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이끌며 LS마린솔루션 대표 겸직…그룹 내 존재감 확대 위한 조직개편으로 보기도
LS마린솔루션은 지난 4일 “LS전선을 이끌고 있는 구본규 사장이 자회사 LS마린솔루션 대표 겸직을 맡아 이끌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S마린솔루션은 기존 구영헌 단독대표 체제에서 구본규 사장과 구영헌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LS마린솔루션은 지난해 8월 LS전선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LS그룹에 합류한 해양케이블 시공업체다.
아울러 LS전선은 100% 자회사 LS빌드윈의 지분을 LS마린솔루션에 전량 넘기고 LS마린솔루션 신주를 받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LS빌드윈의 기업 가치는 708억 5772만 원으로 평가됐다. LS전선 측은 지중케이블 시공업체인 LS빌드윈이 LS마린솔루션 자회사로 들어가면서 수직계열화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구본규 사장의 그룹 내 존재감 확대를 위한 조직 개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구본규 사장은 LS전선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이사회 의장은 그의 아버지 구자엽 LS전선 회장이다. 통상적인 의미인 수직계열화는 이미 지난해 LS마린솔루션을 인수하면서 완성됐다. 재계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수직계열화라는 것이 법률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정의된 게 없다”며 “통상 한 그룹 안에 제조-생산-서비스 등 전 과정을 담당하는 계열사를 확보하면 해당 그룹은 수직계열화된 그룹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구본규 사장 입장에서는 이번 겸직이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조직개편 후 LS전선-LS마린솔루션-LS빌드윈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LS마린솔루션이 LS빌드윈을 자회사로 두면서 LS빌드윈의 매출 등 실적을 흡수한다.
LS그룹 합류 전 적자였던 LS마린솔루션은 LS전선에 인수된 그해 흑자 전환했다. LS마린솔루션의 지난해 매출액은 707억 원, 영업이익은 1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LS전선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조 2170억 원, 영업이익 2325억 원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LS전선의 별도기준 매출액 3조 7758억 원, 영업이익 1463억 원을 감안하면 LS마린솔루션의 영업이익이 LS전선 영업이익의 10% 수준에 육박한다. 여기에 LS빌드윈의 실적까지 더하면 LS마린솔루션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
LS전선이 내부거래를 통해 LS마린솔루션과 LS빌드윈의 매출을 몰아줄 수 있는 구조를 띠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LS전선과 LS전선 종속회사는 지난해 LS빌드윈에 800억 원가량의 일감을 몰아줬다. 지난해 LS빌드윈 전체 매출이 968억 원이었는데, 이중 80%가량이 LS전선을 통해 나온 것이다. 지난해 LS전선에 경영권이 인수된 LS마린솔루션도 지난해 707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241억 원을 LS전선을 통해 올렸다.
LS전선은 전선업계 호황으로 실적 증가가 전망되고 있어 LS마린솔루션과 LS빌드윈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LS마린솔루션이 올해 14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LS마린솔루션은 2030년까지 50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LS그룹은 현재 오너 2세 경영인이 돌아가면서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2세 경영인 가운데 막내인 구자은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2세 경영인 시대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차기 총수 후보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LS마린솔루션이 성장하면 구본규 사장의 그룹 내 입지 확대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LS그룹 오너 3세 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는 구본규 사장,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구동휘 LS MnM 부사장, 구본권 LS MnM 전무 등이다. 구본규 사장은 3세 경영인 가운데 직급이 높지만 그룹 내 입지가 공고하다고 할 수 없다. 구본규 사장이 가지고 있는 지주사 (주)LS 지분율은 1.16%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 직급의 구본혁 사장(1.3%)보다 낮다. 구동휘 부사장의 지분(2.99%)과는 1%포인트 이상 격차가 있다.
구본규 사장과 구본혁 사장이 속한 구태회 명예회장 일가는 1세대 경영인 가운데 맏형 격인 집안이지만 그룹 내 장악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이다. LS그룹 1세대 경영인 일가 중 (주)LS 지분을 가장 많이 모은 일가는 구평회 명예회장 일가다. 구태회 명예회장 일가가 구두회 명예회장 일가보다 (주)LS 지분율이 높다.
하지만 구태회 명예회장 일가는 외부에서 우군이 돼줄 계열사 밖 상당 규모의 관계사를 장악하지는 못했다. 구평회 명예회장 일가가 E1(연결기준 자산 13조 원)을 장악하고, 구두회 명예회장 일가가 예스코홀딩스(자산 1조 원)를 장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LS전선을 발판 삼아 올라서고 있는 구본규 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