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박성훈 ‘기훈 친구’ 이서환 ‘예비 엄마’ 조유리 존재감·연기력 국내외 호평 이어져
#최대 수혜자는 박성훈의 ‘조현주’?
특전사 출신의 트랜스젠더라는 설정의 조현주는 ‘오징어 게임2’가 공개되기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먼저 국내에서는 이 역할을 맡은 배우 박성훈이 도대체 어떻게 연기를 이끌어나갈 지에 가장 큰 관심이 모였다.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또 다른 성공작인 ‘더 글로리’에서 인간 말종 수준의 인성을 지닌 악역 전재준을 연기했던 박성훈이 이처럼 독특한 ‘도전’을 했다는 점이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이다.
반대로 해외에선 실제 트랜스젠더가 아닌 남자 배우가 이 역할을 맡았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부정적인 반응이 먼저 터져 나왔었다. 특히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성소수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영역을 남성이 침범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오징어 게임2’에 성소수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혐오 감정이 녹아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뚜껑이 열린 뒤에는 박성훈의 연기와 그가 맡은 조현주란 인물의 캐릭터성 모두에 국내외를 막론한 호평이 쏟아졌다. 사회 속 핍박 받는 소수자를 대변하는 조현주가 살인 서바이벌 게임 속에서조차 인간의 선함을 믿고 지키려 하는 모습이 전 시즌의 파키스탄 노동자 알리(아누팜 트리파티 분)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특히 특전사 출신의 그가 후반부 성기훈(이정재 분)이 이끈 플레이어들의 반란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여성 캐릭터들과는 ‘인류애’적인 탄탄한 관계성을 맺었고, 남성 캐릭터들과는 이처럼 반란의 전면에 나서 ‘동지애’를 형성해 남녀의 영역 모두에서 인상적인 존재감을 보였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이미 캐릭터 팬덤이 형성된 데다 시즌 3에서도 이어질 활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박성훈이 ‘오징어 게임2’ 최대 수혜자가 돼 가는 분위기다.
다만 문제는 작품이 아니라 배우 본인의 ‘행보’에 있다. ‘오징어 게임2’ 공개 후 호성적을 내며 승승장구하던 12월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AV(성인 영상물) 표지를 올린 뒤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을 했던 박성훈은 짧은 기간 캐릭터로 쌓아 올린 인기와 호평이 무색할 정도로 대중들의 큰 질타를 받았다. 간신히 ‘전재준’을 벗고 배우 이름 석자로 당당히 서게 된 순간에 새로 받아 든 ‘야동성훈’이란 별칭을 지워내는 것이 박성훈의 남은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 부를 만하네…‘박정배’ 이서환
가장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더욱 수월하게 만들어준 박정배 역의 이서환 역시 ‘오징어 게임2’에서 주목받는 배우 가운데 한 명이다. 실제 인물을 보는 듯한 메소드 연기로 국내 시청자들로부터 압도적인 호평을 받은 이서환은 극중 성기훈의 절친한 친구이자 든든한 조력자 박정배를 맡아 끝까지 그와 함께하는 ‘의리’를 보여준다.
이서환이 연기한 박정배는 성기훈을 제외한 ‘오징어 게임2’ 속 게임 플레이어 가운데 유일하게 시즌 1에서도 등장했던 인물이다. 그가 시즌 2에 다시 출연한다는 소식이 공개됐을 때부터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과 기대감이 모일 정도로 짧은 출연 분량 속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최고의 감초’ 캐릭터였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 극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박정배에 대해 “시즌 2에서 유일하게 성기훈의 옛 얼굴을 꺼낼 수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2’ 속 성기훈은 투사로 변모하면서 이전의 어리숙한 모습에서 벗어나 시종일관 낯설고 진지한 얼굴을 보여주지만, 친구인 정배와 함께할 때 만큼은 우리에게 익숙한 시즌 1의 표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황 감독은 이들의 이런 순간을 보여주기 위해 박정배를 다시 시즌 2로 불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에 대해 이서환은 ‘오징어 게임2’ 제작발표회에서 “시즌 2가 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기대를 내려놓고 있었는데 (황 감독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제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 ‘올 게 왔구나’ 생각했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 시즌 3 다크호스로 우뚝…‘김준희’ 조유리
‘오징어 게임2’ 속 여성 캐릭터들 대부분이 ‘엄마’로 그려지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긴 하지만, 어린 나이에 예비 엄마가 된 김준희는 시청자들의 특별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전 남자친구이자 아이의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전 재산을 잃게 만든 ‘원수’이기도 한 이명기(임시완 분)와 함께 살인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들게 된 김준희는 배 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명기에 대한 애증의 감정도 감추지 못하는 복합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이전 시즌에서 정호연이 연기한 강새벽이 그랬듯, 김준희 역시 ‘성기훈 팀’의 홍일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만큼 시즌 3에서 그의 활약상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가 시청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특히 김준희의 경우 신분을 숨기고 게임에 잠입한 프런트맨(이병헌 분)과도 일정 부분 관계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의 서사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성기훈과 프런트맨이 안티테제(반대편)로 대립하는 존재인 반면, 김준희는 프런트맨의 ‘인간적인 측면’에 다시 불을 지필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복합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로서 조유리에게도 당연하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인 조유리는 2022년 웹드라마 ‘미미쿠스’로 연기자의 길에 발을 디뎠다. ‘오징어 게임2’는 그의 두 번째 주연작이다. 연기 경력이 아예 없었던 정호연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대형 작품에 주연으로 참여한 것은 처음인 만큼 조유리에게도 정호연의 그림자가 조금씩 비치고 있다. 그곳에서 이병헌, 이정재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준 데다 시즌 3의 ‘다크호스’로 뛰어오른 것만 봐도 그렇다.
한편으로 해외에선 조유리의 아이즈원 시절 영상이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보이그룹 제국의아이들 출신인 이명기 역 임시완의 영상과 조유리의 영상을 교차 편집한 콘텐츠가 소셜 미디어에서 큰 호응을 얻으면서 명기-유리는 ‘오징어 게임2’ 속 가장 인기 있는 커플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조유리와 임시완은 ‘오징어 게임2’ 공개 후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각각 51만 명, 42만 명 증가하며 이 같은 해외의 막강한 인기를 입증해 냈다. 가장 많은 증가량을 보였던 이정재(52만 명)에 이어 2위와 3위를 이들 두 배우가 차지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