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16명 ‘시작2’ 단톡방 개설, 한동훈 ‘목격담 정치’도 시동…리더십 한계에 ‘극우+친윤’ 결집 걸림돌
친한동훈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친한계 의원들은 최근 ‘시작2’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단체방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 전 대표 당대표 선출을 위해 뭉쳤던 이들이 만든 첫 단체방이 ‘시작’이었다.
시작2 참여자는 서범수 배현진 김예지 김상욱 박정훈 정성국 한지아 의원 등 16명 정도로 알려졌다. ‘한동훈 지도부’에서 당직을 맡았거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에 찬성을 던진 이들이 다수 포함됐다. 다만 한 전 대표는 단체방에 들어가 있지 않다고 한다.
한동훈 전 대표 ‘목격담’도 나왔다. 지난 1월 6일 한 전 대표 팬클럽 ‘위드후니’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한동훈 전 대표가 서울 강남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을 게시한 이는 “봉은사 앞 스타벅스인데 아는 척을 하니 정치인 같지 않게 ‘아 예’하며 잘 받아줬다더라”며 “살이 조금 오르고 표정도 편안해 보이더라”고 설명했다. 1월 12일에는 서울 마포에서 지지자와 함께 만나 찍은 인증샷이 등장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대표가 복귀를 염두에 둔 ‘목격담 정치’를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앞서 한 전 대표는 7·23 전대 출마 선언을 앞두고도 SNS(소셜미디어)와 언론 등을 통해 일상생활 목격담을 전하며 복귀 분위기를 띄운 바 있다. 당시는 4·10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을 사퇴한 뒤 20여 일 만이었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 탄핵 가결 책임론으로 인한 지도부 붕괴로 2024년 12월 16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22일 만에 올라온 목격담이라 잠행 기간은 큰 차이가 없다.
여권 내부에선 한 전 대표가 1월 설 연휴를 전후로 정계에 복귀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기도 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1월 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전 대표) 죄짓고 도망간 게 아니다”라며 “한 전 대표는 아마 1월부터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 한 관계자는 “한 전 대표는 이미 당대표에 출마하며 ‘목격담 정치’를 한 바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한계 인사들은 국민의힘 잠룡 중 중도층에 소구력을 발휘해 이재명 대표에 대항할 수 있는 후보는 한 전 대표뿐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국민의힘 대선주자로는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 말이다.
“윤석열 탄핵국면에서 국민의힘과 보수층이 극우화되고 있다. 대선에서는 중도층을 잡아야 승리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는 윤 대통령 탄핵으로 열리는 조기 대선일 가능성이 높다. 탄핵에 대한 반성과 변모 움직임을 보여야 중도층에 표를 호소할 수 있다. 한 전 대표는 다른 후보군들과 비교해 윤 대통령과 가장 대척점에 있어 경쟁력이 높다.”
하지만 한동훈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나설 수 있을지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전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과 당대표를 거치면서 정치적 리더십에 한계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한 전 대표는 4·10 총선 때 참패를 기록했다. 당대표로서 5개월 동안 이뤄낸 정치적 성과가 없다. 오히려 윤 대통령과 당정 갈등을 일으켰고,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당원게시판 논란을 매듭짓지 못하고 질질 끌면서 당내 혼란을 가중시켰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사전에 인지해 막아내지 못하고, 탄핵까지 오는 사태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당내 취약한 기반도 한 전 대표의 약점으로 꼽힌다. ‘시작2’ 단톡방 멤버를 보면 친한계 원내 의원은 16명 정도로 파악된다. 국민의힘 전체 108명 의원 중 15% 수준이다. 지난 전당대회 때 ‘러닝메이트’로 함께 뛰며 최측근에 분류됐던 장동혁 전 최고위원과 진종오 전 청년최고위원은 윤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이견을 보이다 가장 먼저 최고위원직을 던져 한동훈 지도부 체제 붕괴를 주도했다.
한 전 대표는 한때 보수 진영 잠룡들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최근 들어선 그렇지 못하다. 각종 여론조사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30~40% 수준으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뒤이어 보수진영 후보들이 서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일요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범보수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김문수 장관이 20.0%로 1위를 차지했다. 한동훈 전 대표와 오세훈 시장은 김 장관 지지도의 절반 수준인 각각 10.2%와 9.6%로 접전을 벌였다.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시장이 각각 8.2%, 8.0%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로 한정해 분석하면 김 장관 지지율은 36.1%까지 높아진다. 이어 오 시장이 16.7%, 한 전 대표 16.1%, 홍 시장 14.5%를 나타냈다. 반면 유 전 의원은 2.7%까지 급락했다(관련기사 [일요신문 여론조사] 김문수 약진, 이재명 독주…범보수·범진보 차기 주자 지지도).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사흘간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보면 32%의 이재명 대표에 이어 김문수 장관이 8%로 2위를 차지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6%, 홍준표 시장 5%, 오세훈 시장 3%로 그 뒤를 이었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지지자 대상으로 보면 김 장관 지지율은 20%로 오른다. 이어 홍 시장이 14%, 한 전 대표 13%, 오 시장 8% 순이다(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의 당 지지율 상승과 김문수 장관의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약진은 극우세력과 친윤계 지지자들의 결집이 여론조사에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의 단합력은 탄핵국면을 넘어 차기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전광훈 목사의 극우세력은 이미 국민의힘을 장악했다. 친윤계도 전 목사와 결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당내 상황을 고려하면 ‘비윤’ 한동훈 전 대표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 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컷오프 당할 수도 있다. 이런데 한 전 대표가 쉽사리 대선 출마를 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