내들
유튜브 채널 ‘투우부우’는 2년 동안 장거리 연애 끝에 결혼한 뒤 한국에 와 2주 만에 가출한 베트남 여성을 찾는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9월 5일 해당 채널에는 ‘10일 만에 도망간 베트남 아내 결국 노래방에서 잡아버림’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울산의 한 유흥업소에서 도우미 일을 하고 있던 베트남 여성은 남편 A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영상은 가출 당시 상황부터 다시 붙잡히기까지 모습이 담겼는데, 19일 기준 조회수가 206만 회를 기록할 만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채널 운영자는 “불법 체류 상태였던 베트남 아내는 결국 출입국 관리소로 인계돼 절차에 따라 강체 출국될 예정인데 마냥 행복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A 씨와 A 씨의 가족에게는 상처가 남았다”고 했다. A 씨는 아내가 베트남에 있었을 때부터 생활비와 용돈을 보내고, 한국 입국 뒤에도 생활비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짐은 호적에 강제 출국된 아내가 올랐다는 점이다. A 씨는 현재 아내를 상대로 혼인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다.
피해를 입은 사례는 또 있다. 태국인 아내와 결혼한 황 아무개 씨(50)는 “아내가 외국인 등록증과 의료보험 자격을 취득하자마자 도주했다”면서 “1년 동안 매달 평균 100만 원가량의 가족 생활비를 태국으로 송금했고, 중개비로만 1800만 원을 썼다. 몇 년 동안 모아온 현금과 금붙이 등도 갖고 달아났다. 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각자 혼인신고를 한 뒤 결혼이민(F6) 비자를 발급 받은 아내는 지난 2월 입국했지만, 2달여 뒤인 4월 27일 가출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싸움 한번 한 적이 없어 믿기 지가 않았다”면서 “아내는 결혼하기 전 ‘아이를 원한다’ 등 모든 조건에 동의했다. 빈손으로 입국한 아내를 위해 옷과 화장품 일체를 사주기도 했다. 가출 후 약 10일 만에 SNS 메신저를 통해 연락이 온 아내는 ‘당신이 날 감금하고 폭행했다. 라면만 먹이고 생활비 카드에는 1만 원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혼인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임 아무개 씨는 중개업체에서 ‘상대방 여성과 영상통화를 하고 직접 혼인신고를 해야 그녀가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혼인신고를 한 뒤 한국에 들어온 태국인 아내와 한 달 정도 같이 지내면서 모든 비용을 지불했다. 하지만 태국으로 돌아간 아내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임 씨는 “해당 업체에선 ‘혼인신고하고 여성도 들어왔었으니 돌려줄 돈도 없고 더 이상 연락하면 업무방해로 신고한다’고 했다. 사기꾼 브로커 업체가 유튜브로 광고도 하면서 사기를 치는데 경찰은 뭘 하는지 답답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현행법상 결혼이주 여성은 한국 남성과 2년 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 한국 국적 취득을 신청할 수 있는데, 앞선 사례에서처럼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이혼 또는 별거 후 집을 나가 불법체류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들이 집을 나서는 이유는 대체로 돈을 벌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일하면 자국에서 일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안재성 국제결혼피해센터 대표는 “국제결혼 사기로 수천 만 원의 피해를 입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을 봐 왔다”면서 “결혼이주 여성 중에는 애초부터 도망갈 계획을 세우고 한국에 들어오거나, 영주권을 얻은 뒤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 같이 살기 싫은 남편에게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인간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본인 귀책으로 이혼을 당하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돈 벌게 해달라’며 자해 협박을 하는 경우 등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결혼 전에는 서로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센터를 찾아오는 분들의 결혼생활은 이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황당한 경우는 내연남의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다. 이들은 자국에 애인이 있었거나, 심지어 유부녀인 상태로 한국 남성과 결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혼 전 문화적 차이 극복부터”
국제결혼 경험자들 사이에서는 ‘국제결혼은 도박과 같다’는 말이 돈다. 그만큼 국제결혼으로 잘사는 부부도 있지만, 결혼이주 여성과 다투거나 심하게 갈등을 겪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통계청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결혼은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혼인이 주도하고 있는데, 전체 2만 건의 국제결혼 가운데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혼인은 1만 5000건으로 전년보다 22.5% 늘었다. 이 가운데 이혼 건수는 4200건으로 전년보다 5.4% 늘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 피해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업체로부터 이를 보상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이용하는 남성들은 업체의 중개업 등록 여부보다 얼마나 마음에 드는 여성을 빨리 소개해 줄 수 있는 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래서 불법 미등록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결혼할 외국인 여성에 대해 잘 모르고 결혼을 진행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제결혼 중개업체 여러 곳이 결혼이주 여성 입국 후 인수인계가 끝나면 일절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국제결혼 피해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피해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면서 “중개업체 측이 미리 결혼이주 여성에게 결혼의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증거가 없는 한 보상받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이주 여성도 낯선 환경 등 이유로 마음이 바뀔 수 있어서 이들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국제결혼 중개업체와 상대 여성에 대해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국제결혼중개업협회 측은 “국제결혼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개업 등록업체인지 명함과 계약서에 기재된 사항을 해당 시군구청에 확인해야 한다. 만약 불법 업체와 계약서를 체결한 사실을 인지했다면, 즉시 경찰청 또는 112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준호 변호사는 “중개업체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주 여성들이 이미 결혼을 한 상태인지, 현재 남자친구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꼼꼼하게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으로 인해 인권유린을 당하는 여성도 많다는 주장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뒤틀린 여성관과 왜곡된 가족관을 가진 일부 남성들이 결혼이주 여성에게 살림과 출산, 성관계 등을 의무적으로 강요한다는 이유다. 실제로 2020년에는 19세 베트남 결혼이주 여성이 남편의 폭력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안재성 대표는 “한국의 국제결혼 실태를 인신매매와 같다고 하면서 ‘매매혼’ 아니냐고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과거 그런 식으로 비방하던 다른 선진국들 역시 다문화 선언을 하면서 한국과 똑같이 중매업체를 통해 국제결혼을 하고 있다. 결국 사람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고, 국가 간 경제력 차이 때문에 이질적인 조건의 남녀가 국경을 넘어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혼인하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 피해 사례는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국제결혼 피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준호 변호사는 “결국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많은 결혼이주 여성들이 K-팝 등으로 환상을 갖고 국내로 들어온다. 하지만 이들과 혼인하는 상대방은 상당수 농촌 지역의 남성들이다. 정부 차원에서 결혼이주 여성들에게 자신들이 지낼 삶의 터전을 미리 체험해보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이주 여성과 결혼하려는 남성들의 배려도 중요하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땅에서 살아갈 이들에게 가치관이나 문화 등을 너무 강요하는 태도는 억압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면서 “여기에 남성의 가족들 역시 결혼이주 여성들을 품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지만, 결혼이주 여성들이 시부모로 인해 가출 등을 선택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