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홈플러스 이어 케이뱅크에서도 엑시트 연기…“경제 불안정해 더 지연될 수도”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혔던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에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해 공모 철회를 결정했다”며 증권신고서 철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MBK는 2021년 6월 약 2000억 원을 투자해 케이뱅크 주식 3076만 9231주를 인수했다. 주당 발행가액은 6500원이었으며 공모 전 지분은 8.19%다. MBK는 이번 IPO에서 1231만 556주를 구주 매출로 내놓을 생각이었다. 또 307만 4059주는 상장 당일 매도할 수 있도록 보호예수를 걸지 않았다. 나머지 1538만 4616주도 보호예수가 3개월에 불과했다.
케이뱅크가 상장에 성공했다면 MBK는 희망 공모가액 범위 최상단인 1만 2000원 기준 1477억 원을 우선 확보할 수 있었다. 가지고 있던 모든 물량을 같은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3692억 원을 챙길 수 있었다. 2배 정도 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케이뱅크가 IPO를 철회하면서 MBK의 엑시트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MBK의 엑시트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BK는 2019년 롯데카드 지분 59.8%를 1조 3810억 원에 사들였다. 매각은 2022년부터 시도 중이지만 지분 인수를 희망하던 기업들은 롯데카드의 높은 몸값에 등을 돌렸다. MBK는 지난해 롯데카드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를 맥쿼리자산운용에 넘기면서 롯데카드의 몸집을 줄여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2015년 MBK는 영국 대형마트 기업 테스코에서 홈플러스를 7조 2000억 원에 인수했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투자한 MBK 3호 펀드의 출자자 환급 시한은 2025년 10월까지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은 6조 9314억 원으로 2015년 매출 6조 7468억 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약 10년이 흘렀음에도 실적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 인수 가격 그 이상의 가치로 홈플러스를 팔아야 하는 MBK 입장에서는 홈플러스의 저조한 실적이 악재가 될 수 있다.
MBK는 지난 6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을 먼저 시도했다. 매각 소식이 알려지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인수 잠재 후보만 10여 곳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끈 것으로 전해졌으나 약 4개월이 흐른 지금 인수자는 나타나지 않고 인수를 포기한 업체들만 거론되고 있다.
케이블TV 딜라이브는 사모펀드 실패 사례로 꼽힐 정도다. MBK는 2008년 2조 2000억 원에 딜라이브를 인수, 2015년부터 딜라이브 매각을 추진했다. 지지부진한 매각 협상에 디폴트 직전까지 몰렸다. MBK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며 끌어 쓴 대출(인수 금융)에 대해 채권단이 만기 연장과 함께 약 8000억 원을 출자 전환하면서 지분 20%가량을 확보해 직접 매각에 나섰지만, 현재까지도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 네파와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매각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BK는 2013년 네파 지분 94.2%를 9970억 원에 인수했다. 네파의 2014년 매출은 4732억 원이었으나 현재는 3136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MBK가 네파 매각으로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실적 회복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평가된다.
bhc는 MBK 인수 후 매출이 2018년 2376억 원에서 지난해 약 5356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그러나 bhc는 2022년 7월 해바라기유 공급가를 한 번에 61% 올려 점주들과 갈등이 있었다. 지난해 말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bhc에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물품 공급을 중단해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3억 5000만 원과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MBK의 엑시트가 조금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M&A를 진행 중인 한 기업 관계자는 “현재 경제 상황이 너무 불안정하고 전쟁, 미국 대선 등 예측하기 힘든 변수들이 너무 많아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 같다”며 “기업 가치가 비슷한 대기업 계열 매물 기업들과 비교해 사모펀드 손을 탄 기업들은 배당과 급여 등을 올린 탓에 남은 현금은 없고 고정비는 높은 경우가 많아 매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MBK 관계자는 “(롯데카드와 홈플러스를 제외한) 다른 기업을 매각할 계획은 현재 없으며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매각 전략을 달리할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