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발 병역비리 사건 때마다 연예인 등장…최근엔 휴가·입원·황제복무 등 각종 특혜 시비 불거져
1990년대까지 연예인의 병역 문제는 그리 화제가 되지 않았다. 누가 현역이고 방위(95년 이후 공익근무요원)이며, 또 면제인지 등의 정보 자체가 빈약했다. 1997년 대선에서 병역비리가 큰 화제가 됐음에도 연예계까지 파장이 미치지 못한 이유도 정보 부족이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정보의 바다’라 불리는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관련 정보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연예인 면제 리스트’가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위에 소개된 병명들이 거기 기재된 면제 사유들이었다. 이것은 향후 펼쳐질 연예인 군 잔혹사의 출발점이 됐다.
#스티브 승준 유의 등장…이중국적대상 병역법 개정
2001년 3월부터 개정된 병역법이 시행됐다. 당시 개정의 핵심은 ‘국내에 60일 이상 체류하면서 영리활동을 하는 이중국적자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 1990년대 연예계에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누리던 이중국적자 연예인들이 많았던 터라 파장이 컸다. 특히 당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HOT의 토니안(본명 안승호)과 유승준 등이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선택은 두 가지였다. 외국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자가 되거나 국내 활동 기한을 60일 이내로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이다. 토니 안은 미국 영주권을 포기해 한국 국적자가 돼 몇 년 뒤 입대했다. 반면 유승준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스티브 승준 유’가 됐다. 여전히 한국에 입국을 하지 못하는 스티브 승준 유는 관련 소송을 거듭하고 있다.
#사구체신염, 허위 뇌전중…병역 비리 브로커 사건
1997년 15대 대선과 2002년 16대 대선에선 브로커가 낀 병역비리 사건이 화제를 주도했다. 당시만 해도 이는 정치권에 국한된 이야기처럼 보였다. 그리고 2004년 연예계에서 대대적인 병역비리 사건이 터졌다. 전문 병역 브로커가 경찰에 검거되면서 사구체신염과 신우신염 등으로 병역 면제 또는 보충역 판정을 받은 1783명에 대한 자료가 병무청으로 넘아갔는데 여기 유명 연예인과 매니저 등 연예관계자도 여럿 포함돼 있었다.
특히 한재석, 송승헌, 장혁 등의 톱스타에 관심이 집중됐다. 병무청 재검을 통해 송승헌과 장혁의 현역 입대가 결정됐고 이미 31세로 현역 입대 대상인 만 30세를 넘긴 한재석은 공익근무요원 복무가 결정됐다. 그나마 재입대로 병역의 의무를 다 한 까닭에 이들은 전역 이후 연예계 활동을 왕성히 이어가고 있다.
이후 비슷한 사건은 반복됐다. 2008년에는 신체검사 직전 커피 많이 마신 뒤 항문 주변 괄약근에 힘을 줘 순간적으로 혈압을 상승시켜 ‘본태성 고혈압’ 진단을 받은 방식의 병역비리 사건이 불거졌다. 뮤직비디오 감독 겸 모델 쿨케이(본명 김도경)와 허니패밀리의 디기리(본명 원신종) 등이 연루됐다.
2023년에는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와 래퍼 나플라(본명 최니콜라스석배), 배구선수 조재성, 축구선수 김명준·김승준 등이 연루된 병역 비리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허위 뇌전증을 활용한 병역 비리 사건으로 군 수사관 출신 전문 브로커가 사건을 주도했다.
#국방부 장관 표창과 탈영병…병역특례 비리사건
2007년에는 병역특례 비리 사건이 터졌다. 국가 지정 병역특례업체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군복무를 대신하는 병역특례복무 제도로 싸이(본명 박재상)와 젝스키스 멤버 강성훈, 이재진 등이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쳤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부실 복무가 드러났다.
이들은 이미 군 복무를 마쳤지만 다시 군에 입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리고 이후 상황은 완전히 엇갈렸다. 싸이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군 생활로 국방부 장관 표창 등 다양한 포상을 받으며 부실복무로 훼손된 이미지를 완벽하게 복구했다. 반면 이재진은 군 복무 도중 탈영해 이례적인 탈영병 연예인이 됐다.
#국가자격증 필요한 연예인들…입영연기 병역비리
2010년에는 MC 몽(본명 신동현)의 고의발치 병역비리 사건이 불거졌다. 군 면제를 받기 위해 고의로 치아를 발치했다고 알려지면서 엄청난 화제를 양산했지만 결국 법원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실제로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 발치를 했을 뿐 고의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지만 유죄를 받은 혐의도 있다. 군 면제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그 과정에서의 불법적인 입대 연기가 문제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MC몽은 산업디자인학원 허위 재원증명서 발급, 공무원 및 자격시험 응시, 출국 대기 등의 사유로 총 5회에 걸쳐 입대를 연기했다.
이는 MC몽만의 일이 아니었다. 그즈음 경찰은 병역 연기 사이트까지 활동하는 병역 브로커를 적발했다. 각종 자격증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 응시, 입대 연기 가능 학원 등록 등의 편법을 활용해 군 입대를 연기해주는 방식이었다.
#연예사병 폐지 도화선…안마시술소 방문 사건
2013년에는 연예사병으로 복무 중인 세븐(본명 최동욱)과 상추(본명 이상철)가 강원도 춘천시에서 진행된 군 행사에 참석한 뒤 새벽 시간 사복 차림으로 안마시술소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져 크게 화제가 됐다. 게다가 한 지상파 프로그램이 당시 상황을 단독 포착해 방송하면서 파장이 더욱 컸다.
또한 세븐과 상추를 비롯해 비(본명 정지훈) 등 여려 명의 연예병사들이 춘천에서 열린 군 행사가 끝난 뒤 숙소인 춘천 시내 한 모텔로 향했다가 밤 10시 즈음 나와 인근 음식점에 가서 맥주와 소주 등 술을 마시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술자리가 끝난 뒤 세븐과 상추가 안마시술소를 찾은 것이었는데 이들은 유흥업소라서 방문한 게 아닌 치료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군 복무 규율 위반으로 세븐과 상추 등 연예병사 7명이 징계를 받고 야전부대로 재배치됐다. 이 사건의 여파로 연예사병 제도 자체가 폐지됐다.
#휴가 특혜, 입원 특혜, 황제복무 그리고 부실복무
이후 연예인의 병역면탈 시도는 크게 줄어들었다. 걸리면 연예계 활동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는 데다 어지간해선 걸린다는 사실도 입증됐기 때문이다. 2023년에 허위 뇌전증 병역면탈 사건이 불거졌지만 유명 연예인은 연루되지 않았다. 그리고 연예사병 제도도 폐지됐다.
문제는 군 입대 이후 불거진 각종 특혜시비였다. 2018년에는 군 복무 중이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의 군 병원 특혜 입원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확산된 바 있고, 2019년에는 탑(본명 최승현)의 병가 횟수가 타 복무요원 평균 대비 3배나 돼 특혜 시비가 불거지며 황제복무 논란이 야기됐다.
탑은 애초 현역 복무 대상으로 2017년 2월부터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 소속 의경으로 복무했지만 대마초 사건이 휘말려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의경에서 직위 해제돼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게 됐다. 그런데 다시 황제복무 논란에 휘말렸다. 결국 탑은 빅뱅에서 탈퇴하고 연예계 은퇴 선언까지 했지만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2’로 복귀했다.
2019년에는 현역 복무 연예인의 휴가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일요신문은 2016~2018년에 입대한 연예인 병사 16명의 군 복무 실태를 전수조사 했는데 대부분 일반 병사보다 많은 휴가를 받았으며, 심지어 휴가 일수가 100일을 넘긴 연예인도 4명이나 됐다. 다만 이는 국방부가 현역 복무 연예인을 각종 행사에 동원하고 그 대가로 위로휴가를 지급해 휴가 일수가 급증한 것이었다. 연예사병 제도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각종 행사에 군 복무 연예인을 활용하려는 국방부의 행태로 인해 적극 협조한 연예인들만 엉뚱한 특혜 시비에 휘말리게 된 셈이다.
최근에는 그룹 위너의 멤버 송민호의 부실 복무 의혹이 불거졌다. 이로 인해 서울시가 사회복무요원 복무 실태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자칫 추가적인 연예인의 부실 복무 의혹이 드러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유형만 계속 달라질 뿐 연예인의 병역 스캔들은 계속되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