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주축 투수 3명 부상, 5경기 치른 LG 마운드 지쳐…정근우·윤희상 둘 다 LG 3승 1패로 KS행 점쳐
일요신문에서는 SK 와이번스 시절 ‘악마의 2루수’로 불리며 ‘SK 왕조’를 이룬 정근우, SK 와이번스 시절의 마지막 선발투수였던 윤희상 KBSN스포츠 해설위원 등과 함께 준플레이오프(준PO) 관전평과 플레이오프(PO) 예상을 들어봤다.
#준플레이오프 관전평
2024년 프로야구 준PO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LG와 KT의 ‘리턴 매치’로 관심을 모았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도 LG가 KT를 꺾고 PO 진출을 이뤘다. 정근우는 5차전 선발투수로 나선 임찬규의 호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임찬규는 준PO 5차전에서 6이닝 1실점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으로 역투해 2차전 선발승에 이어 시리즈 2승을 책임지면서 준PO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임찬규가 2차전, 5차전에서 정말 좋은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KT가 패한 여러 요인들 중 5차전 3회와 7회 신민재, 박해민의 2루 도루 시도 때 장성우의 악송구와 송구 실책이 결국 실점으로 이어진 게 너무 커 보였다.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KT 선수들이 어떻게든 따라잡으려고 노력했는데 결정적인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경기 흐름을 내주고 말았다. 타이브레이크 때부터 준PO까지 매 경기 포수 마스크를 쓰고 팀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장성우의 활약이 마지막 경기의 실책으로 희석되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까웠다.”
윤희상은 준PO에서 불펜으로 활약한 LG 손주영과 에르난데스의 호투가 LG를 PO 진출까지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손주영은 준PO에서 3차전, 5차전이 중요한 경기였는데 그 게임에서 손주영의 활약이 LG가 승기를 잡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손주영 3차전 3회 조기 등판해 5⅓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5차전 2이닝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기록). 에르난데스는 준PO 5경기 모두 등판했다(7⅓이닝 5피안타 무실점). 정규시즌 동안 선발로 뛰었던 두 선수를 준PO에서 불펜으로 활용한 염경엽 감독의 전략이 완벽하게 적중한 시리즈였다.”
정근우는 두 팀 외국인 타자들의 상반된 활약도 눈에 띄었다고 말한다. LG 구단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평가받는 오스틴 딘은 준PO 5경기 모두 출장해 타율 0.300 1홈런 6타점 6득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의 큰 축을 담당했다. 특히 3차전에서는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려 팀 승리를 견인했다. 반면에 KT의 멜 로하스 주니어는 준PO 내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5경기 가운데 3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쳤고, 타율도 0.208에 머물렀다. 장타도 타점도 올리지 못하면서 KT 공격의 중심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플레이오프는 마운드 싸움이 중요
22년 전인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LG가 맞붙었다. 당시 삼성은 홈에서 펼쳐진 6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4승2패로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다. 2002년 이후 삼성과 LG는 포스트시즌에서의 맞대결이 없었다. 마침내 22년 만에 가을야구에서 만나게 된 두 팀의 PO 시리즈를 어떻게 예상할 수 있을까.
10월 12일 발표된 양 팀의 1차전 선발 투수는 삼성 데니 레예스, LG 최원태다. 윤희상은 1차전도 중요하지만 2차전부터 시작되는 로테이션에 관심이 쏠린다고 답했다.
“1차전 선발로 나오게 될 최원태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2차전 선발이 디트릭 엔스냐 아니면 손주영이냐가 궁금하다. 엔스는 준PO 때 1차전, 4차전 선발로 나섰기 때문에 피로도가 높을 것이다. 반면에 손주영은 준PO 5차전에서 29개의 공만 던졌다. 이틀을 쉬고 2차전에 선발 등판한다면 손주영을 5차전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염경엽 감독이 2차전 선발로 정말 손주영을 내세울지가 궁금하다.”
정근우도 윤희상의 의견에 동의했다.
“PO에서도 손주영을 불펜으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염경엽 감독이 PO에서는 4선발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는데 손주영이 삼성한테 강했기 때문에 3차전 정도에 선발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한테 강한 선발 투수를 계속 불펜으로 활용하는 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박진만 감독은 10월 8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훈련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의 부상 이탈로 3인 로테이션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즉 1차전 선발이 4차전, 2차전 선발이 5차전에 들어가는 것이다. 데니 레예스와 원태인이 원투 펀치로, 3차전은 (좌완) 이승현이나 황동재를 생각한다고 3인 선발진 운영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상대 선발투수 공략법
삼성이 2차전 선발투수로 원태인을 내세운다면 LG 타선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윤희상은 “좌타자들이 많은 LG 타선을 공략하는데 원태인의 체인지업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원태인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힘있게 들어간다면 LG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LG 타자들의 효과적인 원태인 공략법이 무엇일까. 다음은 정근우의 답변이다.
“잘 알다시피 LG는 뛰는 야구를 선호한다. 준PO 동안 발 빠른 신민재가 완전히 살아났다. 문성주, 홍창기도 타격감이 좋고, 중심 타선도 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LG 타선은 데니 레예스든 원태인이든 출루만 하면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마운드를 흔들어 놓을 것이다. 삼성의 문제는 경기 감각이다. LG는 준PO를 치르며 경기 감각이 완전히 살아났다. 반면 삼성은 연습 경기를 통해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연습 경기와 PO의 무게감은 땅과 하늘 차이다. 삼성이 어느 시점에 경기 감각을 되살리는지도 중요해 보인다.”
#삼성과 LG, 불리한 점
장타력(팀 홈런 1위)과 강한 수비(수비율 1위), 투수진의 긴 휴식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한 점을 안고 있는 삼성은 PO를 앞두고 마운드에서 엄청난 마이너스 요인이 발생했다. 주축 투수 3명인 코너 시볼드와 최지광, 백정현이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정근우는 삼성의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코너 시볼드의 부재도 아쉽지만 중간에서 불펜의 키 플레이어로 활약했던 최지광의 부재가 더 크게 느껴진다. 최지광이 빠지면서 불펜의 무게감이 확 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후반기에 안 좋았던 김재윤, 임창민이 어느 정도의 구위를 회복하느냐도 중요할 것이다. 삼성 박진만 감독이 이런 약점들을 어떻게 보완해서 나올지 궁금하다.”
윤희상은 연습 경기 도중 손가락 부상을 당한 백정현의 부재가 아쉽다고 말했다.
“백정현은 LG의 좌타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카드였다. 김태훈-임창민-김재윤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필승조가 좌타자한테 강하지 않았고, 특히 김재윤이 LG 타자들을 상대할 때 힘든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점에서 백정현의 부재가 삼성 전력에 큰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염경엽 감독도 준PO 5차전을 마치고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삼성 불펜진이 그렇게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불펜 싸움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희상은 “최지광, 오승환의 이탈이 삼성의 불펜진을 헐겁게 만든 요인”이라면서 “역대 플레이오프를 돌아봤을 때 플레이오프에 먼저 진출한 팀에서 지금의 삼성처럼 투수진에 대지진이 일어났던 사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 큰 변화와 변수들이 발생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렇다면 LG의 불리한 점은 어떤 것일까. 정근우의 이야기부터 들어본다.
“LG가 준PO에서 5경기를 치르고 올라왔기 때문에 마운드의 피로도가 있는 편이다. 1차전 최원태 뒤에 백승현 김진성 함덕주 등이 예상되는데 준PO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불펜투수들이 PO에서 호투를 펼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윤희상은 LG의 불안 요소로 유영찬을 꼽았다.
“염경엽 감독이 에르난데스를 뒤로 돌렸기 때문에 유영찬을 중간에 쓰고 있는데 유영찬이 준PO에서 기대했던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 12일 하루를 쉰다고 해도 매 경기 등판한 에르난데스의 피로도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만약 에르난데스가 흔들린다면 LG 불펜진도 두텁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승부가 될 수 있다. 이럴 때 유영찬이 정규시즌에서처럼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LG한테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근우는 뛰는 야구를 선호하는 LG로선 삼성 포수 강민호의 존재가 불리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KT 장성우의 송구 실책이 LG 승리의 한 요인이 됐다면, 삼성과 맞붙었을 때는 강민호의 강한 어깨로 인해 LG 선수들이 주루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펼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윤희상도 정근우 의견에 동조했다.
“강민호의 올 시즌 도루저지율이 0.234로 리그 5위다. 4위가 LG 박동원(0.250)이다. 강민호의 도루저지율이 상위권은 아니지만 리그 최하위였던 장성우에 비하면 LG가 쉽게 ‘달리는 야구’를 펼치기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정근우, 윤희상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승자로 어느 팀을 꼽았을까. 두 사람은 모두 LG가 1패를 안고 3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이 LG를 이기기 어려운 요인으로는 헐거워진 마운드를 꼽았다.
플레이오프 ‘키 플레이어’는 삼성 김지찬, LG 신민재
플레이오프의 승리를 이끌 양 팀의 키 플레이어는 누구일까. 재미있는 건 정근우, 윤희상 모두 똑같은 선수를 지목했다는 사실이다. 두 사람은 양 팀의 키 플레이어로 삼성 김지찬, LG 신민재를 꼽았다. 정근우 이야기부터 들어본다.
“삼성 1번 타자인 김지찬이 출루해 나간다면 LG 마운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지찬이 가을야구에서 얼마나 긴장하지 않고 정규시즌 때의 모습을 보여줄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LG 신민재는 준PO 때 보였던 과감한 주루 플레이를 PO에서도 펼쳐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야구는 득점을 많이 해야 이기는 경기라 출루해 나가면 흔들어줘야 한다. 둘 다 작은 체구의 선수들인데 그들이 중압감이 큰 무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쳐낼지가 궁금하다.”
윤희상은 김지찬, 신민재의 올 시즌 출루율이 4할이 넘는다고 설명했다(김지찬 0.405, 신민재 0.401).
“두 선수의 출루율이 4할이 넘고 도루도 김지찬 42개, 신민재 40개를 기록했다. 투수 출신 입장에서 발 빠른 타자가 출루해 있으면 굉장히 신경이 쓰인다. 단기전에서는 1실점이 무척 크게 다가오는데 상대 팀에 1실점을, 소속팀에 1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가 김지찬, 신민재다. 그래서 두 선수를 키 플레이어로 꼽았다.”
양 팀 마운드에서의 키 플레이어로는 정근우가 LG 함덕주를 꼽았고, 윤희상은 삼성 임창민, 김재윤을 지목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