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FA 2회 계약 성공…보상선수 신화 선두주자는 두산
보상선수로 지명됐다는 건 원소속팀이 보호전력으로 묶은 20인 혹은 25인 안에 들지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 때문에 과거엔 보상선수들의 상실감도 컸고, 실제로 이적 후 1군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은퇴한 선수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의외의 활약으로 팀을 웃게 만든 선수도 꽤 있다.
꾸준히 내부 FA 유출이 많았던 두산은 그 신화의 선두주자다. 특히 2020시즌 후 최주환(당시 SSG·현 키움)의 보상선수로 영입한 내야수 강승호는 확실하게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강승호는 2013년 LG가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지명했던 유망주지만, 지명 당시 SSG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구단 자체 징계를 받고 출전 정지 징계를 소화하던 중이라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최주환의 전력 공백을 잘 메우고 주전 2루수로 활약하면서 두산이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데 힘을 보탰다. 심지어 그 후에도 매년 기량을 끌어올려 점점 존재감을 키웠고, 올해 140경기에서 타율 0.280·홈런 18개·81타점·81득점·OPS 0.804를 기록해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허경민이 KT로 이적하고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가 은퇴하자 이승엽 두산 감독은 "내년 시즌 내야 주전으로 확정된 선수는 강승호뿐이다. 그를 2루수로 쓸지, 3루수로 쓸지에 따라 최적의 조합을 찾아보겠다"고 힘을 실었다. 강승호 역시 데뷔 후 가장 좋은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도 유망주들과 함께 마무리캠프에 참가하는 의욕을 보였다.
역대 가장 성공한 FA 보상선수로 꼽히는 이원석(키움)도 두산에서 야구 인생을 새로 썼다. 2007년까지 롯데 소속으로 뛴 이원석은 2008년 롯데와 계약한 FA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은 내야 선수 층이 두꺼운 팀이라 당시만 해도 이원석이 1군에서 자리를 잡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그는 이듬해부터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팀의 주전으로 성장했다. 이원석은 2016시즌을 마친 뒤 FA가 돼 삼성과 4년 27억 원에 계약했다. 역대 보상선수 출신 FA 중 최고액 계약이었다. 이어 2020년 말 다시 삼성과 2+1년 최대 20억 원에 사인해 두 번의 FA 다년계약에 성공했고, 2023년 4월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으로 이적한 뒤 그해 6월 키움과 2+1년 최대 10억 원에 비FA 다년계약마저 해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