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 영빈관·‘전통’ 관저·‘자연’ 녹지원 등 매력에 외국 방문객 급증…“관람 기회 없을까봐 왔다” 예약 늘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와대가 추운 날씨 속에서도 ‘탄핵특수’를 누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청와대재단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 12월 1주(2~8일) 청와대 관람객은 1만 8912명이었다. 이후 같은 달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12월 3주(16~22일)에는 2만 364명, 12월 4주 2만 9213명으로 증가했다.
평일 오전 청와대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지만 2022년 개방 당시보다 외국인 관람객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실제로 2024년 10월 청와대재단은 “2024년 9월 기준 외국인 관람객 비율이 전체의 약 29.1%를 차지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개방 초기인 2022년 5월 외국인 관람객은 1600여 명에 불과했지만 2024년 9월 5만 7000명으로 약 37배 늘어났다.
정문 앞에서 간단한 보안 검색을 마치고 청와대 본관으로 향했다. 본관은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12명의 대통령이 집무를 수행한 공간이다. 1층에는 영부인 집무실과 접견실, 무궁화실, 인왕실이 있으며 별채인 세종실과 충무실이 좌우로 뻗어 있다. 2층에는 대통령의 집무실과 접견실, 백악실, 집현실이 있다. 과거 국무회의가 열렸던 세종실 앞에는 12명의 대통령 초상화가 걸려있으며, 2층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이 양호한 상태로 보존돼 있다.
본관을 나와 우측으로 향하면 곧바로 대규모 회의와 외국 국빈들을 위한 공식행사를 개최하는 영빈관이 나온다. 영빈관은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윤 대통령도 국빈 만찬을 개최하는 등 가장 ‘현역’에 가까운 공간이다. 영빈관 1층은 접견장, 2층은 만찬장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일반 관람객은 2층으로 올라갈 수 없게 막아 놓은 상태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인상적인 데다 100여 명 이상을 수용할 정도로 웅장한 매력을 뽐낸다.
영빈관을 나와 우측의 오르막길로 10분가량 걷다 보면 대통령 관저가 나온다.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완공된 관저는 대통령의 공적 업무공간과 사적 업무공간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청기와를 얹은 전통 목조 건축 양식의 관저는 대통령 가족의 거주 공간인 본채와 접견 행사 공간인 별채, 뜰과 사랑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식적으로 내부는 구경할 수 없으나 별채의 경우 유리 창문을 통해 내부 풍경을 얼핏 살펴볼 수 있다.
관저에서 나와 큰길을 따라 내려가면 상춘재가 나온다. 상춘재는 ‘항상 봄이 머무는 집’이라는 뜻으로 외국 귀빈을 맞는 의전 행사장이나 비공식 회의장으로 사용된 공간이다. 상춘재는 경내 산책로, 계곡, 연못 옆에 위치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고즈넉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상춘재 바로 앞에 위치한 잔디 정원은 녹지원이다. 녹지원은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데 자연 경관과 함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120여 종의 나무가 있는 녹지원 중앙에는 이곳을 상징하는 ‘녹지원 반송’이 있다. 높이 16m에 이르는 ‘터줏대감’ 녹지원 반송은 수령 170여 년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과 녹지원에서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소와 언론 취재 본부로 사용되던 춘추관을 찾았다. 춘추관은 고려와 조선시대 때 역사 기록을 맡아보던 관아인 춘추관과 예문춘추관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역사를 엄정하게 기록하고 자유 언론 정신을 추구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춘추관 1층에는 기자실과 소브리핑룸, 2층에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거나 브리핑이 진행되는 브리핑룸이 있지만 공연·전시 등이 없는 날에는 일반 관람객 진입이 제한된다.
경기도 하남시에 온 김 아무개 씨(43)는 “멀기도 하고 시간 내기가 어려워 (청와대 방문을) 미뤄왔는데, 혹시나 청와대가 다시 대통령 집무 공간이 되면 관람할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1월에 청와대 관람을 예약한 사람들의 숫자는 6일 기준으로 이미 1만 명을 넘어섰고, 이달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설 명절 연휴에 청와대를 찾는 관람객의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 기능이 이전된 뒤 청와대재단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청와대재단 측은 “향후 (청와대 개방) 운영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올해 청와대 개방 운영 예산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상태”라고 전했다. 2024년 295억 원대였던 청와대 예산은 2025년 372억 원으로 증가했고, 이 가운데 약 103억 8700만 원이 리모델링 관련 예산으로 알려졌다. 2024년 예산안에서 투입된 청와대 행정동 리모델링 예산(약 45억 원)의 2.5배 수준이다.
문체부는 1월 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 사전 브리핑에서 청와대 리모델링 예산과 관련해 “청와대 개방 관련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고 올해 일부 행정동 쪽에 리모델링 사업 예산이 반영되고 추진된다”며 “행정동 쪽의 내진설계 등을 보완하고, 여민 1·2관을 관람객 편의 시설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계획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