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고려아연 지분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공개매수로도 승부를 내지 못한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이 장내매집을 통해 경영권 경쟁을 이어갈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양측 모두 공개매수로 확보한 주식이 승부를 가를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치킨게임’에 돌입한 모양새다. 주가 기준이 정해지는 공개매수와 달리 장내매집은 그야말로 무한경쟁이다. 승리하면 경영권을 얻지만 패하면 엄청난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승리한 쪽은 주식매집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고려아연에서 현금을 가져가려 할 가능성이 크다. 공개매수와 매집경쟁 과정에서 적절하게 주식을 처분하지 못한 주주들은 주가 급락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법원이 지난 10월 21일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사진=연합뉴스현재 영풍·MBK 측은 기존 지분 약 33%에 공개매수 지분 5.34%를 더해 38%대 수준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합한 기존 지분이 약 34%지만 공개매수를 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베인캐피탈 몫 공개매수 지분 약 2%가 더해져도 최대 36% 수준이다. 국민연금 지분 7.7%를 더하면 80%가량이 비유동 주식이다. 유동주식수는 발행주식의 20%인 약 400만 주다. 양측이 각각 10%씩(200만 주) 확보하려 한다면 시가(10월 24일 종가 1주당 114만 원) 기준 2조 2800억 원이 필요하다. 매집이 시작되면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는 만큼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영풍·MBK가 공개매수에 쓴 돈은 약 9200억 원이다. 당초 공개매수를 위해 조성한 자금 2조 5000억 원 가운데 1조5000억 원 이상이 남았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을 위해 마련한 현금은 약 3조 7000억 원이다. 숫자로만 보면 지분매입 경쟁을 벌일 만하다. 다만 금융당국이 주가 과열을 경계하며 영풍·MBK는 추가 공개매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추가 공개매수에 사실상 제동을 건 금융당국이 장내매집 경쟁으로 인한 주가 변동성 확대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공개매수가 끝난 주식들은 대부분 주가가 하락했다. 장내매입 경쟁으로 주가가 더 오른다면 경영권 경쟁의 승부가 난 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은 더 큰 셈이다.
영풍·MBK는 물론 고려아연 역시 대부분의 매집자금이 차입금이다. 승부가 나면 고려아연이 가진 현금을 활용해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 쉽게 말해 경영권 경쟁이 끝나 주가가 하락하면 매수자 측이 입은 손실을 고려아연이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올 6월 말 기준 고려아연의 유동자산은 6조 원이 넘지만 재고자산이 3조 원 이상을 차지한다. 현금자산(현금+단기금융예치금)은 1조 2000억 원 남짓이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5400억 원 남짓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조 단위 현금이 유출되면 재무적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