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두고 군 급식 등 식자재 유통사업 의지…이미 업체들 앞다퉈 진출, 자리잡는 데 시간 걸릴 수도
#‘백종원 고기짬뽕’ 등 B2C 사업은 활발
지난 10월 15일 더본코리아가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추가한 세부 내용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올해 말 B2B 유통사업을 위한 전문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더본코리아는 B2B 유통사업 분야 중에서도 군 급식, 기업 급식업체에 소스 등을 제공하는 식자재 유통사업 등으로의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B2B 담당 사원을 채용하고 기업에 유통이 가능한 밀키트 전문가를 조직에 배정한다는 것이 더본코리아 계획이다.
더본코리아는 유통사업에 이미 진출해 있다. 대형마트와 홈쇼핑 등 유통 채널과 협업해 맞춤형 간편식(HMR)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B2C 방식으로 유통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마트를 통해 판매하는 ‘빽라면’과 ‘빽짜장’ CU를 통해 판매한 ‘백종원 고기짬뽕’ 등이 대표적이다. 더본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HMR 제품 매출은 홈쇼핑(155억 원, 유통사업 매출 중 53.5%)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1인 가구 증가로 HMR 소매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더본코리아 유통사업 매출은 약 29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3.7%에 그쳤다. 유통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9.6%, 2022년 8.1%, 2023년 11.8% 등으로 증가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비중이 크지 않다. 올해 상반기 더본코리아의 가맹사업 매출은 1771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83.8%에 달했다.
B2B 유통사업 전망을 두고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우선 군 급식 시장은 안정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장병들이 매 끼니 식사해 일정한 식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급식업계 한 관계자는 “급식 업체들은 현장에서 자사가 하는 외식 브랜드 메뉴를 선보이며 고객사에 홍보한다”며 “더본코리아는 유명한 외식 브랜드 메인 메뉴에 들어가는 소스를 동일하게 군 급식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본코리아는 올해 1월 국방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7포병여단 758대대를 대상으로 군 급식 개선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군 급식에 적합한 조리기구와 레시피 등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1월 병영식당 운용개선 방안을 적용한 사업모델을 도출할 계획이다. 더본코리아는 시범사업 성과에 따라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관건은 이미 군 급식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지 여부다. 수의계약으로 이뤄져 온 군 급식 시장은 지난해 민간 기업에도 개방됐다. 올해부터는 대기업도 시장에 참전할 수 있게 됐다.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풀무원푸드앤컬처, 동원홈푸드는 지난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는 아워홈과 삼성웰스토리가 시장에 참전했다. 급식업계 다른 관계자는 “메뉴 개발 능력은 사실 비슷할 것 같다”며 “도서·산간 지역에 인력이나 물류 등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는지 등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더본코리아는 프랜차이즈에서 판매하는 시그니처 메뉴의 소스나 공급품을 기업급식 업체에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앞서의 급식업계 관계자는 “이미 기업급식 업체들에는 다양한 협력사가 있다. 고객사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기는 정도”라면서도 “삼양식품의 ‘불닭 소스’처럼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소스는 급식업체 입장에서 수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공급받으려 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더본코리아가 B2B 유통사업에서 단기간에 매출을 큰 폭으로 높이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소스류 제조 공장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는 대기업들은 소스를 공급받으려는 수요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식자재 유통 기업들은 주로 계열사 물량을 토대로 규모의 경제를 점진적으로 달성하는 편이다. 계열 물량이 없는 더본코리아가 초반에 자리를 잡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더본코리아 "신규 사업 관련 다각도로 검토 중"
현재 더본코리아의 재무 건전성은 양호하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더본코리아의 부채비율은 54.2%다. 부채비율은 2021년 73.4%, 2022년 66.5%, 2023년 57%로 감소 추세에 있다. 하지만 신규로 추진하는 B2B 유통사업 초기엔 자금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 수익성도 불안정할 수 있다.
이번 상장을 통해 더본코리아는 300만 주의 주식을 공모한다. 수요예측에는 2216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경쟁률은 734.67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상단을 넘어선 3만 4000원으로 확정됐다. 공모금액은 1020억 원이다. 더본코리아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모 금액 대부분을 타 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쓴다는 계획을 밝혔다. 도·소매 전문 식품 기업 지분 인수에 나설 전망이다. 인수기업 후보군에는 양념·소스·조미식품·가공품 등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식품기업이 올라 있다. 이 경우 소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소스를 기반으로 B2C, B2B 사업을 펼치는 유통사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셈이다.
유통사업은 더본코리아의 가진 한계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 F&B(식음료) 프랜차이즈 사업은 경쟁 강도가 높다. 또 운영 점포를 무한정 늘릴 수 없어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맹점과의 갈등도 리스크다. 정치권에선 더본코리아가 2008년부터 50개의 브랜드를 운영해왔지만 현재 살아남은 브랜드는 25개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정 브랜드의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더본코리아 브랜드 중 ‘빽다방’과 ‘홍콩반점0410’ 매출은 전체 매출의 50%에 달한다.
현재 주식 시장에 상장된 F&B 프랜차이즈 기업은 교촌에프앤비(교촌치킨)가 유일하다. 교촌에프앤비 공모가는 1만 2300원이었다. 교촌에프앤비의 10월 23일 종가는 9790원이다. 공모가 대비 20.4% 하락했다. 맘스터치앤컴퍼니(맘스터치), 대산F&B(미스터피자), 할리스F&B(할리스커피) 등은 거래가 중지되거나 상장 폐지됐다.
이와 관련,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신규 사업 등과 관련해서는 확정된 것은 없으며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