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회 전 석좌교수 “정경천 교수가 백혈병 환자 3명에 돌연변이 의약품 투약 살인”…정 교수 “환자 사망과 투약 사이 인과관계 없어”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교수는 정 교수 등이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DNA서열이 변이된 사실을 알면서도 백혈병 환자 3명에게 이를 은폐한 채 투약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피고발인은 서울대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정경천 교수다. 2004년부터 서울대 병리학교실에 근무하는 정 교수는 2014년 9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급성백혈병에 대한 신규 항체치료제 DNP001의 임상 1상 사업’ 연구과제(DNP001 연구과제)를 수행한 연구책임자다.
또 다른 피고발인은 이 연구과제의 주관 연구기관이자 시약개발‧생산‧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바이오기업 다이노나의 S 전 대표이사다.
박 전 교수와 정 교수, S 전 대표이사 등은 사제지간이기도 하다. 다이노나의 S 전 대표이사도 정 교수와 같이 서울대 병리학교실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지방국립대 의대 병리학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했다.
고발인 박성회 전 교수는 병리학과 면역학을 전공, 1983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대 병리학교실 교수로 30년 근무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서울대 의대 석좌교수로 재직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학술원 종신회원으로 우리나라 면역학 분야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바 있으며 2001년 대한민국학술원상을 받았다.
그는 급성 백혈병 세포에서 발현되는 단백질로 백혈병 진단 및 치료에 유용한 새로운 항체와 항원인 ‘JL1’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JL1 및 그 임상적 응용 등에 관한 발명특허 출원인이기도 하다. DNP001 연구과제에 등장한 ‘급성백혈병에 관한 신규 항체치료제 DNP001’에 대한 원천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특히 박 전 교수 측은 “피고발인들은 DNP001 연구과제를 수행하던 2015년 5월 27일 13시 17분 기술이전을 해 준 중국 3S Bio사를 통해 임상시험용 의약품 DNP001의 DNA서열이 심각하게 변이돼 변질된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돌연변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임상시험 의약품의 제형(劑形‧의약품을 정제, 산제, 연고제, 주사제 등 적절한 형태로 만든 것)이 중대하게 변경됐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형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임상시험 대상자에게 투약했을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전 교수 측은 “돌연변이 발생 사실을 알기 이전인 2014년에도 DNP001을 투약한 임상시험 환자 1명이 사망했다”며 “돌연변이 발생 사실을 안 이후로도 (피고발인들이) DNP001 임상시험 실시자에게 아무런 보고나 언급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임상실험을 진행했고, 결국 임상시험 환자 3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박 전 교수 측은 “(피고발인들이 돌연변이 발생 사실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 관계기관에 신속히 알리고 더 이상 연구를 진행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임상실험에 참여하는 환자나 가족들에게도 그 위험성과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옛 의약품 임상시험 계획 승인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승인된 임상시험계획 중 안정성 및 유효성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임상시험 계획서의 세부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엔 타당한 자료를 제출해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정 교수 등이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박 전 교수 측은 지적한다. 박 전 교수는 “정 교수 등이 DNP001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점과 4 또는 8mg/kg의 고용량으로 백혈병 말기 환자 3명에게 투약하면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문제점이나 위험성을 환자나 가족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밝히며 “(피고발인들이) 정부가 지원한 연구비를 반환하지 않고 이후 지급받을 연구비도 계속 받을 목적” 때문이라고 짐작했다. 다이노나 측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연구비는 총 연구비의 절반인 20억 2000만 원이다.
박 전 교수는 또한 “사망한 임상시험 환자 3명은 모두 예상 수명이 3개월 이상이었다”며 “(피고발인들이) DNP001을 4mg/kg 투약한 백혈병 환자 3명 가운데 2명이 1개월 정도 경과 후 사망했다. 회사는 DNP001을 4mg/kg 이상 투약할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피해자(백혈병 환자) 한 명에겐 그 두 배 용량인 8mg/kg을 투약했다. 그로 인해 피해자는 투약 3일 후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DNP001을 투약 받은 지 길게는 한 달 가량, 짧게는 3일 내에 사망했다는 것이다. 환자 3명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5월 사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교수 측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경천 교수는 투약한 약물과 환자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24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은 환자가 사망하면 백혈병 때문인지 약 때문인지 인과관계가 중요하다. 그런데 내 기억에 치료 과정에서 사망한 환자는 없었다”며 “최종적으로 임상시험을 한 병원에서 투여한 항체와 관련된 중증 부작용이 없었다는 결론도 나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교수의 ‘예상 수명 3개월이 넘는 환자들이 길게는 한 달가량, 짧게는 3일 내에 사망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그건 (박성회) 교수님이 엉뚱한 말씀을 하시는 거다. 그 판단은 우리가 한 게 아니라 병원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임상시험 중 발생한 문제에 대해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한다면서도 항체에 돌연변이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단지 항체 서열을 잘못 알고 있었을 뿐 전(前) 임상시험에서 안정성을 테스트한 항체와 임상시험에서 쓰인 항체가 실제로는 다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요신문은 다이노나의 S 전 대표이사에게도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그는 답변을 거부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