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리더십 힘 실려 용산 향해 목소리 ‘업’…이재명, 호남서 경쟁력 보인 조국 견제할 듯
#국민의힘, 최대 격전지 부산 수성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선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61.03%를 얻어 38.96%를 얻은 김경지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부산 금정구는 전통적인 보수 텃밭임에도 선거 초반부터 판세를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당정 갈등 장기화, 김건희 여사 리스크, 명태균 게이트 등 여러 악재가 불거지면서 윤 후보가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야권은 단일 후보를 내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차례나 부산을 방문하며 활발한 유세를 벌였다. 선거 막판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에선 험지에 깃발을 꽂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여권엔 위기감이 감돌았다. 부산을 내줄 경우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에도 치명타가 될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윤 후보는 예상과는 달리 큰 표 차이로 승리했다. 선거 막판 김영배 민주당 의원의 실언이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전임 구청장의 업무수행 중 사망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를 두고 ‘혈세 낭비’라고 언급, 유족의 거센 반발을 샀다. 김 의원이 사과하고, 민주당은 징계 절차에 착수했지만 민심은 쉽게 돌아서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윤석열 정부 위기가 고조되자 보수층이 결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에선 국민의힘이 부산에서 패배할 경우 친윤계가 ‘한동훈 책임론’을 띄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이 격화돼 사실상 분당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금정구에서 졌다면 친윤계에서 한동훈 대표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했을 것”이라며 “내부 다툼으로 보수 전체가 위기에 빠졌을 텐데, 다행히 이겼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에 힘이 실리게 됐다. 한 대표는 선거기간 내내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직격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인적 쇄신 단행을 요구했다. 선거 다음날인 10월 17일에도 △김 여사 활동 중단 △김 여사 라인 정리 △김 여사 의혹 규명 협조 등 3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한 대표는 10월 넷째 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 자리에서 김 여사 문제를 핵심 의제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야권 유력 차기 대선 주자인 이재명 대표는 숙제를 안게 됐다. 여당의 여러 악재 속에서도 22%포인트(p) 차이로 패배하며 부산 민심을 끌어오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10월 17일 허영 민주당 의원은 SNS에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이미 정해졌는데 선거에서 이 같은 결과가 이어진다면 그것은 우리 민주당 스스로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 심판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수당으로서 책임을 가져야 하고, 당과 국회 모두 새로운 걸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월 17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좀 뼈아픈 부분이 확실히 친노 친문의 민주당보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부산 선거에 약하다. 그거는 뭐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PK(부산·울산·경남)의 소위 동진정책을 통해서 45%까지 득표해야 이제 대선을 이긴다라는 그런 공식이 있는데, 이재명 대표가 그 득표력에 있어가지고는 확실히 친노 친문계보다는 약하다”고 말했다.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박용철 후보(50.97%)가 한연희 민주당 후보를 8.85%p 차로 따돌리며 당선됐다. 1995년 이후 치러진 9번의 선거에서 보수 성향의 후보가 7차례나 당선된 만큼 여당 텃밭으로 분류된다. 정가에선 안상수 후보가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만큼 선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6.25%를 득표하며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안 후보는 3선 국회의원과 인천시장을 지낸 인물이다.
#민주당, 호남 적자 지켰지만 찝찝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을 지켜냈다. 그동안 호남에서 제기됐던 ‘이재명 비토론’을 잠재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호남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 은퇴는 물론이고 대선에도 불출마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그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이재명 대표도 호남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대선 재도전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전남 곡성군수 재선거에서 조상래 민주당 후보는 55.26% 득표율로 당선됐다. 35.85%를 기록한 박웅두 조국혁신당 후보보다 19.4%p 앞섰다. 전남 영광 재선거에서는 3강 구도가 형성돼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장세일 민주당 후보가 41.08%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어 이석하 진보당 후보(30.72%),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26.56%), 오기원 무소속 후보(1.62%) 순이다.
그동안 호남에선 이재명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다. 광주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37%라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던 지역이다. 지난 4·10 총선에서는 조국혁신당이 호남에서 민주당을 꺾고 비례대표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발판 삼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 대표 경쟁 대권 주자로 부상했다. 지난 8월 호남의 민주당 전당대회 최종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20%대 초중반에 머물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한 달 전만 해도 민주당의 ‘호남 홀대론’이 불거지면서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이 강세를 보인 바 있다. 야3당이 오차범위 내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국 대표는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영광과 곡성에 각각 월세방을 구해 선거운동에 집중했다. 진보당은 영광에만 당원 800명이 활동하며 밑바닥 민심을 다졌다.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은 영광 출신인 장종태 정진욱 조인철 민주당 의원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영광을 연고로 한 보좌진들을 지역에 파견했다. 이재명 대표는 네 차례나 영광을 찾았고, 호남 출신의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역에서 한 달살이를 하며 표밭을 다졌다. 지도부가 총력을 다한 만큼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조국혁신당은 영광에서 진보당에도 밀린 만큼 비례대표 정당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적을 민주당에서 조국혁신당으로 옮긴 후보를 내세울 정도로 인물난이 있었고, 진보당처럼 마을 밀착형으로 바닥을 훑는 조직력도 보이지 않았다. 10월 17일 조국 대표는 SNS에 “(재보궐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저희가 부족했다. 염원을 담아내지 못했다”면서도 “창당 후 1년도 되지 않은 신생 정당으로 수십 배나 조직이 크고 역사도 오랜 정당과 당당하게 겨뤘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이 호남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김종배 시선집중’에서 “(호남에서) 20%대 득표율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혹시라도 대선 국면에서 조국혁신당이 독자 후보를 내게 됐을 때 상당한 표를 잠식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며 “소선거구제 하에서 가진 제3정당의 역량치랑 전국단위 선거에서 단일 후보로 붙었을 때 그 가치라는 거는 엄청나게 차이가 크거든요. 조국혁신당은 이번에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월 16일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YTN ‘뉴스NIGHT’에서 “30% 이상의 지분을 조국혁신당이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건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조국혁신당은 3분의 1이 호남 지역에서 조국당에 있다라는 얘기를 굉장히 열심히 프로모션할 가능성이 높은 거고요. 1위가 어디냐도 중요하지만, 저는 조국혁신당의 득표율도 정치적으로 꽤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는 진보진영 정근식 후보가 50.24% 득표율로 당선됐다. 45.93%를 득표해 2위에 머문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를 4.31%p차이로 앞섰다. 3위 윤호상 후보는 3.81% 득표에 그쳤다. 진보 진영은 2014년 이후 교육감 선거에서 4차례 연속 승리하게 됐다. 정 당선인은 취임 이후 혁신학교, 생태전환교육, 특수교육 등 조희연 전 교육감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근식 당선인은 선거 전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조희연 전 교육감은 지난 10년 동안 혁신적인 교육을 주도해왔다.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 형평성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특히 소수자들에 대한 교육 기회가 크게 확대됐다”며 “제가 교육감이 된다면 우리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되고, 성과가 객관적으로 확인이 될 수 있도록 시민과 소통하겠다. 조 전 교육감이 10년간 만든 성취를 바탕으로 교육 정책을 발전시키는 ‘혁신교육 플러스’ 정책을 추진하겠다. 지난 10년간 성과를 완전히 비판하고 부정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그간의 성과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서울시 교육감 후보에게 묻다] 진보 정근식 “조희연 성과 바탕으로 ‘혁신교육 플러스’ 추진”).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