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시상식서 협상 진전…조상우 “우승할 수 있도록 힘 보태겠다”
트레이드 제안은 KIA가 먼저 했다. 키움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고, 키움은 미래에 투자한다는 명분으로 팀의 필승조 투수를 현금과 두 장의 지명권을 받고 넘겼다. 팬들의 반응은 상반된다. KIA는 조상우의 합류를 적극적으로 반겼고, 키움 팬들은 팀의 강속구 투수를 KIA에 넘긴 구단의 태도에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조상우는 검증된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다. 2013년 넥센(키움)의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통산 343경기 33승 25패 88세이브 54홀드 평균자책점 3.11의 성적을 기록했다. 150km/h를 넘는 강력한 구위를 뽐내며 2020년 세이브 부문 1위(33세이브)에 올랐고, 2015년, 2019년 프리미어12와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서 활약한 바 있다.
조상우의 트레이드 소문은 올 시즌 중반에 점화된 바 있다. 올스타 휴식기를 전후로 상위권에 있는 팀들 중 특히 KIA가 조상우 트레이드에 관심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KIA는 선발 투수들 중 이의리, 윌 크로우, 윤영철 등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마무리 정해영도 어깨가 좋지 않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 조상우의 트레이드가 절실해 보였다.
그러나 조상우가 7월 11일 한화전 이후 어깨 염증 소견을 받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트레이드 소문은 점차 가라앉았고,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 시한까지 조상우 트레이드는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트레이드가 소문만 무성했던 배경에는 키움이 원하는 지명권 때문이었다. KIA 외에도 키움 측에 조상우 트레이드를 문의한 팀들이 있었지만 키움은 가장 중요하게 내세웠던 트레이드 조건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이었다. 그러나 고교 유망주를 뽑을 수 있는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는 게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KIA도 그 고민을 안고 내부 회의를 거듭하다 조상우를 향한 관심을 접어야만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2024시즌의 대미를 장식했던 KIA는 필승조 장현식이 FA를 통해 LG로 이적하자 전력 보강을 고민했다. 물론 현재 KIA 불펜 자원으로도 2025시즌을 이끌어갈 수 있지만 KIA는 통합 2연패를 이루기 위해선 검증된 투수가 필요한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KIA 심재학 단장은 시즌 중반 트레이드를 검토했던 조상우를 떠올렸고, 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장과 단장회의에서 키움 고형욱 단장을 만나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눈 뒤 내부 회의 끝에 트레이드를 진행시켰다.
물론 KIA 입장에선 2026년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을 내준 게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팀 내 유망주를 내주는 게 아니고, 신인 드래프트 지명 순위가 10순위와 40순위라 출혈이 큰 편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KIA 관계자는 “올해처럼 신인 드래프트 순서가 다섯 번째였다면 이런 내용의 트레이드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내년 1라운드, 4라운드 마지막 순위 지명이라 지명권을 내주는 데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트레이드 발표 후 전화 연결이 된 조상우는 “그동안 (트레이드 소문이) 계속 나오긴 했는데 이렇게 가게 됐다”면서 섭섭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전했다.
“어찌됐든 KIA는 KBO리그 최고 명문 구단이다. 그런 명문 팀에서 나를 찾아줘 영광이다. 우승 팀에 합류하는 거라 계속 우승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조상우가 트레이드 소식을 처음 접한 건 19일 오후 1시 40분이었다(1시 59분 공식 발표). 키움 고형욱 단장이 조상우에게 직접 트레이드 소식을 전한 것이다. 막연히 소문으로만 들었던 내용을 단장한테 직접 듣게 된 조상우는 아직 실감이 안 난다고 말한다.
“트레이드 소문이 났을 때는 ‘설마’ 하는 생각에 귀담아듣지 않고 야구에만 전념하려고 했다. 그러다 실제 트레이드가 일어났고, KIA에서 날 필요로 했다는 말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게 맞나’ 싶기도 했다. 새로운 팀을 만나는 설렘도 있지만 오랫동안 함께 했던 팀을 떠나게 돼 아쉽기만 하다. 특히 올 시즌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팀에 도움이 됐다면 아쉬운 마음이 덜할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응원해주신 키움 팬들한테 죄송하다.”
2021시즌 뒤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한 조상우는 올 시즌 복귀해 44경기 1패 6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 3.18을 기록했다. 후반기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는데 조상우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처음에는 2년의 공백이 그리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공을 던지는 감각을 되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와중 부상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 나았고, 건강한 몸으로 훈련 중이라 내년 시즌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 그런 상태에서 KIA로 팀을 옮기게 됐다.”
조상우는 2025시즌을 마치면 FA가 된다. 조상우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다면 KIA는 내년 시즌 중 조상우와의 비FA 다년 계약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조상우는 이와 관련해서 “FA보다 더 중요한 건 내년 시즌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점이다. 좋은 성적이 뒷받침돼야 그다음 행보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조상우는 키움에서 마무리 투수로도 활약했다. 그러나 KIA에는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존재한다. 조상우는 필승조이든 마무리 투수든 보직에 연연하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말한다.
조상우는 KIA에서 손승락 수석코치와의 만남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 수석코치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넥센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고, 조상우는 2014시즌부터 같은 팀에서 불펜 투수로 자리매김하다 손 수석코치가 FA를 통해 롯데로 이적한 뒤 마무리 투수 역할을 이어받았다.
“넥센 시절 내가 가장 존경하고 잘 따랐던 선배가 손승락 코치님이다. 코치님이 선수 시절 롯데로 이적하기 전까지 룸메이트로 함께 지냈던 터라 이후에도 그 인연을 계속 이어왔다. 선배님과 KIA에서 코치와 선수로 만나게 됐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다.”
KIA 손승락 수석코치도 조상우의 합류를 진심으로 반겼다. 손 코치는 “처음 소식 듣고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앞섰다”면서 “장현식의 공백을 채울 최고의 카드가 조상우 영입”이라고 답했다.
“(조)상우를 오랫동안 봐왔던 터라 그가 얼마나 야구에 대한 열정이 높은지, 얼마나 욕심이 많고, 야구를 연구하고 공부하는지 잘 알고 있다. 상우가 우리 팀에 합류하면 나이 어린 선수들한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상우는 필승조뿐 아니라 마무리도 맡을 수 있는 선수라 이범호 감독님한테 힘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계산이 서는 선수’다. 사회복무요원을 마치고 제대 후 잘해보려는 마음이 앞선 나머지 잔부상이 뒤따랐는데 비시즌 동안 열심히 운동하고 있으니 내년 시즌 우리 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조상우는 원래 12월 23일 미국 시애틀에 있는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 센터(데이터 기반 야구 육성 아카데미)로 출국하는 일정이었다. KIA로 트레이드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개인 훈련을 위해 자비를 들여 혼자 미국으로 향하는 상황이었다. 조상우는 “23일 출국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겠지만 겨울 동안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센터에서의 훈련은 꼭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IA 타이거즈와 조상우의 동행이 2025시즌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조상우는 이번 트레이드가 자신의 야구 인생에 엄청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