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높이는 친윤계 ‘이참에 한동훈 축출’ 기류…친한계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 고리로 반격 조짐

친윤계는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당무감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문제 제기하며 한동훈 대표와 공개 설전을 벌였다. 김 최고위원은 11월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 등 당직자가 ‘8동훈’이 있다고 언론에 얘기하고 있다. 어떻게 ‘8동훈’이 있는지를 알게 됐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료 일부를 최고위원은 보는데 왜 우리는 못 보는지, 같이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당에서 한 대표 사퇴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을 고발한다는 기사가 나왔다”며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만약 고발한다면 나에게 문자메시지 폭탄을 보낸 사람들도 다 따서 드릴 테니 고발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한 대표는 김 최고위원을 향해 “발언하실 때 사실관계 좀 확인하고 말씀하시면 좋겠다. 그런 고발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이 곧바로 “그런 기사가 났다”고 맞받아쳤다. 이후 친윤계와 친한계가 나뉘어 날선 말들을 주고받았고,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고도 고성이 터져 나오는 등 충돌이 계속됐다.

수세에 몰리자 친한계에서도 김건희 여사를 고리로 반격에 나섰다. 마찬가지로 김 여사 가족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은 11월 27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한동훈 대표와 가족들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을 썼다 (비난하는데) 반대의 경우도 엄청나게 많다”며 “용산 고위 관계자가 당 소속 의원들이나 기자들과 통화할 때 한동훈 대표에 대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귀에 다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의 고모로 알려진 김혜섭 목사가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고 “한동훈 집안에 대해 ‘벼락 맞아 뒈질 집안이다’며 저주의 표현을 썼다”며 “다 알고 있지만 이런 것을 가지고 문제 안 삼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두 차례 재표결에서 국민의힘은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고 단일대오로 움직여왔다. 하지만 최근 일부 언론에서 한 대표가 친한계 인사들에게 김건희 특검법 관련해 ‘중대 결심’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지금 단계에서 부결표다, 찬성표다, 딱 얘기할 필요 없다.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해도 된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계 의원 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김건희 특검법은 재의결된다.
보도가 논란이 되자 한 대표는 11월 28일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요?”라고 반문하며 “내가 한 말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한 대표 반응에서 심경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야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그동안은 야당 주도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독소조항’ 등을 언급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직접적인 반대 입장을 표하지 않았다. 또한 ‘내가 한 말 아니다’라는 말은 친한계 내부에서 누군가 그렇게 말했고, 본인도 그걸 듣고 특별히 제지하지 않았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권성동 의원은 11월 28일 “당원게시판 문제를 김건희 여사 특검과 연계시키는 건 명백한 해당 행위고,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날 것”이라고 반발했다.

실제 친한계 송석준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당분간이 뭐냐. 일을 더 키울거냐”며 “냉각기가 끝나도 굳이 다시 얘기가 오르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지호 부총장 역시 이번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제2의 읽씹(읽고 무시)”이라며 “‘읽씹’이든 ‘당게(당원게시판)’든, ‘김옥균 프로젝트’든 물불 가리지 않고 ‘한동훈 죽이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일군의 집단이 실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중 강기훈 선임행정관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6월 음주운전이 적발돼 인사혁신처로부터 정직 2개월 징계를 받고, 쏟아지는 비판 속에서도 징계 종료 후 업무에 복귀했는데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앞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한남동 7인회’를 거론하며 강 선임행정관 등의 인적 청산을 요구한 바 있다.
대통령실이 한 대표 제안을 수용해 자진 사퇴 형식으로 강 선임행정관을 정리했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오히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번 강 선임행정관 사의를 두고 ‘육참골단(자신의 살을 내어주고 상대방의 뼈를 자른다)’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강 선임행정관을 내어준 만큼, 이제 한 대표에 대해서도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올해 초부터 이어져온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갈등이 이번 당원게시판 논란을 계기로 둘 중 한 명이 쓰러져야 끝나는 ‘끝장승부’가 됐다는 평가다. 그 분기점은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이 이뤄지는 오는 12월 10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앞서 야권 관계자는 “정치인은 모두 위기를 겪는다. 이를 어떻게 넘어서느냐에 따라 정치력이 드러난다”며 “한 대표는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멋있는 것만 하려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피하기 바쁘다. 그러다보니 모든 정치적 선택이 타이밍이 늦다”고 꼬집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한 대표 지지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절반 수준 이하로 하락했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11월 23~25일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서 이재명 대표가 43.8%로 1위, 한동훈 대표가 17.2%로 2위를 기록했다. 두 사람의 격차는 26.6%포인트(p)를 보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