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환경 변화 속 투자 여력 줄었다는 평가…이케아 “보수적 관점에서 재검토 불가피”
#현대차·삼성전자는 물류시설 부지 샀는데…
이케아코리아는 2021년 6월 경기경제자유구역청 평택 포승(BIX) 지구 물류시설용지인 평택시 포승읍 희곡리 849-2~4 부지를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부지 규모는 10만 2633.9㎡(약 3만 1047평)로 축구장 14개 정도 크기다.
이케아코리아는 부지를 매각하기 위해 회사 내부적으로 절차를 밟고 있다. 포승지구는 경기주택도시공사와 평택도시공사가 공동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2020년에 준공한 산업단지다. 12월 12일 이케아코리아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케아코리아는 약 555억 원을 매각예정자산으로 설정했다.
앞서 2020년 11월 이케아코리아는 경기도와 포승지구 내 물류센터 투자 관련 협약을 맺었다. 이케아코리아는 처음으로 국내에 자체 물류센터를 건립할 예정이었다. 온·오프라인 고객 주문 배송을 처리하고 수도권 접점 제품 공급을 담당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포승지구는 수도권은 물론 중국과 가까운 평택항과 인접해 지리적 이점이 있다. 다른 기업들도 해당 지역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출고센터를 신규로 건립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중순 사이 포승지구 물류시설용지 3개 필지를 매입했다. 삼성전자도 물류창고를 새로 지으려 지난해 초부터 올해 중순까지 포승지구 물류시설용지 8개 필지를 매입했다.
이케아코리아가 물류센터를 짓지 않기로 한 것은 비용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원자재 비용과 인건비 등이 상승하고 있다. 경기경제자유구역청 한 관계자는 “여러 국내외 사정으로 물류센터 설립이 지연됐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이케아 글로벌 법인의 경우 러시아 사업이 진행이 어려워져 모든 글로벌 지역 투자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될 것이란 이야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케아코리아의 상황도 여의치가 않다. 이케아코리아는 2021년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에 매출 6872억 원을 내며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회계연도 매출 6223억 원, 2023년 회계연도 매출 6007억 원으로 역성장했다. 2024년 회계연도에는 628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수익성은 과거에 비해 악화되고 있다. 이케아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21년 회계연도 294억 원에서 2024년 회계연도 186억 원으로 줄었다.
홈퍼니싱 시장 전망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내수 부진 장기화는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다. 홈퍼니싱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으면 가장 타격을 받는 업종이 홈퍼니싱 중에서도 가구에 주력하는 업종”이라며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기능에 문제가 없으면 그냥 쓰자’는 인식이 확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환경에서 힘쓸 수 있을까
최근 홈퍼니싱 시장에서 이커머스 업체의 공략이 거세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가구 보관·배송·설치 등 물류 전 과정을 대행하는 가구 풀필먼트 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쿠팡은 다음 날 혹은 2주 이내 희망 날짜에 무료로 배송·설치해주는 ‘로켓설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오늘의집도 다음 날이나 4주 이내 지정일에 무료 배송·설치하는 ‘오늘의집 배송’ 서비스를 전개한다. 이케아코리아는 수도권과 부산 일부 지역에 한해 25kg 미만 가구는 2만 원, 300kg 미만 가구는 4만 원을 내야 2일 내에 배송해준다. 홈퍼니싱 액세서리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제품은 무게에 따라 3000원~8000원에 택배 배송한다.
오프라인 매장 내 물류 구역에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을 도입해 주요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이케아코리아 계획이다. 지난 8월 이케아코리아는 약 169억 원을 투자해 이케아 기흥점에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흥점은 하루에 2000건의 택배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케아코리아는 2030년에는 2024년보다 1.5배 더 많은 택배 주문을 매장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2025~2026년께 광명점에는 대형 가구 중심의 풀필먼트 시스템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케아코리아의 전략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도 매장에 거점을 세우고 인근 지역에 제품 배송을 커버하는 전략을 세웠었는데 사실상 실패했다. 배송을 하려고 보니 어떤 매장에는 제품이 없는 등 재고 관리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의 홈퍼니싱 업계 관계자도 “매장에서 직접 배송하면 배송 속도를 단축할 수 있고 물류비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며 “다만 오프라인 DNA 회사가 온라인화에 성공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리테일 환경이 급변하며 글로벌 전략에 따른 보수적인 관점의 투자 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했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편리한 옴니채널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와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 국내에 물류센터 설립 나서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는 국내에 물류센터를 세우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3년간 1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국내에 18만㎡(약 5만 4450평) 규모의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지난 3월 한국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부지만 매입하고 중국의 자동화 기술이나 로봇 등을 활용해 건설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초저가 제품’이 강점인 알리는 국내에 물류센터를 구축하면 배송 속도까지 단축할 수 있다. 현재는 한국 소비자들이 제품을 받아보기까지 최소 3~5일 정도 걸린다. 중국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비행기나 선박으로 한국에 제품을 보낸 뒤 한국 통관을 거쳐 국내 택배사를 통해 배송해야 해서다. 신선식품의 경우 한국 상품 전용관 ‘케이베뉴(K-Venue)’에 입점한 셀러(판매자)들이 자체적으로 배송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알리 관계자는 “한국에 물류센터가 생기면 배송 기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지만 일부 소비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더 저렴한 가격의 물건을 우선시한다. 소비자에게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알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