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귀순 요청 긍정적 검토 예정”…정부 직접 개입 우려 목소리, 러시아와 완전히 등 돌려
국정원은 10월 29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북한군 러시아 파병과 관련한 내용을 브리핑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정보위 간사들이 전한 브리핑 내용에 따르면 국정원은 “러시아와 북한군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정확한 파병 인원과 상황 등은 우크라이나와 공조해 파악 중”이라고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에 따르면 조태용 국정원장은 파병 북한군이 포로로 잡혀 귀순을 요청할 경우 “헌법과 본인 의사를 존중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국정원 요원을 파견하는 것과 관련해 조 원장은 “북한군이 해외 파병을 해서 전투를 치르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거꾸로 보면 우리가 북한군 역량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조 원장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요원 파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참관단, 심문조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으며 이는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 발언 내용을 종합해보면 우리 정부가 국정원 등 정보기관 요원을 파견하는 것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상황을 직접 파악한 뒤 필요에 따라 북한군 포로 귀순 절차 등에 협력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베테랑 요원 출신 인사들 사이에선 국정원을 비롯한 국내 정보기관이 직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인민군 포로들을 접촉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직접 전쟁에 개입하는 것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면서 “전쟁과 같은 예민한 사안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려면 국제적인 상황과 국내 여론 등 복잡한 요소들을 두루 체크해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의 경우 전쟁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최대 수출 파트너 중 하나였다”면서 “북한이 공식적으로 파병했더라도 우리가 정보기관 요원들을 보낸다면 러시아와 당분간 완전히 등을 돌려야 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6·25 전쟁 당시 중공군이 참전할 때 군 공식 명칭인 ‘인민해방군’을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중공군은 ‘인민지원군’이라는 간판을 달고 전쟁에 개입했는데 이는 국제사회 눈치를 보고 중국 공산당 및 정부가 이번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스탠스를 취한 것과 다름없는 사례”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도 국제 동향을 주시하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도 풍부한 경험을 지닌 인력을 모은 비영리단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 현지 대북 심리전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보기관 요원들의 우크라이나 파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면 전환 실마리를 외부에서 마련하려는 포석일 수 있다”면서 “정확한 진행 상황은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했다.
최근엔 한 탈북민단체 대표가 우크라이나 당국에 ‘호출’을 요청하는 서한을 공개해 논란이 됐다. 이민복 북한동포직접운동 대표는 10월 2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 용병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우리들”이라면서 “우리 목소리가 (북한군에) 큰 감동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심리전, 포로 상담, 치료지원이라 하지 않겠다”면서 “우린 순수하게 북한 3대 세습자 총알받이로 내몰린 동포들을 돕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세에도 매우 유익할 것”이라면서 “젤렌스키 대통령도 반갑게 수락하실 거라 믿는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