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주장 담은 장문의 글 페이스북에 올려…“개인 간 아닌 정당 단일화 위해 시간 최대한 끌었다”
명 씨는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에 자신이 일조했다고 13일 오전 재차 주장했다. 명 씨는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에게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이 돼야 한다. 안철수를 꼭 이겨달라는 미션을 줬다"고 밝혔다. 명 씨는 자신의 발언이 '허풍'이라는 지적을 의식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명 씨는 "김 위원장에게 '며칠 동안 국민의힘 중진들에게 시달려도 괜찮습니까'라고 물었더니 (김 위원장은) '괜찮아. 안철수만 잡을 수 있다면…'(이라고 했다)"며 "거기에 맞춰서 판을 짰다"고 주장했다. 명 씨는 국민의힘 당내 경선이 끝난 다음 날인 2021년 3월 5일 김 위원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명 씨는 단일화 시기를 늦춰야 오 후보가 안 후보를 상대로 여론조사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최대한 끌었다고 설명했다. 명 씨는 "후보 등록일 이후 단일화를 하면, 개인 후보 간 단일화가 아니라, 각 정당 후보로 단일화가 되기 때문에 소수정당 후보가 제1 야당 후보를 이기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명 씨는 그러면서 "오세훈은 각종 선거에서 떨어져 야인으로 잊혀 가는 인물이었고 안철수는 유력 대선 후보였다. 인물 경쟁력에서 오세훈이 안철수를 이기기 힘들었다"며 "후보 때문에 너무 힘들게 이긴 선거"라고 부연했다.
명 씨는 또 "협상 조건에 유선전화 20%를 제시하라고 김 위원장한테 부탁했다"며 "시간을 최대한 끌기 위한 미끼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명 씨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도 "김종인 전 위원장이 (오 시장을) 서울시장으로 만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그런 이야기 한 적이 없다. 선거 임박해서 처음 만난 사람한테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할 수 있겠냐"며 "(어쩌다) 찾아오고 만나주는 거 외에 그 사람과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 사람을 내가 무슨 목적으로 쓰겠나"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서 "명태균 씨의 전혀 검증되지 않은 폭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며 "당의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거나, 중진인 분이 명 씨 일방적 주장을 인용해 자기 정치를 위해 편 가르기를 하고, 자중지란하는 모습에 당혹스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