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계좌는 쓰였으나 주가조작인지 몰랐다’ 판단…민주당 “특검 신속하게 재추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김 여사에 대해 ‘주가조작 공모 및 방조 혐의가 없다’며 최종 불기소 처분을 했다. 검찰은 자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방조 혐의로 2심에서 유죄를 받은 전주(돈 투자자 역할) 손 아무개 씨와도 상세하게 비교하며 김 여사가 ‘무혐의인 이유’를 설명하는 모양새였다.
# 검찰, 김 여사 6개 증권계좌 분석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주가조작 세력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년 동안 통정매매(주식매매 당사자가 부당이득을 취득할 목적으로 종목·물량·가격 등을 사전에 담합, 지속적인 거래를 하는 행위) 등의 방법을 통해 이득을 취하려 했던 사건이다.
권 회장과 전주 손 씨 등 일당은 기소돼 2심까지 선고가 나온 상황. 특히 2심에서 전주 손 씨는 추가된 방조 혐의가 유죄로 판단됐기에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에 대해 ‘기소해 볼 만한 여지’가 생겼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 사이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 6개(신한투자증권, DB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DS증권, 한화투자증권)에서 고가매수, 통정매매 등의 시세 조종성 주문이 이뤄졌다. 권 회장이 기소된 1~2심 판결에서 실제 시세 조종에 사용됐다고 판단된 김 여사의 계좌는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DS증권 계좌 3개다.
이들에 대해 검찰은 ‘계좌는 쓰였지만, 주가조작인지는 몰랐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시세 조종 거래가 있는지 몰랐고 권 회장이나 계좌 관리인들도 ‘김 여사에게 시세 조종 내지 주가 관리를 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어서 김 여사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가 검찰에서 밝힌 “주가조작인지 몰랐다”는 진술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검찰 수사가 진행된 2020년~2021년경 주가조작 선수들 사이의 통화 녹음에 따르면 선수들은 김 여사에 대해 ‘권 전 회장에게 활용된 계좌주’ 정도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또 김 여사가 직접 운용했던 대신증권 계좌의 경우, 직접 매매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권 회장과 연락을 주고 받은 뒤 매도 주문이 나온 것으로 의심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가 한 차례 거래를 한 한화투자증권 계좌 역시 거래 과정에서 “김 여사와 주가조작 주범들 연락 증거 없음, 거래소에서 ‘이상거래’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혐의 없음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상장사 대표(권 회장)가 선수들을 동원해 시세 조종을 한다는 것이 이례적이고, 이를 투자자(김 여사)로서는 생각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0년 주포인 이 아무개 씨와 김 아무개 씨의 통화에서 김 씨는 “걔(김건희) 는 아는 게 없지, 지 사업만 아는 거고”라고 말하거나 “권오수는 그때 당시에는 건희 엄마가 필요하니까 건희한테 잘해주는 척하면서 한 거지”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 방조도 혐의 없음 처분 이유는?
검찰은 특히 2심에서 방조 혐의로 기소된 손 아무개 씨 등 나머지 투자자들과 김 여사를 구분하는 자료를 언론에 함께 공유했다.
전주 손 씨의 경우, 주포 김 씨 등이 “주가 관리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검찰에 진술했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문자 메시지 등 객관적인 물증이 존재하는 전문 투자자라는 것이다.
반면 김 여사는 주식 거래나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일반 투자자라고 검찰은 판단했다. 손 씨가 주포 김 씨와 직접 연락을 하고 과거 김 씨의 다른 종목 시세 조종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면, 김 여사는 주포 김 씨나 김 씨의 지인과도 직접 연락한 적이 없기에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 같은 판단을 토대로 계좌가 시세 조종에 동원된 김 여사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등 계좌주들에 대해서도 무혐의 및 불입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고심이 담겼다는 평이 나온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시세 조종이 이뤄지는지 몰랐던 일반 투자자’라고 상세히 설명하면서도, 김 여사가 투자한 금액(15억 원 안팎으로 추정)과 수익률(50~60% 내외) 등은 아예 보도자료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 민주당 "살아 있는 권력 앞에 무릎 꿇어"
다만 이번 검찰 수사가 마지막이 아닐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비판하면서 특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0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이번 불기소 처분은) 살아 있는 권력 앞에 무릎 꿇은 굴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신속히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김 여사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만큼, 검찰 수사가 향후 특검에서 다시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되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팀은 특검이나 향후 정권 교체 후 재수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그런 지점을 고심해 언론에 하나하나 근거를 붙여서 설명하다 보니 보도자료가 11페이지나 나온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