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레쥬르’ 북미 실적 호조에 재무도 개선…‘존재감’ 유지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그룹 내 남달라진 위상
CJ푸드빌의 실적 호조는 해외 시장 개척 덕분이다. CJ푸드빌 미국법인은 지난해 매출 1000억 원, 순이익 146억 원을 기록했다. CJ푸드빌 전체 순이익 358억 원 중 미국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한 셈이다.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CJ푸드빌 제품도 북미지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의 북미 점포수를 지난해 말 108개에서 올해 말까지 163개로 늘리고, 2030년까지는 1000개 점포를 열 계획이다. CJ푸드빌은 또 700억 원을 투자해 내년 중 미국 동부 조지아주에 9만㎡(약 2만 7225평) 규모의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미국 현지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국내에서 생산해 냉동 상태로 수출하는 가맹점용 냉동생지, 케이크 등을 현지에서 생산·공급하게 된다. 이는 원가 절감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CJ푸드빌의 그룹 내 위상 변화는 극적이다. CJ푸드빌은 2017년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면서 회생 불가능 조짐까지 보였다. 결국 CJ푸드빌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투썸플레이스를 약 4000억 원에 매각했다. 이외에도 중국법인 청산, 국내 저수익 점포 정리, 부산타워 영업권 조기반납, 빕스(VIPS) 직영점 소유 토지 매각, 비비고 상표권 매각, 진천공장 매각 등을 진행했다. 심지어 CJ푸드빌 법인을 글로벌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당시 거론된 CJ푸드빌 매각가는 2000억 원 수준이었다. 다만 실제 매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CJ푸드빌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어느 정도 이익을 낼 수 있는 회사로 탈바꿈했지만 재무구조는 여전히 부실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이익결손금 누적이 장기화됐다. CJ푸드빌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무려 20369.28%에 달했다.
CJ푸드빌은 지난해부터 재무구조가 정상화됐다. CJ푸드빌은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 아르게스프라이빗에쿼티(PE)를 대상으로 7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아르게스PE는 CJ푸드빌 지분 12.28%를 확보했다. CJ푸드빌의 부채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197.5%까지 떨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CJ푸드빌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3+로 평가했다. 이제는 CJ(주)의 보증 없이도 낮지 않은 신용도를 자랑하게 된 셈이다.
#제2의 CJ올리브영 기대감
증권가에서는 CJ푸드빌을 CJ(주) 기업가치 평가에 있어 제2의 CJ올리브영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뚜레쥬르가 북미 시장에서 괜찮은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존재감을 보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뚜레쥬르가 우리나라 베이커리 업체 중 북미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미국법인은 뚜레쥬르보다 많은 점포를 운영 중이다. SPC그룹의 미국법인 ‘PARIS BAGUETTE BON DOUX, INC’는 지난해 매출 2931억 원을 기록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 분야는 계속 유행이 변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뚜레쥬르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했는데, 잘 되면 다행이지만 잘 안될 경우 2010년대 중반 CJ푸드빌 해외 투자 실패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CJ푸드빌이 과거와 같은 유동성 위기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김규완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6월 말 기준으로 CJ푸드빌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약 520억 원과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영업현금 창출 규모를 감안하면 1년 이내 만기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508억 원과 이자 비용, 시설투자 자금 등은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사용 여신한도와 626억 원에 달하는 토지 및 건물 등 유형자산, 담보 제공 가능한 투자자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올해 이후 예정된 국내외 점포 투자와 뚜레쥬르 미국법인의 현지 공장 설립 관련 투자 확대가 현금 흐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재무 부담 통제 상황을 모니터링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CJ그룹의 다른 식품 계열사 상황은 좋지 않다. CJ프레시웨이는 대형병원 전공의 파업 영향으로 올해 2분기까지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뒀다. 3분기에도 전년 대비 부진한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CJ제일제당의 올해 3분기 식품 부문 영업이익이 1975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3분기 식품 부문 영업이익 2355억 원에 비해 16%가량 감소한 수치다.
CJ그룹의 식품 사업은 내수 경기가 너무 얼어붙어 CJ(주)의 주가를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CJ푸드빌 역시 북미지역은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또 한 번의 재평가를 기대하기는 힘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CJ푸드빌 관계자는 “뚜레쥬르 해외 사업은 지난해 CJ푸드빌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라며 “(국내 시장과 관련해서는) 빕스 등 외식 브랜드가 성과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빕스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발판 삼아 수도권 및 지역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신규 매장 출점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