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지적 이후 ‘지상파 3사 시상식 통합’ 필요성 꾸준히 제기
어느덧 5년이 흘렀다. 지난 5년 동안 지상파 3사의 위상은 더 추락했다. 그 사이 팬데믹을 겪었고, ‘집콕’ 생활이 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등이 성장했다. 그만큼 지상파 3사의 파이는 더 쪼그라졌다. 시청률은 하락했고, 스타들도 더 이상 지상파 3사를 고집하지 않는다. 그래도 어김없이 올해도 지상파 3사는 초라한 밥상으로 연말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을 연다.
#최악의 연말 분위기, 그보다 더 초라한 상차림
2024년 연말은 뒤숭숭하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그로 인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등 핵폭탄급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 시기 지상파 3사를 포함해 각 방송사들은 정규 방송을 미루고 뉴스 특보 체제를 가동했다. 2주가량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편성이 정상화됐지만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상을 주고받는 연말 시상식 분위기가 좀처럼 조성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상을 줄만한 성과가 있었느냐?’는 근원적인 질문이다. 먼저 예능을 따져보자. 2024년을 대표하는 예능은 단연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다. 글로벌 흥행과 더불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고 “이븐하게” “나야 들기름”과 같은 유행어가 배출됐다. 하지만 지상파 3사에서 이렇듯 성과를 보인 예능이 있을까. 현재 KBS 연예대상 후보는 유재석, 전현무, 류수영, 이찬원, 김종민 등이다. 그들이 KBS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지 선뜻 떠올릴 수 있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법하다.
게다가 대다수 장수 예능 MC라 ‘2024년의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 유재석이 오랜만에 친정인 KBS로 복귀해 신작 ‘싱크로유’를 선보였지만 시청률은 3%대다. 영향력 역시 그의 대표작인 tvN ‘유퀴즈 온더 블럭’에 크게 밀리는 모양새다.
타 방송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신규 예능 자체가 거의 없다. 그동안 방송되던 예능에 게스트만 바꾸는 식으로 안정주의를 택한 탓이다. MBC는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 ‘라디오스타’로, SBS는 ‘미운 우리 새끼’, ‘런닝맨’, ‘동상이몽’으로 ‘그들만의 잔치’를 치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나마 드라마는 눈에 띄는 성과가 있다. 특히 SBS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배우 장나라의 ‘굿 파트너’, 지성의 ‘커넥션’, 박신혜의 ‘지옥에서 온 판사’와 더불어 현재 방송 중인 김남길의 ‘열혈사제2’도 10∼20%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쏠쏠한 성적을 냈다. 대상 역시 이 작품을 이끈 주연 배우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열혈사제2’는 시즌1에 비해 반응이 저조한 편이라 장나라와 지성에 보다 무게가 실린다.
MBC는 시청률보다는 작품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 작품들이 경쟁을 펼친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이끈 배우 한석규의 대상 수상이 유력한 가운데 이하늬의 ‘밤에 피는 꽃’, 변요한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 아웃’ 등이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반면 KBS 드라마 성적표는 처참하다. 시청률 면에서도 눈에 띄는 작품이 없고, 완성도를 따졌을 때도 마땅한 대상작을 찾기 어렵다.
#지상파 3사 통합 시상식, 가능할까?
김구라의 지적 이후에도 지상파 3사 시상식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3사’로 묶이기는 하지만 각 방송사는 경쟁구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단을 꾸리는 것부터 난항을 겪을 것이 자명하고, 특정 방송사 콘텐츠가 소외될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또한 송출 방송사를 고르는 것도 난제다. 통합 시상식이라는 이유로 3사가 동시 편성한다면 ‘전파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반면 지상파 3사 시상식의 권위가 떨어지면서 백상예술대상과 같은 시상식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OTT 분야까지 아우르면서 대중이 더욱 납득할 만한 시상식으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향후 이런 분위기가 가속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상파 3사의 결단이 필요하다. 심사위원단을 3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인으로 꾸리고, 시상식 편성은 3사가 매년 돌아가면서 맡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시 공은 지상파 3사에게 돌아갔다. 과연 3사는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