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 CEO 기소에 조기 폐업 사례도 반복…항공업 경험 부족 오너·사모펀드 ‘묻지마 창업’ 경고등
시리우스항공은 2020년 부산지역을 거점으로 한 화물전용항공사로 설립됐다. 권도균 대표가 곧 설립자다. 지난해 1월 국내·국제 항공화물운송사업 면허를 발급 받은 뒤 5개월 뒤인 6월부터 운항에 나설 예정이었다.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일본 나리타, 베트남 하노이, 중국 칭다오 운항을 시작해 올해부터는 차차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멕시코시티 등 미주‧유럽 노선에도 취항을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계획은 이행되지 않았고 회사의 돈줄은 막혔다. 지난해 6월부터 임금 체불이 시작되면서 7월부터 부산지방고용노동청(노동청)에 체불 신고가 들어갔다. 임금을 못 받은 전·현직 직원은 80여 명, 전체 체불 금액은 십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청은 권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17일 기소 의견을 담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권 대표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신생·중소항공사들의 부실 경영은 반복돼왔다. 현 ‘파라타항공’의 전신인 ‘플라이강원’은 2016년 설립 후 2019년 운항을 시작했지만 2020년과 2021년 각각 317억 원, 15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2022년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플라이강원은 부동산개발업체 ‘아윰’의 최대주주인 주원석 전 대표가 사업을 이끌었다.
주 전 대표는 순수 항공사업이 아닌 외국인 관광객을 국내로 유치하는 관광사업을 진행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플라이강원 임직원 300여 명에게 170여억 원의 임금을 체불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지난 15일 검찰의 징역 4년 구형을 받았다. 플라이강원은 2023년 5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같은 해 7월 생활가전기업 ‘위닉스’가 인수하며 사명을 파라타항공으로 변경했다. 현재 파라타항공은 양양공항을 기반으로 운항을 재개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의 변경면허 심사를 받고 있다.
2016년 출범한 에어로케이항공도 불안한 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에어로케이항공 최대주주는 에어로케이홀딩스(100%)이며, 에어로케이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디에이피’(64%)다. 디에이피는 대명화학그룹 계열사다. 대명화학그룹은 2022년 8월 에어로케이항공을 300억 원에 인수했지만 석유화학 업계에 불황이 닥치며 에어로케이항공에 대한 투자도 차질을 빚은 것으로 풀이된다. 에어로케이항공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매출 대비 순손실이 커지며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2021년 51억 원 △2022년 205억 원 △2023년 472억 원의 매출을 냈지만 영업손실이 △2021년 211억 원 △2022년 151억 원 △2023년 242억 원을 기록했다.
설립 후 조기에 운영을 멈추며 ‘단명’한 항공사도 여럿 있다. 국내 최초 소형 항공사인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는 지난해 10월, ‘하이에어’는 2023년 9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과거 2008년 첫 취항에 나선 ‘영남에어’는 60억 원대 적자가 쌓이며 불과 4개월 만에 운항을 중단한 바 있다.
업계에선 항공운송산업에 경험과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오너나 경영인, 투자집단이 단기 수익을 노리고 항공사 운영에 나섰다가 금세 경영 실패로 이어지는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많은 항공사들을 보유한 사모펀드의 경영 역량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현재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을 제외한 대다수 저비용항공사(LCC)는 항공업과 거리가 먼 기업이나 사모펀드가 최대주주다. △제주항공(애경그룹) △이스타항공(VIG파트너스) △티웨이항공(티웨이홀딩스·예림당) △파라타항공(위닉스) △에어로케이항공(디에이피) △에어프레미아(AP홀딩스) 등이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운수업은 전문성은 물론 국제적 산업동향을 파악하는 능력이 필수적인 산업”이라며 “항공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항공사를 운영하려 하면 결국 재정난과 서비스·정비 문제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높은 데다 일정 규모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항공운수업은 항공기 리스비, 연료비, 정비 유지비, 인건비 등 고정비 비중이 높은 산업에 속한다. 2023년 24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에어로케이항공은 같은 해 항공기 임대비용만 약 60억 원을 지출했다. 에어프레미아는 2023년 리스 관련 비용으로 646억 원을 썼다. 에어프레미아는 2023년 창사 이래 첫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자본잠식률이 82.1%로 2021년(75.4%)보다 더 악화됐다.
김광옥 교수는 “항공기는 뜨는 순간부터 고정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국내선 운항만으로는 수익성이 나기 어렵다”며 “이런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경영진이 운영하면 항공사는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업은 장기적 운영을 내다봐야 하는 사업”이라며 “오너가 항공산업 전반을 제대로 이해해야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신생 항공사 부실경영에 일부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는 항공업 경험이 부족한 오너나 사모펀드가 항공사 운영을 희망할 경우 면허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항공사 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면허를 발급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항공사와 달리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했을 때 면허 발급을 진행한다”며 “지역공항 거점으로 기능하거나 LCC이지만 중장거리 노선을 주로 운항하는 등 기존 항공사들과 다른 새로운 사업모델이 있는지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