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사람들 기념품 많이 사가”…호기심에 방문해도 북한 종업원 접촉 피하고 구매품 통일부 신고해야
식당 안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TV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TV에는 ‘김정은 원수님 보고 싶습니다’ 등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의 가사가 나왔다. 오후 5시가 되자 저녁 식사를 예약한 중국인 단체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가족 단위였고, 요리 메뉴를 주문했다. 북한식당은 냉면이나 불고기돌솥비빔밥 등 1인 식사부터 신선로, 왕소라냉채 등 여러 요리 메뉴를 판매했다. 가격은 중국 현지보다 2~3배 높았다. 냉면 48위안(9200원), 불고기돌솥비빔밥 68위안(약 1만 3000원), 신선로 218위안(4만 1900원) 등이었다.
국내에서 구매할 수 없는 대동강맥주, 평양소주 등 북한 주류도 있고 외부로 가져갈 수 있게 구매도 가능했다. 기자가 주류 구매 의사를 보이자 종업원은 주류 외 다른 북한 상품들도 가져와 보여줬다. 북한 종업원은 “남조선 사람들이 (북한 상품을) 기념으로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저녁 7시가 되자 북한 종업원들의 공연이 진행됐다. 이들은 아리랑을 시작으로 중국 선전 노래를 부르며 색소폰, 바이올린, 장구 등 각종 악기를 다뤘다. 북한 종업원들은 중국인들과 기자에게 꽃 화관을 씌워주며 흥을 돋우었다. 북한식당 분위기만 보면 지금의 남북관계와 대비됐다.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에 선제적 핵 포기를 요구하는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다. 북한은 즉각 반응했다. 북한은 2022년 9월 핵 보유를 법으로 정했고, 지난해 12월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라고 선언했다.
올해는 남측의 대북전단과 북측의 오물풍선 살포로 남북 갈등이 고조됐다. 북한은 민간단체에서 보낸 대북전단에 응수하며 지난 5월부터 수십 차례 오물풍선을 남한으로 살포했다. 지난 24일부터 북한은 우리 측이 개성공단에 전력공급을 위해 세운 송전탑 철거작업을 실시했다.
대외적으로는 당장이라도 큰일이 날 것 같은 남북관계의 긴장감을 북한식당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받지 않는다’는 소문과 달리 쉽게 방문할 수 있었고, 북한 종업원들은 남한 관광객을 미소로 응대했다.
북한이 중국 등 현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화벌이'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유엔의 대북제재 상황에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해외에 70여 개의 식당을 운영하며 연간 7억 달러(한화 약 9700억 원)를 불법적으로 벌어들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북한 종업원의 말에 따르면 북한 제품을 남한 사람들이 많이 사간다고 했는데, 함부로 사서 국내로 들여오는 것에 대해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1항에는 ‘북한 물품 등을 반출하거나 반입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물품 등의 품목, 거래형태 및 대금결제 방법 등에 관하여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에서 중국으로 수출돼 현지에서 유통 중인 북한 물품을 취득해 국내로 들여오면 교류법(남북교류협력법)상 반입 승인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일부 관계자는 일부 구체적인 경위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반입 승인을 판단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북한 사람과 접촉에 대해선 “식당 이용에 수반되는 행위는 접촉 신고 대상으로 보기 어렵지만 이를 넘어선 경우 접촉 신고 대상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식당에 방문하는 우리나라 관광객에 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호기심으로 방문했다가 어떤 위험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경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식당 종업원은 북한 정보당국과 소통 가능한 사람”이라며 “북한식당에 방문하거나 북한 제품을 사오는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법적으로 엄격한 잣대를 댈 순 없지만 예기치 못할 일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