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침묵 깨고 ‘빅뱅 탈퇴’ ‘팬 차단’ ‘연예계 은퇴’ 털어놔…“캐릭터는 ‘짱구’ 정신 연령으로 설정”
어둠과 침묵 속에서 30대를 보낸 최승현은 그간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오해와 미처 말하지 못했던 진실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갖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을 그룹 빅뱅 탈퇴에 대한 전후 사정을 두고 질문의 집중포화가 이뤄졌고, 최승현 역시 전에 없이 솔직한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다. 입히고 또 받았던 상처들을 한 번에 모두 치유할 수는 없어도 그 회복의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는 게 그가 인터뷰를 결정하게 된 이유였다. 다음은 최승현과의 일문일답.
― ‘오징어 게임2’ 관련 홍보 일정에서 모두 빠졌었는데 뒤늦은 인터뷰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가장 솔직한 마음으로는, 너무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서는 것이다 보니 두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신중하게 적당한 시기를 고민하던 중에 아무래도 제가 직접 찾아뵙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서 관계자분들께 먼저 요청을 드렸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제가 나서서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 ‘오징어 게임2’ 공개 전 최승현 씨의 캐스팅 논란이 있었다. 주연인 이정재‧이병헌과의 친분 관계가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캐스팅에 전혀 관여하지 않으신 대선배님들이 거론된 것에 저로서는 송구스러운 마음뿐이었습니다. 당시 저조차도 정말 무너질 것 같은 심경이었기에 정말 ‘하차할까’라는 생각도 들고, 긴장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황동혁 감독님께서 타노스라는 캐릭터를 디자인하시면서 저와 함께해주신 시간과 제게 보내주신 믿음에 보답하는 게 제 도리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정말 어려운 결심이었습니다.”
― ‘오징어 게임2’에서 연기한 타노스에 본인이 많이 투영돼 있는데, 출연 결정에 망설임은 없었나요.
“사실 제작사를 통해 처음 오디션을 제의 받고, 캐릭터가 설명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고민이 많이 됐어요. 저의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캐릭터이기도 했고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건 ‘이미지 박제’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요. 많이 고민하고 망설였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제게 운명적으로 온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디션 테이프를 찍어서 보내드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감독님과 만나 뵙고 미팅과 대본 리딩을 거쳐 또 한 번 영상을 찍어서 보내 드렸죠. 그렇게 캐스팅이 이뤄졌습니다.”
― 많은 고민 끝에 선택한 결정이었지만 작품 공개 후 연기력 논란이 크게 불거졌습니다.
“배우로서는 당연히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고, 모든 호불호 평은 제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타노스는 감독님과 많은 상의를 나누고 굉장히 치밀하게 디자인했던 캐릭터예요. 시나리오에서 봤을 때도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캐릭터다 보니 더 비현실적이고 만화적으로 묘사된 부분이 있죠. 타노스는 절대 화려하거나 멋있는 래퍼가 아니라 실패한 인생을 사는 ‘힙합 루저’에요.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이기에 좀 더 우스꽝스럽고, 덜 떨어져 보이게 설정한 것이 사실입니다.”
― 타노스의 희한한 랩에 대해서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평가가 갈렸습니다.
“원래 시나리오에 있던 랩 가사는 글자 수가 더 많았어요. 사실 그 신 자체가 굉장히 생뚱맞은 타이밍에 우스꽝스럽고 엽기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이거든요. 타노스는 정신 연령으로 따지면 거의 ‘짱구’ 수준이라고 설정했기 때문에 그의 랩을 표현할 때 최대한 힙합 루저 같은, 오그라드는 것을 더 강조하고 싶었던 게 있었습니다. 저도 지금 30대 후반 나이에 짱구 정신 연령의 랩을 하기가 굉장히 민망하고, 저 조차도 오그라들었습니다만(웃음)…. 제가 맡은 역할이라 최대한 열심히 했습니다.”
― 극 중 타노스가 마약 중독자인데, 본인의 과오(대마초 흡연)를 생각하면 연기가 망설여지지 않았는지.
“저로서도 수백 명이 되는 스태프 분들, 다른 배우 분들 앞에서 그 장면(타노스가 마약을 투약하는 장면)을 찍는 것 자체가 제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것이었기에 많이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대신 캐릭터 연구를 깊게 했어요. 타노스가 복용하는 그 약은 굉장히 강력한 약물인데 그런 약물에 의존하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아 봤어요. 자료를 바탕으로 타노스가 첫 등장한 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부터 약물 투약 상황까지 전후 모습을 다르게 연기하려고 했죠. 보시면 약물 때문에 치아도 손상돼 있고 극도의 불안감과 초조함으로 보통 사람의 감정선과 다르다는 걸 느끼실 거예요. 그의 발음도 미국 남부 힙합 랩 중에 강력한 각성제를 투약하는 래퍼들이 하는 ‘멈블 랩’이라는 것을 차용해서 발음을 흐리며 하는 걸 의도했습니다.”
― 앞서 국내 연예계에서 활동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오징어 게임2’로 복귀한 것을 두고 ‘은퇴 번복’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는데.
“제 지난 과오로 정말 많은 사람들, 제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빅뱅) 멤버들에게도 큰 피해를 끼쳤습니다. 20대 때 너무나도 찬란한 영광을 누렸고 과분한 사랑을 받았는데, 제 추락과 몰락의 과정은 제가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던 길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정말 칠흑같이 어두운 시간을 보냈고, 그 당시엔 완전히 무너져 다시 일어설 힘이 없어서 모든 걸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빅뱅의) 컴백을 기다리시는 일부 팬 분들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 당시 제 소통 창구는 소셜미디어(SNS)밖에 없었는데, 제가 너무 어둡고 판단력이 없어서 경솔하고 어리석게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저도 제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너무나도 후회됩니다. 평생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소셜미디어에서 최승현 씨의 빅뱅 복귀와 재결합을 원하는 팬들을 차단한 것도 논란이 됐습니다. 빅뱅이란 그룹과 팬들의 사랑을 부정했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빅뱅과 전 회사(YG엔터테인먼트)에 제가 저지른 과오로 인해 너무 큰 피해를 준 사람입니다. 그래서 수년 전부터 소속사와 멤버들에게 더 이상 피해를 줄 수 없다는 마음으로 팀을 떠나겠다고 말했었습니다. 이제 제가 혼자서 뭔가를 해나가는 것은 그 결과 또한 저 스스로만이 감당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제가 피해를 줬던 팀에 다시 들어가면 제 과오의 꼬리표가 멤버들에게도 붙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재결합을 원하시는 팬 분들의 글을 볼 땐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로서는 확실히 해두고 가고 싶었지만 제가 말할 수 있는 창구가 전혀 없었던 데다, 재결합을 원하시는 분들이 저를 언급하며 올려주신 멤버들의 사진을 볼 때는 헤어진 가족사진을 보는 것 같아 그 아픔과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방법(차단)을 택한 것 또한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징어 게임2’ 공개를 앞두고, 혹은 공개 후에 멤버들과 연락했는지.
“현재 멤버들과 연락하고 있지 않습니다. 연락을 안 한 지 정확히 얼마나 됐는지 모르겠지만, (논란 후) 조금 마음이 진정된 후에도 저조차도 너무 미안한 마음이 커서 선뜻 연락하지 못했습니다.”
― 지난 과오로 인해 큰 상처를 받은 팬들에게 직접 입장을 밝힐 계획이 있는지.
“그분들의 마음을 위로해드리고, 치유해드려야 하는 것 역시 제가 가져가야 할 막중한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정확하게 말씀드릴 순 없지만 곧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지난 시간 동안 사회생활을 단절한 채 집과 제 음악작업실에서만 살다시피 했어요. 음악을 만들 때와 마이크 앞에 있을 때만이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었거든요. 제가 살기 위해서 음악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곡을 만들었는데 팬 분들께 당연히 들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최승현’의 계획은.
“제게 삼십 대는 ‘잃어버린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뼈저리게, 너무나도 큰 수치심과 자기 모멸감을 가진 채 진심 어린 반성의 시간을 겪었습니다. 그동안 음악을 만들며 치유 받았고, 그 음악을 팬분들께 들려드리고 싶다는 바람 하나로 40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 제게 있어 가장 큰 목표는 보다 안정적으로 살아보는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포털 사이트에 저의 나쁜 기사가 나지 않는, 하루하루가 불안하지 않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